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중 선교사(사회학박사,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배움과 발전 

 예수회 신부들은 식민지 시절 브라질 교육의 토대를 놓았습니다. 가톨릭 교회는 이 땅 사람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제도였습니다. 보편적 교육은 아니었지만 누군가를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는 인식을 심은 곳은 예수회와 가톨릭교회였지요. 이들은 당시 이베리아의 문화와 전통을 가져왔고 유럽식 교육이 브라질 곳곳, 여러 층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영향도 큽니다. 19세기 초반부터 개신교 선교사들은 이 땅에 들어와 가르치고, 인간개발, 기독교 세계관의 전파를 위해 애썼습니다. 한편 포르투갈 왕실은  리스본 과학 아카데미(1772), 예술 교육 기관인 Aula Prática de desenho e Figura, 왕립 해군사관학교, 군사사관학교 등을 설립했습니다. 브라질 독립(1822년) 이후 법률학교, 예술학교, 기술학교, 군사학교가 유럽의 지원을 받아 시작합니다. 브라질 엘리트들은 유럽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을 선호했지만 근대식 교육기관은 이미 브라질 토양에 자리 잡습니다. 따라서 예수회, 가톨릭교회, 개신교회, 그리고 왕실이 시작한 세속교육은 밑바탕에는 유럽식 기독교사상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인간은 배워야 할 존재이고 교육을 통해 계속 발전해야한다는 것이지요. 배움이 없이는 발전이 없습니다.  

 판데믹 시대

 정복자들이 들여온 기독교 교육의 토대에 미국식 실용주의가 접목되어 현재 브라질 교육은 획기적인 전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문맹률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대학교육에 대한 관심도, 평생교육에 대한 인식도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고령화시대에 곧 접어들 브라질에서 교육만큼 큰 관심을 받는 분야도 없습니다. 누구나 이렇게 말합니다. 브라질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있다고. 그러면 판데믹 시대에 브라질 교육은 어떻게 될까요. 교실에서 뛰어놀고, 손과 손을 잡고, 눈과 눈을 마주치고, 가까이에서 함께 호흡하며 나와 타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장면을 다시 볼 수 있을지요. 많은 아이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학습자와 교육자가 대면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프로젝트나 워크그룹을 통한 학습 환경은 늘어갈 것입니다. 교사와 학생을 연결하는 통로는 학교라는 학습장을 뛰어넘어 상호소통의 배움에서 학생의 필요에 따라 맞춤 교육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기술과 플랫폼 개발은 미래 교육의 핵심자원입니다. 인터넷 보급과 품질이 교육에서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사회적 인식

 브라질은 미래 교육에 준비가 되어있는지요. 두 가지 문제가 보입니다. 먼저 기술입니다. 인터넷이 전국적으로 보급되어 있지도 않고, 속도 편차도 심합니다. 아직도 많은 지역에서는 컴퓨터, 웹캠, 마이크와 같은 장비를 구하기 쉽지 않습니다. 학제와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 도구들도 개발해야합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입니다. 브라질 엘리트들이 구축한 교육제도는 그들만의 리그입니다. 비싼 등록금과 교과서는 특권층만 누릴 수 있는 영역입니다. 배움자체가 기쁨이고, 삶에 도움이 되고, 인생의 의미이고 사회발전의 토대라는 인식은 브라질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삶의 토양과 환경이 각각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인들은 자원 하나 없는 작은 영토에서 배움과 앎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교육을 통해 빠른 손과 머리로 경이적인 기술발전과 경제성장, 민주화를 이루었고 전세계에서 주목받는 국가, 미래가 기대되는 나라가 되었지요. 한국인에게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브라질은 다릅니다. 이 곳에 먹을게 없으면 저 곳으로 가면 됩니다. 교육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인 것 같습니다. 나의 배움과 앎은 내 삶을 결정한다는 인식이 없는 한 브라질 교육의 미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