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명 목사(나누리나누리선교회장)

 

나는 고등학교 시절 교회에서 함께 활동한 3명의 친구와 못 보면 못살 것 같이 매일매일 붙어 다녔다. 용덕, 문기, 원집 그리고 나 지금도 그 이름을 부르면 옛날 생각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어느 날 밤 12시쯤 되어 얼굴이 붉게 되어 씩씩거리며 내 집으로 달려온 원집이 그는 집안의 장남인데 밑에 동생들이 잘못하면 아버지가 장남이 잘못해서 그렇다고 자기만 때린다며 씩씩거렸다. 또 용덕이라는 친구는 교회 나오는 이화여고 여학생을 짝사랑해 얼굴이 핼쑥해지기까지 한 그 모습, 그리고 지금 미국에서 목사가 되어 교회 섬기는 문기는 중학교 1학년 때 서로 다투고는 나는 그날 밤 잠을 못자고 괴로워하다가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그 집으로 가다가 골목길에서 만났는데 나를 보더니 환하게 웃으면서 “수명아”하며 부르던 그 모습, 모두가 다 소중한 추억이었다.
 이 친구들 중 우리보다 나이가 두 살 많은 용덕친구는 지금 한국에서 제일가는 거울 회사를 운영하는 중소기업 사장이며 교회 권사이다. 그는 우리 넷 중에서 집이 제일 가난하여 연세대학교에 합격하고도 대학 공부를 못하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조그만 유리가게 일을 돌보며 40여 년 만에 직원 200명을 거느리는 회사를 만든 자수성가한 친구다.
 나는 특별히 용덕 친구 아버지의 건실한 생활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이북 자산이라는 동네에서 살다가 피난 와 그 유리가게 이름을 “자산상회”라 붙이신 고향을 그리던 분이셨다. 어느 겨울에 우리는 유리가게 화로 불가에 둘러 앉아 이 얘기 저 얘기 하던 중 내 친구가 아버지에게 “아버지 우리도 저 건너편 유리가게 같이 간판도 새로 하고 좀 수리해서 멋지게 해 놓고 장사해요”했더니 아버지가 “야 이놈아 겉만 번드르르하면 뭐하냐. 속이 차야지”하시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새로 멋지게 꾸민 길 건너편 유리가게가 한 일 년 못가 문을 닫고 말았다. 그때 나는 내 친구 아버지의 하시던 말씀이 다시 생각나게 되었고 지금도 그 말씀을 가끔씩 음미해 보곤 한다.
 이런 아버지의 영향을 받고 자란 용덕 친구는 인간관계를 아주 소중히 여겼다. 그가 성공하게 된 중요한 계기는 한국에서 한창 아파트 붐이 일어날 때 주택공사가 짓는 아파트에 유리공사를 맡게 된 때부터이다. 그는 빽이나 돈으로 그 공사를 맡은 것이 아니라 성실성과 좋은 인간관계로 그 일을 맡게 되었다.
 한 번은 주택공사 아파트 건설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무슨 일인지 그 황금자리에서 좌천이 되어 아무 실권이 없는 주택전시관 자리로 가게 되었다.옛말에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상객이 줄을 이어도 막상 정승이 죽으니 발길도 안한다”는 말처럼 공사를 받으려고 찾아오던 많은 사람들이 한 사람도 찾아오지 않는 그 사람에게 내 친구는 항상 변함없이 시간이 나면 찾아가서 설렁탕 한 그릇을 먹으며 교제를 나누었다. 어떤 날은 그 사람만 아니고 사무실 전 직원을 데리고 나가 설렁탕을 대접하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후 그 사람이 다시 더 높은 자리로 승진하여 오게 되었다. 그는 부임하자 바로 내 친구 공장을 와보고는  “공장은 작지만 제가 생각 했던 대로 공장이 잘 정비되어 있군요. 좋습니다. 제가 힘껏 도와 드리지요”하고는 그 다음 날부터 공사를 주기 시작했다.
 그는 공사를 맡기면서 내 친구에게 이렇게 이야기 했다고 한다. “이사장님, 이 일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하며, “내가 이사장님을 돕고 싶은 마음은 이사장님 같이 성실하고 변함없는 인간관계를 맺는 분은 이일에도 잘 해내리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하였다고 한다. 얼마나 아름다운 관계인가……. 빽이 판을 치고 뇌물이 오고 가야만 일이 되는 세상에서 서로 믿음을 갖고 산다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다.
 우리 크리스천은 어떤 일을 하던지 사람을 귀하게 알고 먼저 대접을 하여야 한다. 그리고 일이 잘 될 때나 안 될 때나 이익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항상 시작과 끝맺음이 아름답게 되어야 한다. 이런 생활이 하나님 계시다는 증거요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는 전도자인 것이다. 특히 사람과의 좋은 관계는 성공의 지름길임을 잊지 말자.
 성경 말씀 마태복음 7장 12절은 우리에게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기를 원하면 너희가 먼저 대접하라”고 하셨다. 이 말씀대로 하면 사람도 얻고 돈도 버는 보람된 인생이 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