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 목사(World Share USA)

 

올가 이바노브나는 음악과 미술 전문가들의 세계에 대한 환상을 갖고 동경하는 여인입니다. 그녀는 성실한 의사 드이모프와 결혼을 합니다. 올가 이바노브나는 22살에, 드이모프는 31살에 결혼을 하고 살림을 꾸리게 됩니다. 올가 이바노브나는 노래하고 피아노 연주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고 연극 동호회에 참가했는데, 이 일들은 단순한 심심풀이가 아니라 혼신을 다하는 삶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유명한 사람들과 재빨리 사귀고 가까운 사이가 되는 점에 뛰어났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음악, 미술, 그리고 연극 동호회에서 유명인사가 되어 갑니다.

 올가 이바노브나는 예술을 사랑하고 화가, 작가 등의 유명한 사람들을 만나고 사귀는 것을 자랑스러워합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하는 남편 드이모프는 예술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그는 자연과학과 의학에 몰두하며 성실한 의사로 살아갑니다. 그런데 아내 올가 이바노브나는 자신의 남편이 예술에 관심이 없다는 점을 심각한 결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그녀는 잘생긴 화가 청년과 사랑을 키워갑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불륜남과의 사랑에 집착하게 된 그녀는 나중에 화가 청년의 사랑이 식어짐에 대해 심히 괴로워합니다.

 아마도 한겨울 무렵부터는 드이모프도 자신이 속고 있음을 눈치챈 것 같았습니다. 그는 자기 아내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으며 그녀와 마주치고도 행복한 미소를 짓지 않았습니다. 아내와 단둘이 있는 경우를 되도록 피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예컨대 그는 점심시간에 동료를 자주 데려와서 의학에 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누었습니다. 이런 것은 오로지 아내가 침묵할 수 있도록, 즉 거짓말을 안 해도 되도록 배려하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은 아내의 불륜을 눈치채고 아내를 배려합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그의 아내는 변심한 화가 청년에게 매달리며 사랑을 구걸합니다.

 화실에서 그를 못 보게 되는 날에는, 만약 오늘 그가 그녀에게로 오지 않으면 당장 독약을 마시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남깁니다. 겁이 난 그는 결국 그녀에게로 갔으며, 함께 식사까지 합니다. 그 화가는 그녀의 남편이 있는데도 그녀에게 불손한 말을 했고 그녀도 똑같은 방식으로 대꾸했습니다. 불륜 관계에 있는 두 사람은 서로에게 폭군이며 원수여서 주위에 누가 있든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서로 으르렁거리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습니다. 그녀는 화가 청년에게 다른 여자가 있음을 짐작하고 질투와 분노, 모멸감과 수치심 때문에 침실에서 대성통곡을 하기도 합니다.

 어느 날 저녁 남편은 그녀에게 자신의 박사 학위 논문이 통과됐다며 일반 병리학 강의를 맡게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 기쁨을 아내와 함께 나누고 싶어 아내에게 소식을 전한 것입니다. 하지만 올가 이바노브나는 병리학이 뭔지도 몰랐고 극장에 갈 채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남편 드이모프가 심한 두통을 앓는데 이유는 병원에서 디프테리아에 감염되었기 때문입니다. 한편 올가 이바노브나는 외도를 청산하고 남편과 함께 새 삶을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집에 돌아와 남편이 위험한 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된 그녀는 남편을 불쌍하게 생각합니다. 자신에 대한 그의 끝없는 사랑, 그의 젊은 생명, 심지어 그가 이미 오랫동안 잠을 자지 않은 이 짝 잃은 침대까지도 불쌍해지고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올가 이바노브나는 침실에 앉아서 이것은 남편을 속인 죄로 신이 자신을 벌주고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올가 이바노브나는 남편과 함께했던 시간을 낱낱이 돌이켜보았습니다. 그리고 문득 남편의 비범함과 근사함을 깨닫습니다. 또한, 그녀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모든 동료 의사들이 그를 어떻게 대했는가를 생각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그의 장래성을 보며 인정했다는 것을 이제야 이해했습니다. 자기 남편이 장래에 저명인사가 될 것을 아버지를 포함한 어른들이 보았음을 깨닫습니다.

 그녀는 저명인사들을 좋아하며 그들을 쫓아다녔는데 그녀 가까이에 있던 남편이야말로 장래가 촉망되는 저명인사였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쫓아다니다가 정작 남편의 가치를 몰랐던 것입니다. 다른 예술가들과 시간을 보내길 좋아하고 한 남자와 불륜 관계에 빠졌다가 버림받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남편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너무 늦은 것입니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과거를 청산하고 남편과 함께 새 출발을 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었는데 남편이 죽습니다. 박사 학위 논문이 통과되어 일반 병리학 강의를 하게 될 장래가 촉망되는 의사인 남편은 디프테리아 감염되어 결국 죽고 맙니다. 남편이 이제 다시는 깨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그녀는 그의 어깨를 흔들며 이름을 불렀습니다.

 진한 안타까움이 남는 이 작품은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알려진 안톤 체호프가 남긴 소설입니다. 안톤 체호프는 모파상과 함께 세계 단편소설의 형식을 확립한 중요한 작가로 평가받습니다. 많은 작가와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작가입니다. 러시아의 대 문호 톨스토이는 체호프의 작가적 자질을 아주 높이 평가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체호프가 ‘귀여운 여인’을 발표했을 때 톨스토이는 네 번이나 읽었다고 합니다.

 당대는 물론 후대에도 갈채를 받는 단편 작가 체호프는 의대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로 유머 단편을 쓰다가 작가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러시아 남부 항구도시 타간로크에서 태어난 체호프는 아버지가 운영하던 식료품 잡화점이 파산하자 고학으로 중등학교를 졸업하고 모스크바 대학 의학부에 입학해서 고학을 공부합니다. 그는 학비를 벌기위해 다수의 유머 단편들을 씁니다. 1886년에 ‘추도회’라는 작품을 본명으로 발표했고, 2년 뒤 단편집 ‘황혼’으로 푸시킨상을 수상하면서 작가로 주목을 받습니다.

 소설 ‘베짱이’는 자신의 것만 주장하는 독선과 때 늦은 깨달음의 비극을 아프게 지적합니다. 누구나 쉽게 범할 수 있는 실수 이지만 베짱이에서 보여 주는 것처럼 개인의 삶 전체를 흔들어 놓기도 하고, 조직과 국가를 흔들어 놓는 치명적 아픔이 될 수 있습니다. 소설 ‘베짱이’는 작가 주변 사람들을 모델로 썼고 이 작품 때문에 체호프는 당사자와 한동안 불화를 겪어야 했다고 전해집니다. 실화에 가까운 소설이지요. 올가 이바노브나처럼 깨달음은 늦을 때가 많습니다. 어두운 등잔 밑처럼 가까이 있는 보석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중한 것을 놓치고 뒤 늦게 후회하는 것이 인간의 어리석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