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1. 로한 왕국

 『반지의 제왕』 시대의 중간계에는 인간 왕국이 두 개 있다. 원래는 여러 개가 있었지만, 모두 악마 사우론에게 멸망당하고 제 3시대까지 남은 것이 두 개였다. 하나는 보로미르의 고향인 곤도르였고, 또 하나는 곤도르의 봉신국 로한이었다.  로한 왕국은 원래 대륙의 북쪽 끝에 살던 기마 민족이었다. 톨킨은 이들이 바이킹 족의 강인함과 말을 사랑하는 문화적 특징을 가진 민족이라고 묘사한다. 제 3시대 2510년, 곤도르가 외적의 침입을 받아 위태롭게 되었을 때, 대륙 곳곳으로 구원을 요청하는 파발을 파견하였다. 이들 중 대다수는 죽었는데, 그 중 하나가 살아남아 로한 사람들이 사는 북부 한지에 다다랐다. 이 때 로한 사람들의 지도자는 에오를(Eorl)이었는데, 그는 자신의 기마대인 에오를링가스(Eorlingas)를 대거 이끌고 남하하여 제 때 곤도르를 구원할 수 있었다. 

 당시 곤도르는 왕이 없었다. 제 3시대 2050년, 곤도르의 제 33대왕 에아르누르(Earnur)는 후계자를 남기지 않은 채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섭정인 마르딜(Mardil)이 “왕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그 이름으로 나라를 다스린다”고 서약하고, 왕의 통치를 대행하였다. 에오를이 자신의 민족과 함께 남하한 때는 섭정 키리온(Cirion)의 통치 때였다. 곤도르의 운명이 가장 위태로웠을 때, 전혀 기대하지 않던 원군이 북쪽으로부터 나타났다. 에오를이 이끌고 온 로한의 기병이었다. 그들은 적을 쓸어버리고 적을 끝까지 추격하여 몰살시켜버렸다. 키리온은 이 놀라운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초원으로 뒤덮인 곤도르의 북쪽 땅을 에오를에게 하사하고, 그를 곤도르의 후작(marquis)으로 삼았다. 

 그렇기 때문에 곤도르 사람들은 그 땅을 ‘기병대의 마크(Mark)’라고 불렀다. 에오를은 로한 왕국의 초대 국왕이 되었으며, 곤도르가 위기에 처할 때면 언제든지 도움을 주리라는 언약을 키리온과 맺었다.

 2. 노왕 세오덴(Theoden)

 에오를 왕이 세운 로한 왕국은 긴 세월이 흘러 제 1왕조가 끝나고 제 2왕조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악마 사우론의 책략과 마법사 사루만의 술책으로 인하여, 제 2왕조의 막바지에 이르러 나라가 많이 쇠락해졌다. 

 세오덴은 격이 없고 소탈하며 친절한 성격이었다. 나라도 잘 다스린 군주여서 왕국이 다시 한 번 중흥기를 맞는 듯했으나, 당시 호시탐탐 로한을 노리던 마법사 사루만이 세오덴에게 마법을 걸어 사리분별을 잘 하지 못하게 하였고, 동시에 우룩-하이 군대를 보내 자꾸 국경을 침범하여 소모전을 벌임으로 국력을 피폐하게 하였다. 그렇게 한 후, 마지막으로 총 공세를 펼쳐서 로한을 정복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사루만의 술책은 부활한 간달프에 의해 파쇄되었다. 그는 우선 아라고른과 레골라스, 그리고 김리 일행과 함께 세오덴의 궁전을 방문하여 그를 치유하였고, 정신을 되찾은 그는 즉시 자신의 나라를 위협하는 사루만과의 싸움을 준비하게 된다. 

 톨킨은 세오덴이 사루만의 마법에 걸렸기 때문에 나라를 다스리는 것에 손을 놓았다는 식으로 그를 면죄하지 않는다. 그의 소탈한 성격이 오히려 그가 사악한 마법에 더 잘 노출되게 하였다고 행간에 묘사하고 있다. 즉, 순진한 선의는 간교한 악에 더욱 쉽게 걸려든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