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이민 온지 20년이 되어도 고향땅은 꿈속에만 있는 이민자들이 널려 있는데 난 매해 한국에서 열리는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 땅을 밟는다.

 입술이 부르틀 정도로 고된 일정을 마치고 브라질로 돌아오면서 지난 한국출장을 복기한다. 일정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 이민자들의 삶을 생각할 때 힘들다는 말을 하는 것은 성도들에 대해 불경한 발언이어서 죄송하다. 꿈에도 그리는 한국인데 삶이 고달프고, 특별히 갈 일이 없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갈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새벽 한시에 출발해서 다음날 오후 5시에 브라질공항에 도착하는 카타르 항공권은 이미 출발 오래전 비수기에 예약한 것이다. 

 거기에 부치는 가방이 다섯 개, 들고 타는 가방이 또 다섯 개다. 상식적이진 않지만 현실적인 판단 때문이다. 언제나 기내용 가방 하나 달랑 들고 출장을 해볼까!? 늘 그렇듯 이번 한국출장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출판한 책 <올라 브라질에서 편지 왔어요> 한 뭉치 32킬로를 비롯해서, 교회 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을 위한 공과, 목사가 일 년 동안 보려고 산책들이 또 한 가방이다. 

 작년에 우체국에서 부친 책 두 박스는 여전히 행방불명이어서 이번에는 직접 들고 들어오니 그 비용이 책값만큼 들어서 참 힘이 들었다. 교인들 단체 카톡방에 광고를 냈다. 혹시나 한국에서 가지고 와야 할 것이 있으면 너무 늦지 않게 부치라고 말씀 드렸다. 목사가 공적출장을 갔다 오는 길이니까 짐 들고 오는 수고를 마다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몇 분이 연락을 주셔서 챙겨왔다. 주로 약이고 화장품, 옷가지, 책 등등 참 다양하다. 그래도 성도들의 부탁을 짐에 담아올 수 있어서 맘이 참 좋았다.

 사실 이번 한국방문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연회참석, 출판, 그리고 교회건축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시키는 여론을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설계도와 건축허가서를 준비해갔다. 그리고 한국에 가기 전부터 출판을 미리 준비해서 한국에 도착하자마다 마지막 교정을 보고 출판할 준비를 해갔는데 생각보다 많이 늦었다. 

 책이란 게 바늘만한 것 하나라도 준비가 안 되면 출판이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하고 계획을 세워도 사람이 할 수 없는 돌발변수가 생기면 마냥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늦어진 책을 종횡무진 하루에도 여러 팀씩 만나면서 나누고 저녁에 숙소에 와서는 늦게까지 봉투에 주소작업을 해서 새벽같이 우체국에 가서 부치고 그리고 또 책 나누기를 이어가서 브라질 오는 날 아침까지 계속해야 했다. 우리교회가 속한 동부연회의 경우 연회 때 나누기로 생각을 했는데 책이 늦어져서 연회가 다 끝난 후에야 24개 지방 1천여 목회자와 평신도대표들을 대상으로 각 지방 서기에게 택배로 보내고 감리사들에게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하는 형식으로 일을 처리했다. 

 각 지방이 매달 첫 주간 혹은 둘째 주간에 지방별로 교역자 회의가 있어서 다음 달에나 책을 전달받는 지방도 있을 것이지만 연회 총무님이 공문을 내는 방식으로 도와주셔서 일처리를 잘할 수 있어 감사한다.

 이번 한국방문에서 가장 크게 놀란 것은 코로나 사태로 선교 동력이 현저하게 무너지고 교회의 시스템이 아직 복원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초기에는 교인들이 모일 수 없어 영상예배를 드리다가 겨우 다시 모이기 시작했는데 이미 영상예배에 익숙해지고 주일성수 전통이 훼손되어 끔찍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어서 몸서리쳐지는 현장을 목격하고 왔다. 이것은 해외교회도 마찬가지 일 것이지만 다시 대면예배 회복이 곧 교회의 사활과 직결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번 출판은 2천권을 주문했는데 2027권을 납품받아 보관용 40권을 제외하고 모두 다 나누고 돌아왔다. 씨 뿌리는 마음으로 말이다. 브라질에 오는 날 정석윤 집사가 공항까지 나와서 마지막 뒷설거지까지 돕고 돌아가서 마음이 좋았다. 

 이제 다시 구두끈을 고쳐 매는 마음으로 브라질선교를 계속할 것이다. 여러분과 함께 기도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