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목사님, 한집사가 고수 또 뜯어갔어요!”, “꽃이 피었던데 그걸?” 우리 집 뒤뜰 교회 터는 요즘 옥수수와 해바라기, 그리고 들깻잎이 난쟁이 똥자루 같다. 봉숭아는 성공했고, 연못에 금붕어 여러 마리를 아이들과 함께 사서 보낸 김도영 집사 식구들의 염원은 무참하게 무너졌다. 밤새고 아침에 물고기 밥을 주러 나갔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범인이 누군지 단서조차 없다. 아뿔싸! 난감하다. 의심이 가는 건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연못에 목을 축이는 들고양이? 아니면 텃새가 된 새떼들, 풀잎을 갈아먹는 우렁이? 

 바나나 너는 알지! 금붕어의 행방을

 우뚝 서서 열매를 내리 여는 물구나무 선 바나나 꽃자루는 알고 있을 터인데 소통하는 방법이 없다. 물위에 애매하게 떠 있는 부레옥잠 뿌리 밑에 숨어 있을 것을 기대하며 옆으로 밀치는데 검은 뿌리만 수염처럼 흔들거리고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다. “목사님, 수족관에 있는 것 다 싹쓸이 해왔어요.” 그런데 수십 마리가 한 마리도 없이 휴거라도 되었단 말인가 그것도 단 하루 밤 사이에! 이 황당한 사실을 김집사와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긴 하다. 

 도난당한 울화를 삭이며 주변을 살핀다. 흔적을 발견하기 위해서다. 미궁이다. 연못 주변 남쪽 코너에 있는 바나나 밭에서 두 줄기에 바나나가 열리기 시작했다. 물구나무 선 굵은 꽃자루가 내리내리 피면서 하루 한두 손씩 손가락처럼 꽃자루에 매달려 내려온다. 꽃자루 끝의 주먹덩이 같은 꽃은 한 꺼풀 두 꺼풀 벗으면서 어린 바나나 손이 된다. 그러고도 두어 달 동안 아기 손가락이 살이 찌고 길이도 길어진 파란색이 점점 노란색으로 변하면 어느 날 갑자기 익은 바나나가 된다. 한 자루에 이십 여손이 층층이 져서 장관이다. 이십 층 아파트처럼 줄줄이 내린 바나나 수확은 어른 혼자 들기가 무거울 정도다. 

 바나나 집성촌 옆에 노지에 심은 포인세티아는 너무 웃자라서 볼품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잎사귀도 붉지 않다. 날씨 탓인가 햇빛 노출시간이 안 맞아서인가? 그 이유를 페북친구들에게 여쭤봐야겠다. 오른 쪽으로 돌아서 수돗가에 이르면 보라색 꽃을 무진장 피는 덩굴식물이 무성하다. 벽을 타고 올라가서 한 쪽 벽을 장악하고 보라색 꽃을 피우게 하는 것이 계획인데, 그래서  벽 쪽에 타고 올라갈 플라스틱 그물을 치려고 사다놓은 망은 혼자 치기가 힘이 들어서 손 맞춰줄 의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덩굴손은 기다려주지 않고, 앞에 서서 생존 경쟁을 선언한 무궁화와 천사의 나팔, 무화과 줄기를 칭칭 감고 올라가며 목을 조이고 있다. “주여 주인 잘못 만난 나무들을 긍휼히 여겨주옵소서!” 정석윤 집사가 11월 중순에나 돌아온다니 그때까지 기다리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현지인 일꾼을 하루 불러 써야 해결이 될듯하다. 

 손바닥 농장에는 채소가 자란다

 한 바퀴 돌아서 연못 앞쪽 벽돌로 칸을 친 손바닥농장에 심어 놓은 고추, 고수, 상추, 가지, 아그리온, 대파, 케일 등등의 쌈 채소들이 씩씩하다. 케일은 사람도 좋아하지만 유난히 벌레들이 좋아해서 농약이 꼭 필요한듯하다. 손으로 잡아 보면 뱃속이 파란색이고 언제 달려왔는지? 참! 케일 잎이 수난을 당해서 다소 게으르게 발견하면 잎은 다 갈려 먹히고 줄기만 앙상하게 남는다. 그렇다면 시장에서 파는 싱싱하고 손바닥만큼 큰 케일은 어떻게 생산하는 것일까? 농약! 범벅? 확인할 길이 없으니 당분간 절제하는 채소가 되어야 할 듯싶다. 월요일에 규선이와 함께 화분과 채소밭에 물을 듬뿍 줬는데, 그래서 두어 그루 심어놓은 고수는 참 싱싱하고 풍성했는데 한집사가 무자비하게 잎을 딴 후 스스로 위기를 느꼈는지 잎이 다시 솟구치며 재빠르게 꽃망울도 같이 활발하다. 그런데 오늘 그것마저 뜯어갔다니 어린 꽃망울이 있는 고수 맛은 어떨까 자못 궁금해진다. 고수 모를 10그루는 더 심어야 할 판이다. 

 한편, 어제 길 집사가 방문해서 쌈 채소 아그리온과 풋고추, 그리고 상추를 뜯어서 몇 쌈 쌀 수 있는 작은 양을 비닐 자루에 넣어 보낸 후라서 가난한 채소밭이었는데 꽃핀 고수가 한집사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목사가 기도하며 말씀을 준비하고 그리고 짬짬이 채소를 가꾸고 너나없이 나눠 잡술 수 있는 그런 행복한 목회를 사모하며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