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지난 주 상파우르에서 다녀간 이성경 집사 가족과 아메리카나 유덕용 법인장 가족으로 인해서 교회가 가득 찬 가운데 화기애애하게 예배를 드리고 친교를 나눴습니다.

 청국장 냄새가 향수병에 특효

 그리고 나서 다음날 느닷없이 “청국장 찾아가세요, 목사님”하는 메시지가 날아왔습니다. 이 메시지를 받고 우선 군침이 꿀꺽하고, 연이어서 이웃들이 항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긴 했습니다. 우리 도시에 사시는 어떤 분입니다. 전화를 하고 주소를 받고 감사인사로 더치커피 한 병을 싸들고 찾아갔습니다. 추측컨대 남편분이 피라시카바에서 기업에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는 그런 회사를 운영하는 분 같았습니다. 일 킬로그램씩 포장한 청국장 여섯 덩어리를 받았습니다. 크게는 셋, 셋씩 두 상자입니다. 하나는, 교회에서 한국인 교우들과 함께 공동식사 때 나눠드시고 또 하나는, 상파우르 노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이성경 집사에게 전달해 주십사 하는 부탁을 조심스럽게 했습니다. 공익을 위해서 마음 쓰는 그 여성분이 존경스러워졌습니다. 그의 정성에 비해 보잘 것 없기는 하지만 준비해간 더치커피 한 병을 드리면서 10잔 만들 수 있는 농축액이란 말씀을 덧붙였습니다. 당신은 커피를 즐기지는 않지만 남편이 무척 좋아할 것이란 치하를 하면서 받았습니다. 그리고 자동차로 십여 분 거리를 돌아와서 냉동실에 청국장을 넣으면서 보니 당신이 ‘팥소’를 만들어서 빵 속에 넣어 먹는 빵과 앙금까지 정성스럽게 포장되어 있었습니다. 제 머리로는 그 정성스런 사건과 연결고리를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완벽하게 청국장과 팥소, 거기에 빵까지 일습으로 전달하는 무명의 여인에게서 천사의 손길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종일 투덜거리며 살았던 마음의 앙금이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내가 요즘 왜 이러지” 하는 마음에서 “익명의 천사를 통해서” 한없는 용기와 위로를 보내시는 하나님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동시 다발적으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위로

 내 기분이 다운되어 있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어떤 집사님은 느닷없이 “목사님, 힘내시고 맛있게 드세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새우젓 양념과 족발”을 식탁에 놓아두고 갔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시각 또 어떤 집사님이 자동차로 한 시간 반쯤 걸리는 “Pedra Grandi(대왕바위)”에 다녀오자는 제안을 해 와서 화난 시어머니 같은(?) 날씨를 뚫고 정상에 올랐습니다. 산 위 큰 바위 위에 섰을 때 구름이 걷히고 햇빛이 짠하고 나와서,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신선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상파우르와 아메리카나에서의 방문, 큰 바위 위에 선 경험, 그리고 익명의 천사 같은 이의 청국장 사건까지 낙심해있는 저를 위해 하나님께서 친히 쓰신 한편의 드라마 같았습니다. 유권사님, 저는 하나님이 보우하사 잘 있습니다. 권사님도 평안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