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사회 읽기:한인의 미래)뒤틀린 역사
2021/11/05 07:20 입력  |  조회수 : 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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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중 선교사(사회학박사,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브라질의 역사는 전진하고 있습니까? 브라질은 나아지고 있습니까? 이 땅에 살면서 하루에도 몇번이고 묻는 질문입니다. 필자가 상파울로에 도착한 2014년보다 두배가 오른 기름값에 놀라며 오늘을 삽니다. 가정용 가스값은 세배가 올랐습니다. 물가 상승속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8년이나 집권한 전직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 다시 나온다고 하고 현 대통령은 국가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채 인플레이션에 갇혀 교육, 연금과 같은 개혁에 손도 못대고 있습니다. 교육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은 커녕 1년 뒤 미래세대에 무엇을 가르쳐야 성숙한 시민 경쟁력있는 자원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회범죄는 고도화되는데 공권력은 시민 한사람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름이 나는 나라에서 기름값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현실. 국제환율 변동과 외국투자자본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경제상황.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정치판. 우리가 살고있는 가능성의 땅은 언제까지 가능성이라는 굴레에 갇혀있을까요. 세상은 급속하게 변하고 혁신과 인공지능 시대를 준비하고 있지만 브라질에서는 다른 나라 이야기 같습니다. 

 브라질이 ‘발견’된 1500년부터 이 땅은 ‘외부의 것’ 에 의해 역사가 흘러가고 결정되었고 기록되었고 기억되었습니다. ‘스스로의 역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었나요. 1763년 히오 수도 천도, 1822년 독립선포와 신헌법 공포, 1888년 노예제 폐지, 1937년 신국가 선언, 1964년 군부의 시작, 1985년 재민주화, 1990년대 신자유주의의 도입과 같은 굵직한 사건을 앞에서 대다수의 민중이 공감하고 책임질만한 결정을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시민의식이 부재했습니다. ‘엘리트’들의 나라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 종교 엘리트들은 기득권을 지키기에 급급했습니다. 결과는 소수를 위한 다수의 희생이지요. 

누군가가 브라질의 역사를 묻는 다면 남에 의해서 기록되고 강요되고 폭력이 가해진 ‘뒤틀린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가려고 하면 뒤에서 잡아당기는 힘으로 멈춰서서 과거를 해결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브라질의 역사는 섞임, 혼합, 혼종의 역사입니다. 논리적, 이성적, 계산적으로 생각하고 예측하기 힘듭니다. 명확하게 맞는 것이 없는 너도 맞고 나도 맞을 수 있는 환경이 너무도 많습니다. 현재의 고통,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희생을 억누르는 합의된 평화와 안정에 우리는 익숙해졌습니다. 브라질의 역사는 다양한 형태의 기억을 만들어내는 용광로와도 같습니다. 모든 것이 혼합 될 수도 있고 모든 것이 분리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더 복잡한 것을 감내할 만한 것이 있는 ‘가진 자’들이 브라질을 끌고 밀고 있습니다. 지주들의 나라. 주인들의 나라입니다. 더 가진 자들의 세상. 조금 훔치면 도둑이 지만 많이 훔치면 추장이 됩니다. 사회 곳곳에 골목대장이 판을 칩니다. 너도 나도 조금의 기회만 보이면 권위를 행사하려합니다. 이들의 권위주의와 개인의 이해관계는 사회의 깊은 곳에 뿌리를 내려 시민의 자유로운 사고와 권리 행사가 제한됩니다. 시민운동, 공공의식에 대한 추구는 끝에가면 흐지부지 되는 이유입니다. 시민의식과 희생으로 ‘공공성’을 성취해 낸 승리의 순간이 이 땅에 있었나요. 인간으로서 시민으로서 마땅히 누려야할 권리를 대다수의 브라질인들은 놓치고 있습니다. 뒤틀린 역사 앞에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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