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지난 4월 한국에 갔다가 5월에 브라질로 부치고 온 책 두 박스가 브라질에 왔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해마다 한국연회 참석하고 일 년 동안 볼 책들을 사기도 하고 기증을 받기도 해서 우체국 택배 박스로 두 박스를 브라질로 부치고 오면 두세달 후에 배달이 되기도 하고 창고에 가서 찾기도 하면서 여러 해를 반복해온 통과 의례입니다.

 브라질까지 왔다가 돌아간 우체국 택배

 그런데 금년에는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배편으로 온 물건이 다시 되돌아 간 것입니다. 우편료 20여만 원을 들여서 부쳤는데 돌아가서도 또 20여만 원을 내고 찾고, 다시 부치는 가격을 또 들여 브라질로 부쳐야 하느냐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화나는 일이지만 어쩌겠습니까? 브라질의 후진성을 탓해봐야 내 발등 찍는 일이고 주소와 여덟 자리 우편번호(13400-050)를 확인시키고, 혹시나 해서 한국으로 치면 주민등록 번호에 해당되는 쎄뻬이삐(CPF)까지 일러주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혹시 내용물의 가격을 적는 난이 있으면 사용하던 책(Used Book)이라고 적으라고 했습니다. 이제 또다시 배편으로 올 것이니 마냥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일입니다. 아무리 빨라도 내년 초에나 받아보면 다행입니다. 한국의 택배문화의 편리함에 젖어 살던 추억이 생각나서 마음 가라앉히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 집에서는 제일 젊은 오십 중반 막내 여동생 찬숙이가 나서서 이 일을 해결해주니 고맙습니다. 6년 전 이맘때 여동생 내외는 우리가 브라질에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모님이 사시는 집 옆 건물로 이사 와서 지금까지 부모님과 함께 사는 효자 딸이고 사위입니다.

 부모님들 조금만 기다리세요

 우리가 브라질에 올 때만 해도 70대 후반이시던 부모님이 이제 80이 훨씬 더 되셔서 어머니는 약간 치매기까지 있으시니 옆에서 모시고 사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들까를 생각하면 감사 또 감사입니다. 우리가 브라질에서 맘 놓고 선교할 수 있는 것은 김정배정찬숙 내외가 부모님 지근거리에 살고 있어서입니다. 브라질선교 마치고 돌아가서 동생이 하던 그 귀한 돌봄을 이어가며 효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아버님과 나이가 같으신 장인어른과 작년에 세상을 떠나신 장모님에게는 더 죄송합니다. 은퇴가 5년 정도 남았으니 앞으로 오년 후 부모님들이 살아계신다는 보장도 없고 혹 살아계신다고 해도 최소한 요즘처럼이라도 건강하다는 보장도 없는 그런 현실입니다. 그래도 우리가 은퇴 목사가 되고 장인어른과 부모님들과 단 몇 년이라고 함께 효도하며 살고 싶어 늘 부모님의 건강을 위해서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