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반달이란 국민 동요 아시죠? 여기 사는 이민자들도 다 아는 어릴 적 동요노래입니다. 이민자로 살다보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가슴이 꽉 막히고 아무 것도 먹고 싶지 않고 그냥 아른아른 눈물이 날 때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향수병에 걸렸다고 말들을 합니다만 고향 생각이 특별히 나는 것도 아닌데 그렇습니다.
고된 삶을 격려하는 소망의 동요 ‘까치설날’
2월 12일이 설날이니 음력으로 정월 대보름인 26일까지 초승달이 살쪄서 19일쯤 반달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16일의 브라질국민축제인 카니발은 날벼락을 맞을 것이 뻔합니다. 이민 생활이 힘들고 어려워도 설날에 가족들과 함께 부르는 동요가 까치설날입니다.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들이고 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우리 언니 저고리 노랑저고리 우리 동생저고리 색동저고리 아버지와 어머니 호사하시고 우리들의 절 받기 좋아하셔요.”
유권사님, 일 년 가까이 영상 예배입니다. 그래서 정겨운 대면 예배가 생각나지만 이번 설은 모이면 혼쭐이 나는 분위기입니다. 요즘 계속 강화되는 바이러스 정국의 붉은 지역표시가 상파우르주의 도시들을 위축시켜서 모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파우르에 사는 어떤 성도가 ‘설떡’을 가져왔습니다. 설 흉내라도 내면서 용기를 갖고 싶었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정월대보름을 향해 달려가면서 또 추억을 생각합니다. 각종 잡곡을 넣어 만든 오곡밥에 여러 가지 묵은 나물에다가 하루 일곱 번 밥을 먹고 한해 농사를 시작하는 첫 명절인데 금년에는 흉내도 못 내고 보름을 넘겨야 할듯합니다. 그럴 때 유독 생각나서 찾아 부르는 노래가 ‘반달’입니다.
샛별보고 ‘반달’ 확인하면 벌써 대보름
요즘 여긴 한여름입니다. 한국과는 반대편이니 모든 게 반대입니다. 기후도 계절도 심지어는 반달 방향도 한국과는 반대방향으로 뜹니다. 유권사님, 그러나 ‘반달과 까치설날’은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혹독했던 일본의 제국주의 지배 아래서도 불리어지던 국민 동요였습니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 나라로, 구름 나라 지나선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반짝 비치이는 건,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반달’의 가사입니다. 윤극영 선생의 곡입니다. 일제시대 일본에 유학해서 음악학교에 다니던 윤선생이 한국에 귀국해서 종로에 ‘일성당’이란 음악교실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노래를 좋아하는 학생들과 다알리아회를 만들어 방정환 선생과 함께 우리말과 동요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그 주옥같은 노래들이 오늘 국민동요가 되었습니다. ‘반달’은 1924년 만들어진 노래입니다. 그 즈음에 청년 윤극영은 할미꽃, 따오기, 손편지, 고드름 등등을 연속으로 지어 아이들과 함께 불렀습니다.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등등 설날에 자주 부르는 노래도 역시 윤극영 선생의 노래입니다.
설날이 지나고 정월대보름 사이에 뜨는 반달을 생각하면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내는 ‘국민동요’로 재등장 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