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 목사(World Share USA)

 

어느 날 전보 심부름을 하러 페르미나 다사네 집에 들른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책을 읽는 낭랑한 음성의 주인을 찾다가 플로렌티노 아리사와 마주칩니다. 그 순간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한 눈에 그녀에게 사랑에 빠집니다. 우체국 직원인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원래 소심 했지만 용기를 냅니다. 그는 매일 아침 7시에 그녀가 지나다니는 공원의 나무 아래에서 시집을 읽는 척 합니다. 그리고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를 쓰기 시작합니다.

 페르미나 다사는 어렵게 돈을 모은 뒤 신분 상승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홀아버지 슬하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 뜻을 따라 가정 수업을 받던 페르미나 다사는 낯선 청년의 연애편지에 꿈쩍도 안합니다. 답장을 받지 못하는 플로렌티노는 상사병을 앓습니다. 끙끙 앓는 아들을 걱정스럽게 지켜보던 어머니는 아들을 콜레라환자로 의심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페르미나 다사의 마음이 흔들렸고, 두 사람은 연애편지를 교환합니다. 결국 그들은 사랑의 언약을 합니다. 그러다 소녀의 아버지가 딸의 비밀연애를 알아차리고 진화에 나서지만 어렵습니다. 딸을 명망가문의 청년과 결혼시키려는 아버지는 우체국 견습 사원에게 딸을 줄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가산을 정리하고 딸을 데리고 여행에 나섭니다.

 고단하고 험한 이 여행을 통해 페르미나 다사는 다른 사람이 됩니다. 아버지의 과보호 속에서 꿈만 꾸던 소녀에서 집안 모든 일을 처리하는 의젓한 숙녀로 바뀝니다. 아버지는 딸의 변화를 확인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옵니다. 플로렌티노 아리사의 마음은 한결같았지만 페르미나 다사는 현실 인식을 합니다. 아버지의 뜻을 따르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콜레라 증세를 보이던 페르미나는 젊은 의사 후베날 우르비노 박사의 왕진을 받는데 박사는 페르미나 다사의 도발적이고 고혹적인 매력에 빠집니다. 결국 페르미나 다사는 플로렌티노 아리사가 아닌, 귀족 가문의 콜레라 전문 의사 후베날 우르비노와 결혼합니다.

 패배자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마치 콜레라를 앓듯 지독한 고열에 시달리며 그녀를 평생 마음속에 품고 살기로 결심합니다. 플로렌티노 아리사의 마음속에는 페르미나 다사 뿐이고, 페르미나 다사의 마음속에는 남편 후베날 우르비노 박사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고지순한 아내를 두고 후베날 우르비노 박사는 몰래 다른 여인과 밀회를 즐깁니다. 그러나 페르미나 다사는 귀족 집안의 여인으로 흠 잡히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후덕한 아내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며, 가문과 도시의 귀부인이 됩니다.

 남편과 함께 지역 행사에 VIP로 등장하는 페르미나 다사를 지켜보는 플로렌티노 아리사의 마음은 불편합니다. 그는 그녀를 포기하지 못하고 평생 결혼을 하지 않은 채 기다립니다. 그런데 그는 아이러니컬하게 첫사랑을 기다리기 위해 수많은 여인과 정사를 벌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의 일정을 조목조목 노트에 기록하였는데 무려 622번의 사랑을 이어갑니다.

 그렇게 51년 9개월 그리고 4일 동안 사랑을 기다린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어느 날 기쁜(?) 소식을 듣습니다. 첫사랑을 빼앗아간 후베날 우르비노 박사가 앵무새를 잡으려고 사다리에 올랐다가 떨어져 죽었다는 소식입니다. 이제 페르미나 다사는 자유입니다. 귀족집안 명예를 더럽히지 않으려 애쓰던 페르미나 다사는 70대 할머니가 되어서 자신의 삶을 살게 된 것입니다.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다시 한 번 사랑의 불을 지핍니다. 조심스럽게 ‘귀족이 되어버린 옛 연인’에게 다가갑니다. 남편의 죽음 이후에 페르미나 다사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습니다. 남의 눈치만 보며 살아온 그녀는 평생 자기 의지대로 살아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달려오는 첫사랑 플로렌티노 아리사를 통해 천천히 사랑의 문을 열어갑니다.

 하지만 사랑에 걸림돌이 있습니다. 그녀의 자식들은 70대 늙은 남녀의 만남과 사랑에 불편해 합니다. 중년의 딸은 ‘우리 나이에 사랑이란 우스꽝스러운 것이지만, 그 나이에 사랑이란 더러운 짓이에요.’라며 비난합니다. 평생 남의 눈치를 보며 자신을 숨긴 채 살았던 페르미나 다사는 이런 자식들의 비난을 받자 정신을 차립니다. 일흔 두 살의 그녀는 ‘일 세기 전에는 우리가 너무 젊다는 이유로 그 불쌍한 남자와 날 괴롭히더니 이제는 너무 늙었다는 이유로 그러는군.’이라 말하며 자신의 뜻대로 살기로 작정합니다.

 둘은 플로렌티노가 운영하는 유람선을 타고 여행합니다. 시선이 미치지 않는 강물 위에서 두 사람은 뜨거운 사랑을 나눕니다. 강을 따라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단순한 여정이지만 그들에게는 황홀했습니다. 51년 9개월 4일간 기다렸고, 또, 주변의 시선 때문에 속절없이 기다린 두 사람은 선상에서 뜨겁게 정을 통합니다. 그러나 70 노인들의 정사는 싱겁게 끝납니다.

 그것이 그들의 현실이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방해받지 않는 사랑을 마음먹습니다.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유람선에 노란 깃발을 매다는 것입니다. 배의 노란 깃발은 콜레라 환자를 태웠다는 신호입니다. 그들은 노란 깃발을 걸고 강을 오르내립니다. 반복적 운항에 지친 선장이 묻습니다.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하겠다는 말씀인가요?’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합니다. “우리 목숨이 다할 때까지.” 이상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콜레라 시대의 사랑” 줄거리입니다.

 마르케스는 콜롬비아 출신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입니다. 어린 시절 외가에 살면서 외조모를 비롯한 어른들로부터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들었는데 그 이야기들이 그의 문학적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본 작품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콜롬비아를 무대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이른 내전 시대와 콜레라 확산시대를 배경으로 한 남자의 사랑을 그렸습니다. 

 작가는 소설 속에 콜레라를 몇 차례 등장시키며 콜레라와 사랑의 열병을 대비시킵니다. 작가는 사회적 제도로 결혼은 조롱하고, 억압하는 사회 체제를 비판합니다. 마르케스는 콜레라가 창궐했던 시대에 이런 소설로 콜레라 공포에 떨던 사람들을 위로하려 했습니다. 작가는 소설에서 인생이란 결국 콜레라 같은 사랑을 앓다 허망하게 쇠해 가는 것이라고 암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