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길에서)자전거
2022/09/16 00:10 입력  |  조회수 :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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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순 권사(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어느 날 자전거가 내 삶 속으로 들어왔다.] 내 얘기가 아니다. 성석제씨의 수필 제목이다. 작가는 자전거가 그의 삶과 어떤 관계가 있다는 것을 제목으로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페달을 밟지 않고도 가속이 붙었다. 나는 난생처음 봄을 맞는 장끼처럼 나도 모를 이상한 소리를 내지르며 자전거와 한 몸이 되어 내려갔다. 가슴이 터질 듯 부풀었고 어질어질한 속도감에 사로 잡혔다. 어느 새 내 발은 페달을 차고 있었고 자전거는 도랑과 똥통 옆을 지나고 있었다. 나는 삽시간에 어른이 된 기분으로 읍내로 가는 길을 내달았다]  

 작가가 어린 시절에 처음으로 자전거 타기를 배우며 경험했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실감나게 표현한 수필의 일부이다. [그 날 나는 내 근육과 뇌에 새겨진 평범한, 그러면서도 세상을 움직여 온 비밀을 하나 얻게 되었다. 안장 위에 올라 선 이상 계속 가지 않으면 쓰러진다. 노력하고 경험을 쌓고도 잘 모르면 자연의 판단--본능에 맡겨라. 그 뒤에 시와 춤, 노래와 암벽타기, 그리고 사랑이 모두 같은 원리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비록 다 배웠다, 안다고 할 수 있는 건 없지만.] 부연할 필요없는 작가의 체험인데 우리에겐 이런 일이 없었을까?  

 학부모와의 면담으로 분주한 어느 날 나는, 학교 놀이터에서 여섯 살 꼬마아이의 자전거 타기를 보살펴야 했다. 오빠와 열두 살 차이가 나는 우리 학생의 늦둥이 여동생이 엄마를 따라 학교에 온 것이다. 혹 면담 도중에 방해가 될까 하여 시작한 아이 돌보기, 얼마나 엉성하고 어색한지 모르겠다. 놀이터에 제멋대로 널 부러진 세발 자전거를 하나 가져와 타기 시작한다. 익숙치 못한 발놀림은 서너 번으로 멈추고 자꾸만 페달에서 두 발을 땅에 내려 놓는다. 발을 굴릴수록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가는 자전거가 약간 두려워서인지 알지 못할 소리를 중얼거리며 스스로를 위안하는 것 같다. 조금 시간이 흘러가니 자전거 타기를 곧 잘한다. 쉽기만 했을까? 둥그런 나무를 끼고 커브를 해야 하는데 어려운지 포기하고 자전거를 돌려서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러하기를 여러 번, 어느 새 씽씽, 겁 없이 잘 달린다. 커브 길도 문제없다. 내가 겁이 났다. 혹시 넘어져 다치면 어쩌나 하고. 

 일의 시작은 모든지 어설프다.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쉽게 포기하는 것은 시작을 하지 않는 게 더 낫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들도 내 몸에 짝 달라 붙게 되면 그 일이 나와 함께 있음으로 나 자체가 되는 것이다. 자전거를 배웠던 적이 있다. 누가 뒤에서 잡아준다는 약속을 믿고 일단은 시작했지만 만만치 않다. 내 발로 움직여 혼자의 힘으로 갈 때까지는 자전거를 탄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요령을 터득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앞으로 시원하게 나가질 않아 답답한 마음에 그네타기를 하듯 힘껏 밀어보니 순간의 이동처럼 갑자기 내 몸이 떠오르는 느낌이다. 하지만 좋은 기분도 잠깐, 얼마 가지 않아 고꾸라지고 말았다. 나를 보조해주던 든든한 도우미(?)가 갑작스런 속도에 그만 손을 놔 버린 것이다. 자전거 타기는 그렇게 시작했고 뒤에서 격려하고 잡아주고 때론 핀잔을 주는 지킴이가 없게 되어도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 일은 지금 껏 단 한번의 일이었고 그 때 이후 자전거를 타 본적이 없다. 그 일에 익숙하게 되기 전에 또 다른 도전에 바빴으니까--스케이트 타기, 테니스 치기...... 무엇 하나 능숙하게 하지 못하고 지난 세월이다. 여섯 살 꼬마가 헤어지며 “이모 안녕 !” 한다. 아이 엄마가 당황하며 “선생님이라고 해야지 !” 하자 얼른 말을 바꿔보지만 입에서 소리가 맴돌 뿐이다. 자전거 타기는 이렇게 끝이 났지만 자전거에 관한 얘깃거리는 하나 더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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