김동순 권사(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글 줄이나 쓴다고 스스로 말하거나 또는 남이 그리 불러주는 사람을 보통 문인이라고 부른다. 70년대의 활발한 문학작품이 쏟아져 나온 그 시절 문과생은 당연히 작품을  써야했고 이러다 원치 않는 문인의 길로 가야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던 소심한 문과생이 있었다. 글 나부랭이나 써서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는 작가들이 알게 모르게 많았던 시절, 과연 문학 작품이 세인들의 호평을 받으며 얼마나 많은 부수가 팔려야 작가로서 부를 누리거나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나 같은 글 솜씨로는 택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애초부터 안전한 직업을 궁여지책으로 택한 것이 선생이었고 그런 결과는 지금까지 이르렀다. 그러고 보니 문과 동기생 중에 작가로 유명세를 날리는 친구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과연 이들은 어떠한 일을 하며 살고 있을까? 전공을 살리며 살고는 있는지...... 문득 글을 쓰면서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경제가 성장되어 나라가 발전하면서 교육 수준도 더불어 높아지니 교양서적이 책장에 자연스럽게 꽂혀지고 그 모습은 집 안의 분위기를 요즘 말로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전자 책의 등장으로 주춤, 출판사들이 휘청거렸고 책 보다는 기계에 의존하는 지식의 무한대가 두툼한 백과 사전을 밀어내고 말았다. 모든지 궁금하면 핸드폰 하나로 해결이 되는 세상이다.

 인간이 세상을 살아기기 위해서는 정신력이 체력을 능가할 만큼 중요하다는 두 가지의 정신을 생각하며 맞고 틀림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름의 차이라는 것을 먼저 언급한다. 

 한 때 헝그리(hungry)정신이라는 말이 들리더니 요즘은 쥬가드(jugaad)정신이란 말이 앞서 들린다. 헝그리 정신은 가난하고 굶주린 상태와 같이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듯한 마음가짐으로 무엇이든지 열심으로 하는 자세를 가지라는 뜻이라면, 주가드 정신은 힌두어로, 예기치 못한 위기 속에서 즉흥적으로 창의력을 발휘하는 능력을 말하는데 열악한 환경일지라도 생존하기 위해 독창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하라는 경영기법을 뜻하기도 한다.

 어떠한 일을 하든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발한 생각이 앞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원칙과 정도를 벗어나 눈 속임을 하는 정직하지 못한 기업 형태는 끝내 도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고 보면 교사를 직업으로 택한 나의 긴 여정은 가난한 자의 여유로 풍요로울 수 있어서 성공한 삶이라며 스스로 고달픔을 위로한다.

 반 년 가까이 준비한 한국 문화 역사 캠프가 내일이면 문을 연다. 모든 교사들이 합심하여 준비한, 우리 역사와 문화를 알리고 배우기 위한 행사다. 헝그리 정신이나 주가드의 정신이 필요없다.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고 보람을 안고 돌아오면 된다. 지식과 경험은 서로가 나누고 노력과 수고는 자산으로 남아 다시 후대에게 전수할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생존을 위한 경쟁이나 정신의 무장없이 좋은 환경에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어떤 마음가짐의 자세를 모두가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