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코로나 관련 뉴스는 끝일 줄 모르고 계속 양산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정보가 넘쳐서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유리한 줄을 알고, 미리 대책을 강구하는 길이 보인다면 정보는 금값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 “목사님 백신을 맞고 브라질에 오셔야 합니다. 귀국이 좀 늦어도 꼭 백신 접종하고 오시면 좋겠어요”라고 조언하던 집사님이 계셨습니다. 마땅한 길이 안 열려서 부지런히 들어가서 맞아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 날짜에 맞춰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좀 더 적극적으로 알아보지 못한 불찰을 발견했던 겁니다. 위급한 용무로 외국에 나가야 할 사람, 선교사나 주재원들에게는 미리 신청한 후 대기하고 있으면 백신 맞을 사람의 결원이 생겨서 주사약을 버려야 할 바에는 외국에 나갈 사람들에게 주사를 준다는 것입니다.
브라질로 출발하기 이틀 전에 우간다의 정하희 선교사를 통해 들은 늦은 굳뉴스였습니다. 본인은 그렇게 눈치작전으로 백신을 맞고 간다고 알려왔습니다. 오자마자 주일을 지키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삶의 자리를 정돈하며 두 번째 주일을 준비합니다.
백신 맞고 둘째 주일을 준비합니다.
지난 수요일 저녁에 코로나 백신을 맞았습니다. 그날은 비가 부불부술 내렸고 시청 체육관은 한산했습니다. 준비해간 서류를 확인하고 오른쪽 어깨를 찔렸습니다. 그리고 8월 14일에 2차 백신을 맞기 위해서 그 자리로 다시 와야 한다고 고지를 했습니다. 브라질의 경우 백신 접종 후 사망자의 비율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점점 뻐근해지면서 잔열이 시작됩니다. 오늘 쪽 팔이 들리지가 않습니다. 점점 몸이 불이 됩니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나 밤 2시에 깨서 뒤척이며 이 난국을 어찌 극복할까를 생각했습니다. 정기적으로 타이레놀을 먹어야 하는 지경입니다. 전 세계 수억 명이 이런 공통적인 경험을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바이러스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백신이란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과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실제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려 고생하는 이들은 어떨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한국사회 모든 분야에서 그리고 우리처럼 해외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있어서 코로나바이러스는 참 대단한 위력을 지닌 어깃장을 놓는 힘입니다. 세상이 복잡해서 이 바이러스도 서로가 이용해서 자기에게 유리하게 하려고 머리를 씁니다. 정계와 산업계가 그렇고, 상업은 반 토막이라는 말이 들립니다. 교회도 휘청거리기는 마찬가집니다.
코로나 이후의 득실을 계산하는 사회
한국에 가서 만났던 교회의 목사님들의 한결같은 증언은 “모이는 것에서 자유로워진 후 안 모이고 다른 일을 하는 단맛에 길들여지고 있다”며 “앞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끝난 후 이런 습관이 교회의 쓴 뿌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너무 몸이 괴로워서 중간에 일어나서 기도를 다했습니다. 뻐근한 잔열과 몸살기운, 살이 쓸리기만 해도 아픈 그런 느낌 등이 잠 못 이루는 밤을 만들었습니다. 잠깐 잠들었다 괴로워서 깨길 수없이 하며 하루 밤을 지냈습니다. 금요일 아침, 아무리 몸이 괴로워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까롤로스 목사에게 찬송가, 주보 초안을 만들어서 김성일 집사에게 보내고, 영상팀에게 보내는 일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오늘 저녁까지는 설교초록을 영상팀에게 보내서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만들고, 토요일 2시에는 5월 16일 주일예배 리허설을 합니다. 이건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계없는 절대 절명의 일상적인 사건입니다.
유권사님,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맞으셨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제 아버님도 백신을 맞으셨습니다. 이제 집단 면역이 생기는 평안한 날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