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자들의 등장
 브라질은 지난 25년간 진보적, 좌파, 자유주의 사상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1995년 카르도주 정부는 사회주의 사상에 기반했습니다. 2003년 룰라는 저소득층에 기반한 대중영합주의(Populismo)의 노선을 유지합니다. 2011년 지우마는 룰라정신의 계승으로 복지정책의 확대를 펴게 되고 사회 전반에 진보와 자유주의 사상이 들어왔습니다. 복음주의자들에게 민감한 이슈인 낙태, 동성혼, 마약소지, 총기, 범죄형량에 대한 폭넓은 진보적 공간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2019년 보우소나루 정부 등장으로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브라질 대통령 최초로 자신이 개신교인이라고 밝힌 그는 입법, 사법, 행정 요직에 복음주의자들로 채우고 있습니다. 다양화, 다원화, 혼종성이 특징인 브라질에서 이례적인 정치현상입니다. 남미의 맹주인 브라질이 국가와 종교가 결탁할 기미를 보이자 남미 여러 국가들에게도 여파가 미치고 있습니다.

 국가와 교회
 복음주의 교회는 2022년 대선에서 보우소나루의 재선으로 브라질이 미국과 같은 기독교 국가의 기틀이 만들어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보우소나루의 급진적인 보수성향과 복음주의에 대한 애정을 보면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브라질 개신교는 봉건제 이래 비공식 국가 종교였던 가톨릭의 핍박에 견디고 살아남기 위해서 세속국가(Estado laico)를 지지하고 종교의 자유를 위해 싸워 왔습니다. 1964년부터 20년간 지속되었던 권위주의 군부정권(ditadura militar brasileira)에 적극적으로 싸우며 민중과 사회운동에 관심을 가진 교회도 많습니다. 가톨릭이 국가 권력과 결탁할 수 있었던 것은 땅과 재산을 기반으로 하여 단일한 교회 정치체제와 시스템이 견고하게 유지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 시점의 복음주의 교회는 가톨릭과 같은 단일한 종교적 정치성이 약합니다. 여러 교단으로 나눠져 있고 교단을 초월한 교회가 많아지고 있으며 지역적인 성격도 강합니다. 복음주의 교회가 사회 윤리 이슈에 자신들의 뜻을 관철 시킬 수 있겠지만, 개신교의 나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동력은 약해보입니다. 복음주의 진영이 바라는 근본적인 정치변혁은 교회가 세상의 권력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세상 속으로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가진 깨어있는 시민을 내보낼 때 가능해 보입니다. 정치권력은 순간이지만 기독교적인 가치는 영원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