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지난 주간에는 제 어머니 박순희 권사의 생신이 있었습니다. 주 중에 생신이 있어서 천지사방에 흩어져 사는 자녀들이 주일에 미리 와서 부모님 나가시는 문산교회에서 예배를 같이 드리고 열식구도 더 되는 대부대가 식사 한끼 외식하고 헤어졌다고 했습니다. 애들이 온다고 해서 어머니는 마늘 데글데글한 걸로 한 접씩, 옥수수 ‘서른 개들이 한 자루씩’ 토종란 청계 한판, 감자 한 자루, 말린 햇 고추, 강낭콩 등등 한 짐씩 트렁크가 터지게 실려 보냈다고 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양가 부모님들이 다 생존해 계셨는데 금년에 장모님이 세상을 떠나시는 바람에 이제 세분 뿐입니다.
어머니는 1936년 8월 11일(음력 6월 24일생), 아버님은 1934년 9월 18일(음력 8월 18일), 장인어른은 1933년 1월 25일(음력 11월 22일), 금년 초에 세상을 떠나신 장모님은 1933년 12월 23일(음력11월 3일)이십니다. 우리 나이로는 85세, 87세, 장인어른이 88세이십니다. 생신을 맞으신 어머니는 자녀들과 손자녀들이 와서 오랜만에 북적북적해서 기분이 좋으셨다고 했습니다. 금년에 장모님이 세상을 떠나셨을 때 발만 동동 구르는 우릴 보면서 어머니는 약간 충격을 받으셨던 것 같습니다. 소식을 듣고 출발해도 삼우제나 함께 참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충격으로 다가온 듯합니다.
생신 선물로 금팔찌를 원하시는 이유 생신 맞으신 어머니에게 제가 식사비를 드릴 터이니 동네 어릴 적부터 신앙생활 같이 한 친구들과 식사라도 한번 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드렸습니다. 최근에 옥분이, 월계까지 죽었고 인혁이와 정숙이는 멀리 살고 몸들이 불편해서 힘들다고 하십니다. 나도 구부정한 허리와 불편한 걸음걸이를 남들에게 보이기 싫다며 거절하십니다. 생명 있을 때 자녀들과 교회를 위해서 기도하다가 ‘혹시나 밤에 혹시나 낮에’ 하나님이 부르시면 갈 일만 남았다고 말씀하십니다. 아랫집 할머니도 자녀들이 사는 인천으로 가셨다면서 조만간 세상 떠나실 것 같다고 꿈 이야기를 하십니다. 아랫집 함석지붕을 벗기고 짚으로 이엉을 엮어서 지붕을 덮는 꿈을 꿨다고 하십니다. 다시 한 번 “그래서 이번 생일에는 뭐 갖고 싶으신 거 없으시냐”고 물었습니다. 저희들 생각하시면서 딱 잘라 거절하십니다. 없다고 말입니다. 너무 거절하시는 게 미안하셨던지 다소 엉뚱한 이야기를 하십니다. 지근거리에서 같이 사는 막내 동생 ‘김정배 정찬숙’이 내외가 너무너무 잘한다면서 자식이지만 미안할 정도라고 말씀하시네요. 사실 우리가 브라질에서 맘 놓고 목회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한 동생 내외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장황하게 동생 칭찬을 하시다가 “내 생일 선물로 찬숙이 금팔찌 하나 해주면 어떻겠냐”고 말씀을 하시네요. 네 알겠습니다. 아내와 의논할게요. 어머니의 마음을 알았으니 어머니 차례가 오시기 전에 금년 어머니 생신 선물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