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쾌활한 키티는 미모를 발판으로 멋지게 결혼해서 엄마와 집안에 보탬이 되리라는 부푼 기대를 갖고 살아갑니다. 그녀는 수많은 남성들의 구애를 받았지만, 조건을 저울질하다 기회를 놓칩니다. 어느덧 나이에게도 동생에게도 쫓기는 신세가 되어 세균학자 월터와 서둘러 결혼합니다.
 결혼 후 키티는 남편 월터를 따라 홍콩으로 갑니다. 남편 월터는 지성과 인간애를 갖춘 건실한 남자였지만 자유분방한 키티에게는 너무 고리타분한 남자였습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홍콩에서 키티의 삶은 숨 막힐 듯 지루하고 따분합니다.
 이런 키티에게 근사한 남자가 나타납니다. 남편 따라 갔던 파티에서 만난 식민지 차관보 찰스 타운센드가 그녀를 유혹합니다. 찰스는 키도 크고 근육도 잘 발달 된 멋진 남자였는데 남편 월터와는 정반대의 사람이었습니다. 찰스는 아내가 있었지만 자유분방했습니다. 찰스는 키티의 단조로움에 의미를 주었고, 키티는 이런 찰스에게 몰입합니다. 키티는 찰스와의 밀월을 즐깁니다. 그러던 어느 날 키티는 자기 집 침실에서 찰스와 정사를 나누다가 남편 월터에게 현장에서 발각당합니다.
 남편 월터에게 불륜 현장이 발각된 키티는 적반하장입니다. 되려 남편을 윽박지릅니다. 그녀는 ‘난 당신을 사랑한 적이 없어. 우리는 공통점이 하나도 없잖아. 난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고 당신이 관심을 두는 일에 관심이 없어. 당신의 일은 지루하고 따분해!’ 마구 퍼붓습니다. 이런 키티의 말이 비수처럼 월터의 가슴에 꽂힙니다.
 그래서 월터도 아내에게 한 번도 감히 하지 못했던 잔인한 말들을 쏟아 냅니다. ‘나는 당신에 대한 환상이 없었어. 나는 당신이 어리석고 경박하고, 머리가 텅비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난 당신을 사랑했었어. 당신이 이류라는 것을 알고도 난 당신을 사랑하려고 노력했어. 내가 당신처럼 무식하지 않고, 내가 당신처럼 천박하지 않고, 남의 험담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했어. 이것은 한편의 코미디야!’ 서로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습니다.
 월터는 키티에게 찰스가 이혼하겠다는 확답을 받아 오고 이혼 확정판결이 나면 자신도 키티의 요구대로 이혼해 주겠다고 합니다. 키티는 남편의 요청대로 찰스에게 이혼을 요청합니다. 물론 찰스는 키티의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합니다. 불륜의 사실이 온 세상에 까발려지려는 위기를 맞자 찰스는 냉정히 키티를 버리고 돌아서 버립니다. 찰스의 배신에 대한 상처와 충격을 받은 키티는 남편을 따라 중국을 갑니다.
 월터는 키티를 데리고 콜레라가 창궐하는 중국으로 건너가 콜레라 퇴치 운동에 동참합니다. 중국에서 월터는 키티를 냉정하고 사무적으로 대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학대하듯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않고 콜레라 퇴치에만 몰두합니다. 키티는 자책과 무기력함으로 가득한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월터는 중국행을 결정하면서 일종의 부부 유배를 의도한 것입니다. 월터의 견지에서는 자신과 아내 둘 다 죄인이었습니다. 남편의 사랑을 배신했고, 남편에게 잔인하게 굴었던 아내 키티도 죄인이었지만 아내의 잔인함을 잔인함으로 받아쳤던 월터 자신도 사랑의 죄인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콜레라에 걸린 환자를 헌신적으로 돌보았던 월터의 행보는 인류애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오히려 월터는 합법적으로 자신과 아내를 파멸시키기 위한 장소로 중국을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콜레라가 기승을 부리는 중국에서 슬픔과 무기력의 날들을 보내던 키티는 어느 날 수녀원을 방문합니다. 수녀들의 봉사에 감명을 받은 키티는 수녀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시작하며 큰 보람을 느낍니다. 콜레라가 기승을 부리는 현장에서 키티는 삶에 대한 새로운 안목과 가치관을 얻습니다.
 콜레라의 창궐이라는 환경에서 키티가 성장과 성숙을 경험합니다. 키티는 생각이 깊어지고 세계관과 인생관이 풍성해집니다. 아울러 그렇게 멋없고 따분했던 남편 월트가 새롭게 보입니다. 세균학자였던 월트는 콜레라가 창궐하는 현장에서 영웅이었습니다. 그의 헌신과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저절로 머리를 숙이게 됩니다. 남편을 향한 존경심이 싹틉니다. 이제야 돌아보니 찰스를 선택한 것이 키티 자신의 실수입니다. 키티는 크게 뉘우치고 월터와 화해하고 친구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하지만, 월터는 여전히 냉담합니다.
 키티는 자신이 임신했음을 알게 되고 남편에게 임신 소식을 알립니다. 남편 월터는 그 아이가 누구의 아기냐고 묻습니다. 키티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지만 실제로 찰스의 아기일 가능성이 컸습니다. 월터는 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합니다. 얼마뒤 월터는 세균 실험 도중 콜레라균에 감염되어 위기를 맞이합니다.
 이미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키티는 남편인 월터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월터에게 눈물로 용서를 구하며 ‘아직도 자신을 경멸하느냐?’고 묻습니다. 월터는 대답합니다. “아니 나 자신을 경멸해, 당신을 사랑했으니까.” 이렇게 월터는 죽어갔고 키티는 새로운 인생여정으로 계속 성장해 갑니다. 그녀는 뒤늦게 인생의 의미와 사랑의 가치를 깨닫습니다. 키티가 진정한 어른이 되어 갑니다. 이상은 서머싯 모옴의 “인생의 베일”의 줄거리입니다. 많은 문학 평론가들은 이 작품을 여성의 성장 소설로 인정합니다.
 ‘인생의 베일’은 연애소설의 느낌이 있지만, 인생의 아이러니와 인간의 나약함을 극복해 가는 주인공을 그리는 성장 소설입니다. 권력과 돈의 상징인 찰스에 실망하는 키티를 통해서 돈과 권력의 허무를 가르칩니다. 키티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통해서 허영과 욕망이라는 약함을 극복하며 참사랑, 용서와 화해, 그리고 삶의 의미를 품은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합니다.
 이 근사한 성장의 동력이 콜레라라는 것입니다. 사랑의 배신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키티는 콜레라가 창궐하는 현장에서 성장을 위한 눈이 열립니다. 세상적 쾌락과 사치에 빠져 살던 어른아이 키티가 콜레라라는 위기를 만나니 남편이 보이고, 인생이 보이고, 참사랑이 보인 것입니다. 이번 코로나를 통해서도 정부, 지도자, 공동체, 개인의 성숙과 성장의 역사가 있기를 기대하며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