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사님, 한국에는 복수초가 한창이더군요. 눈 내린 산야에 핀 노란 복수초는 겨울을 지내고 봄을 맞이하는 전령노릇을 하는 꽃입니다. 그리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매화가 핍니다. 눈 속에 핀 매화를 설죽매라고 한다죠?
 복수초 매화 처녀치마가 봄을 알리고
 한국의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우리꽃 이야기”(친들꽃)에서는 매주 토요일에 자기가 한 주간 동안 찍은 꽃을 올려 누가 친근한 꽃을 올렸는지를 심사하고 장원을 뽑고 순위를 매겨서 나누는 모임이 있습니다. 토요일이 되면 방장과 평가를 하는 서슬 퍼런 동호회 선임자들이 있습니다. 매주 장원한 꽃들을 일년 모아서 달력도 만들고 스카프도 제작해서 나눠 갖습니다. 그리고 일 년간 모아진 꽃들은 좋은 액자에 담아 전시회를 해야 한해가 마갑됩니다.유권사님, 작년에 우리는 스카프를 주문해서 한국에서 브라질 공수작전을 펴서 여자 교우들에게 스카프를 나눠드렸습니다. 그 모임이 요즘 ‘우리 꽃 100개’를 선정해서 작년 한 해 동안 찍은 사진을 올려 나눠보는 겨울 행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지난 계절에 찍은 사진, 카메라에 보관된 사진을 ‘묵은지’라고 하더군요. 설날 즈음에 공지를 하면 한곳에 사진들을 모아서 전시회를 준비하는 몸짓입니다. 작년에는 신구대학 전시실에서 전시회를 했습니다. 한해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보던 그 아름다운 야생화들을 전시회에 가서 직접 보고 싶었는데 너무 멀어서 사진으로만 열심히 보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열리는 감리교 연회 때 한국에 가서 미리 주문한 우리 꽃 스카프를 100여장 가져다가 성도들과 나눠 갖습니다. 유권사님, 요즘 친들꽃에서는 할미꽃, 매화, 홍매, 복수초, 벚꽃, 동백꽃, 복사꽃, 처녀치마, 개나리 등등 봄꽃들이 서로 우열을 다투고 있습니다. 유권사님, 어릴 때 생강나무가 노란 꽃을 피울 때 뒷산에 가서 가을에 낙엽 떨어진 진달래를 꺾어다가 꽃병에 꽂아두면 꽃눈이 커져서 겨울에 꽃을 보던 생각이 났습니다. 그런가하면 섣달에 강화도 백년사란 절 부근 양지바른 곳에 눈이 내리면 달려갑니다. 눈 속에서 피어나는 복수초를 보기 위해섭니다. 이 꽃을 보면 ‘얼마나 대단한 에너지가 그 속에 있어 겨울 눈 속에서 얼어 죽지 않고 꽃대를 올려서 노란 꽃을 피우나’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꽃을 보고 있는 난 손발이 시린데 눈 속에 꽃이 피어 있느니 말입니다. 그리고 버들가지가 눈 녹아 흐르기 시작한 산골짜기에 피고 노루귀가 눈이 덜 녹은 동산에 얼굴을 내밀 때 봄이 왔구나 하는 포근함을 안깁니다. 지금 한국의 산하에 이런 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린 깨어 간절히 기도하면서
 그런가하면 섣달그믐이 지나고 정월이 되면 가을에 쒀놨던 메주를 가져다가 된장과 간장을 담그는 계절입니다. 작년 가을에 수확한 콩으로 메주를 쑤고 해를 넘겨 음력 정월에 장을 담가야 벌레나 나쁜 균으로부터 보호가 되어 맛있는 장을 담그는 전통이 수천 년 내려와서 지금까지 시골 장독대를 대물림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지인들이 ‘추워추워’ 할 때 우린 ‘더워더워’ 하면서 지구 반대편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계절과 상황과 상관없는 것은 한해가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한해를 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금년 한해도 계절의 섬세한 변화를 통해서 우리에게 들려주는 친들꽃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깨어 기도하면서’ 살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