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1. 구세주 같지 않은 구세주

 톨킨은 성경에 나타난 구세주의 성격을 자기가 창조한 ‘중간계’의 두 메시아에 충실히 반영한다. 우선, 둘 다 외형적으로는 전혀 구세주 같아 보이지 않는다. 간달프는 불길한 색깔인 회색의 마법사이고, 목소리도 쏘는 것 같이 날카로우며, 그 거친 목소리로 늘 임박한 재난에 대해 말한다. 그래서 별명도 ‘폭풍의 까마귀’이다(『반지의 제왕』 제 3권 6장 228쪽). 물론 부활 후 ‘백색의 기사’가 되었지만 말이다.

 또 한 명의 구세주인 ‘성큼걸이’도 마찬가지다. 앞서 보았듯이, 그는 ‘어둠 속에 앉은, 햇볕에 얼굴이 시커멓게 그을린 이상하게 생긴 사람’이다. 키가 크고 다리가 길다는 것을 빼면 주목할 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샘도 그를 의심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이 그의 모습 그대로라는 것을 프로도는 알았다. 만약 그가 악마 사우론 편에 선 악인이었다면, 외모가 훨씬 더 잘 생겼을 것이고 더 그럴 듯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큼걸이’는 다른 사람들이 그를 부르는 별명이고, 그의 진짜 이름은 아라고른이다(『반지의 제왕』 제 1권 9장 374-375쪽). 그는 먼 옛날 중간계에 누메노르인들의 망명왕국을 세운 엘렌딜 대왕의 후손으로, 수백 년 전에 멸망한 북왕국 아르노르와 남왕국 곤도르 왕권의 적법한 후계자였다. 하지만 외모는 전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간달프는 프로도에게 보낸 편지에 다음과 같은 시를 적었다.

 황금이라고 해서 모두 반짝이는 것은 아니며,

 방랑자라고 해서 모두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속이 강한 사람은 늙어도 쇠하지 않으며,

 깊은 뿌리는 서리의 해를 입지 않는다.

 잿더미 속에서 불씨가 살아날 것이며,

 어둠 속에서 빛이 새어 나올 것이다.

 부러진 칼날이 다시 벼려질 것이며,

 잃어버린 왕관은 다시 찾을 것이다. 

(『반지의 제왕』 제 1권 9장 371-372쪽).

 2. 왕관 없는 왕

 천국의 왕 예수 그리스도는 마구간에서 태어났다. 그는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는, 사람의 눈에 보기에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것이 없는 이(사 53:2)’였다. 왜 그랬을까? 성경은 수많은 곳에서 ‘눈에 보여지는 것의 아름다움’을 경계하라고 가르친다. 

 선지자 사무엘이 사울의 뒤를 이을 왕을 고르려고 베들레헴 이새의 집을 방문하여 그의 아들들을 둘러보았을 때, 하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용모와 키를 보지 말라… 내가 보는 것은 사람과 같지 아니하니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삼상 16:7).” 사도 요한은 이렇게 말한다. “이 세상이나 이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하지 말라 누구든지 이 세상을 사랑하면 아버지의 사랑이 그 안에 있지 아니하니,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니 다 아버지께로 온 것이 아니요 이 세상으로부터 온 것이라(요일 2:15-16).” 또 야고보도 이렇게 말한다. “그런즉 누구든지 이 세상과 벗이 되고자 하는 자는 스스로 하나님과 원수 되는 것이니라(약 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