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뛰는 소리
 브라질 한인사회의 심장이 뛰고 있습니다. 의류제품업의 어려움이야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고, 코비드-19 상황으로 동포들이 많이 떠났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온 세상 다 어렵다고 하지만 한인사회는 다른 어느 재외한인공간보다도 역동적인 발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어려운 한인들에게 꾸준하게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주려는 한인회와 유관기관들 그리고 대사관 영사관의 노력은 한인사회의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지요. 최근 한인사회의 일련의 행사와 사업들을 보면 이전과는 다른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세대가 아우러져서 발로 뛰는 장면입니다. 특히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브라질에 교육을 받은 1.5세의 활동이 눈에 띕니다. 한국말도 포어도 곧잘 하는 이들의 활약은 황무지와 같은 이민사회에 촉촉한 단비를 뿌리고 있습니다.
 ‘같음’과 ‘다름’ 
 1세가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이민온 세대, 2세가 현지에서 태어난 세대라면 이민 1.5세는 중간에 낀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외대 양은미 교수의 “상파울로 한인 1.5세 학교라는 타자”(2010)에 따르면, 한인 1.5세의 기준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의 이민결정에 따라 이민을 온 경우이거나, UN, 한국, 브라질 정부에서 지정하는 유년기, 청소년기에 브라질에 온 경우, 혹은 브라질의 초등, 중등, 고등교육 과정 중 하나를 수료한 경우입니다. 한인 1.5세의 정체성은 ‘같음과 다름’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한국 문화와 말에 익숙하기 때문에 한국인으로의 ‘같은’ 동일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양하고 혼종적인 브라질 사회에서 나와는 ‘다른’ 정체성도 형성합니다. 따라서 1.5세의 삶은 ‘전략적’입니다. 한인사회에서 경제활동을 하면서 한국 정체성을 형성하고 브라질 사회와도 어울리면서 브라질 정체성을 드러내는 식이지요. 부모세대 정착의 어려움을 몸으로 경험했기 때문에 성공과 실패에서 배우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부모세대의 삶에 대한 정착의지와 자녀교육에 대한 열심을 목격하고 성장했습니다. 이민자의 성공과 실패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1.5세들은 브라질과 한국 양국에 최대한 뿌리를 내리려는 적극적인 태도를 띠며 한국과 브라질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브라질인들을 바라보는 태도도 주목할 만 합니다. 양은미 교수에 따르면 한인 1세는 브라질 사회와의 접촉점 없이 정착하고 한국정체성을 강화 했기 때문에 브라질인들을 나와는 완전히 다른 ‘타자’로 바라봅니다. 하지만 1.5세는 학교와 교육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브라질 사회와 만났기 때문에 ‘나와 너’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했고 성인이 되어서도 이 관계를 유지하며 브라질인과 사회를 객관적, 능동적,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1.5세가 형성한 ‘같음’과 ‘다름’에 대한 유연한 태도는 브라질 사회에서 한인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하게 하고 한인사회에서 브라질사회와 잘 동화된 자원으로 인정받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1.5세 같은 1세와 2세를 기대하며
 1.5세는 1세와 2세가 가지지 못한 유연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브라질 한인사회가 지향해야할 삶의 전략입니다. 언어적인 장벽, 문화적 차이, 정서적 이질감과 같은 이유에서 브라질 사회와 담을 쌓고 사는 1세에게 1.5세가 브라질을 바라보는 태도인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를 기대 해봅니다. 얼굴만 한국사람이지 브라질식 생활방식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한인 사회에도 브라질 사회에도 끼지 못해 결국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있는 2세들에게 1.5세의 한국문화의 ‘같음’에 대한 동질성은 삶의 소중한 자원이 될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