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 사는 한인들은 이민자입니다. 한국경험이 있던지 브라질에서 태어났던지 한국인의 피가 흐르면 정체성이 드러나기 마련이지요. 1963년 공식 농업이민단 이후 공간적으로는 브라질, 중남미, 북미, 그리고 모국인 한국까지 삶의 영역을 확대하며, 정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으로 적지 않은 발자취를 남겨왔습니다. 따라서 브라질 문화와의 만남과 수용, 협상과 재협상을 통한 정체성의 형성과정은 다른 재외한인 사회 공간과 구분되는 특징을 지니고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브라질 한인들이 어떻게 도착했고 정착했으며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는 문화인류학자인 전경수(1990)의 ‘브라질의 한국이민과 그 전개과정’이라는 글에서 시작합니다. 연구자는 브라질 한인사회를 바라보며, ‘국민’과 ‘민족’ 그리고 ‘정체성’ 사이에서 어떻게 이민과 이민사를 규정할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1960년대 이전 한국 국적이 아닌 일련의 한국(민)이 브라질에 있었기 때문에, 한국이민이라는 개념을 ‘국적을 가진 정착거주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전제하고 4단계의 브라질 한인 이민사를 제시합니다. 첫째, 민족이라는 범주에 있지만 국가라는 단위에는 설명하기 힘든 이민사의 전(前) 단계입니다. 이 시기에 간헐적인 일본 국적의 조선인이 있었지만 그 활동과 영향은 미비했습니다. 둘째, 한국정부가 개입한 농업이민 단계입니다. 한국과 브라질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역사적인 사건이었지요.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 시기를 브라질 한인의 공식 이민으로 봅니다. 셋째, 이민사회의 등장으로 초청장이 발부되어 브라질로 떠난 단계입니다. 초기 농업이민의 실패로 여러 경로와 방법으로 이민이 유입되던 시기입니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이민자들이 가족과 친척을 초청하여 가족이라는 한국문화의 특수성이 반영된 단계입니다.
 후속연구에서 전경수는(1992)는 ‘브라질 韓國移民社會 民族觀 문제’라는 글에서 ‘국가’라는 확실한 실재를 배경으로 한 1960년대 가족 단위의 농업이민에 주목하여 브라질 사회에서 발생되는 한국이민사회의 민족문제를 다룹니다. 근원주의(primordialism)에 입각하여 브라질의 한인들은 한국이라는 민족공동체의 일원이지만, 상황주의(circumstantialism)에서 보면 브라질 복합민족 국가의 하부조직에 위치합니다. 따라서 이들을 한민족을 기초로 하는 민족공동체의 일원으로만 귀속되기 어렵기 때문에 한인들이 처할 민족문제는 일상생활적 차원의 민족 범주의 경험을 존중하고 돕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현재 국제이민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민자들의 모국과의 관련성인 초국가적 실천(transnational practices)과 이주국과 관련된 사회통합(social integration)의 개념을 브라질 한인 이민사회를 바라보는 틀로서 설정했다는 점입니다. 당시 브라질 한인사회가 의류제품업으로 정착하던 시점에서 브라질 사회와 한국사회와의 초국가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려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입니다.
 1990년대까지 브라질 한인 사회를 관찰한 전경수의 연구에서 볼 수 있듯이 브라질 한인은 중국의 조선족, 일본의 재일동포, 구소련 지역의 고려인들과 같은 다른 재외한인공간과 구분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강제적으로 이산한 것이 아니라 정착 목적의 ‘계획이민’이었기때문에 브라질 한인들의 이주국에서 사회 문화적인 경계는 넓었습니다. 하지만 자유로운 신분적 환경이 이주국에서의 정치사회 참여에 소극적인 태도를 추동한면도 없지 않지요. 또한 가족단위의 이주였기 때문에 이민 초창기부터 세대주를 중심으로 초청이민, 가족이민, 연쇄이민이 이어질 수 있었고 다른 중남미 한인사회에 비해 안정적인 이민자의 유입으로 인구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 가족단위 특징은 브라질 사회의 정착과 한인사회 형성한 중요한 요소였지요. 특히 의류제품업과 자영업은 소규모로 시작할 수 있고 노동력을 중심으로 한 생산구조였기 때문에 가족과의 연대성이 가족초청을 통한 생산력의 확대가 경제적 자원이 되었고 한인사회의 공동체성의 형성과 민족정체성을 유지하고 강화하는데도 긍정적인 요소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