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영 목사(워커스미니스트리 대표)

 

약 10년 전, 청년사역을 섬기던 당시, 목요일마다 녀석들에게 요리를 해주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걸 먹어준 청년들이 고맙고 미안하기도 하다. 음식을 해주다보니 나름 많은 것을 배우며 맛의 비밀들을 알게 되었는데 그 진실들이 모두 즐겁지만은 않았다.
 한 번은 어묵탕을 해주려는데 멸치가 큰 봉지 밖에 없어 조미료로 대신하기로 했다. 처음엔 천천히 맛을 보며 넣었는데 아무리 넣어도 차이가 나질 않는다. 한 수저, 두 수저, 다음엔 한 봉지, 그리곤 결국 한 국자를 넣게 되었다.(인원 수가 좀 많았다.)
 그 많은 조미료를 넣으며 마음이 편할리 없었지만 우선 맛을 보니 “오! 바로 이 맛.”. 나는 이왕 이렇게 된 거 갈 때까지 가자는 생각에 얼른 무를 썰어넣고 끓자마자 파를 넣어 탕을 완성시켰다.(당시 무를 넣는 내 모습을 찍었다면 가관이었을 것이다. ‘히치코크’의 ‘싸이코’?). 다 완성된 탕을 그릇에 담아 청년들에게 나눠주고는 조마조마 관찰하는데 제일 먼저 맛을 본 녀석이 “흠?! 전도사님!!”하는 것이었다. 나는 ‘아 들켰구나, 조미료탕..’했는데 이 녀석 하는 말이 “무를 넣어 정말 시원하네요!”. 나는 안도의 숨을 쉬고는, “무가 얼마나 몸에 좋은데.. 많이 먹어..”하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 한 번은 ‘파닭’을 해주는데 보기엔 치킨 위에 파를 듬뿍 얹어 그래도 다른 치킨보다는 신선하고 건강해 보여 그 중에는 ‘웰빙’으로 통한다. 하지만 진실은 웃기지도 않다. 우선 치킨을 준비하는 과정은 같다. 그리고 다 튀긴 치킨 위에 채썰은 파를 산처럼 얹고 소스를 부으면 끝인데, 문제는 이 소스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여기에는 미린, 마늘, 생강즙, 레몬, 식초, 간장 등이 들어가는데, 놀라운 부분은 마지막 설탕을 넣는 부분이다. 배운대로 양을 계량해 넣다 반이나 넣었을까?
 설탕 양이 이미 소스를 넘어 아이스버그처럼 솟아오른 것이었다. 난 놀라 몇번이고 확인했지만 양은 정확했다. 그리고 아직 넣어야 할 설탕은 남아 있었다. 난 ‘설마 이게 다?’하며 ‘에라이’하고 나머지를 넣고 저으니 신기하게도 그 높았던 하얀 산이 곧 녹아 사라졌다. 난 다시 마음을 비울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곤 곧 치킨 위 수북히 쌓여진 파 위로 당뇨를, 아니.. 소스를 천천히 쏟아부었다. 그리고.. 그 날 난 청년들에게 최고의 요리사라는 칭찬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뭐 이것 뿐이 아니다. 탕수육 소스도 마찬가지이다. 녹말물 반, 설탕물 반(헉!)에 식초를 정말 쳐(?)넣어야 제 맛이 나고, 짜장소스도 중국집 맛을 내려면 춘장을 볶을 때 기름의 양을 완전히 잠길 정도로 부어야 한다. 한마디로 끓이고 튀기는 수준이다. 물론 볶은 후 기름은 따라낸다지만, 그래도 춘장에 스며든 기름양을 생각하면.. 아휴~. 디저트 이야기는 다음에 하자. 하지만..
 이럼에도 우리 입은 즐겁다. 입안에서 파티가 열린다. 점점 더 강하고, 달고, 시고, 짜고. 또 짜니까 더 설탕을, 매우니까 더 설탕을, 설탕 안 넣으려고 더 지방을.. 요리가 문제일까? 아니다. 중독되고 마비된 우리 입맛이 문제다. 이러는 동안 살은 자꾸 찌고, 병들고, 그럼에도 생각나서 또 사먹고, 후회하고, 그러곤 살뺀다고..
 제발 부디 우리 신앙은 이러지 말아야 할텐데 말이다. 실천은 없고, 순종도 없이 자극적인 것, 신박한 것만 따라다니다 머리만 커져서, 살쪄서 헬스장 등록하듯 교회등록 하고는, 살 안빠진다고 투덜대듯 하나님은 왜 안나타는거야 하는, 우리 신앙은 제발 이러지 말아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