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문학 산책)안톤 체호프의 “티푸스”
2020/02/27 06:17 입력  |  조회수 :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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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광 목사(World Share USA)
 
클리모프 중위는 모스크바로 가는 기차를 타고 고향을 향합니다. 클리모프 중위는 숙모와 여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외로운 사람이었습니다. 클리모프 중위는 프랑스인과 이탈리아인을 동경하는 반면에 그리스인과 핀란드 인은 경멸합니다. 그런데 기분 좋은 귀향 열차 안에서 재수 없게 핀란드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런 클리모프 중위의 기분을 모르는 핀란드 사람은 계속 말을 겁니다. 넉살 좋은 핀란드 사람은 자신의 동생은 해군 장교라면서 클리모프 중위에게 친근감을 표시합니다. 그는 말을 걸고 싶어 가족관계를 묻는 등 자꾸 말을 걸어 보지만 클리모프 중위는 경멸을 가득 담은 얼굴로 그 핀란드 사람을 바라봅니다. 중위는 핀란드 사람이 건네는 시시한 농담에 시큰둥합니다. 쉬지 않고 말을 걸어대는 핀란드인은 담배를 계속 피워댑니다. 그 핀란드 사람의 입에서 담배 연기가 내 뿜어질 때마다 복잡하고 역겨운 입 냄새가 클리모프 중위에게 전달됩니다. 이래저래 그 핀란드인은 밉상이었습니다. 클리모프 중위는 아주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클리모프 중위의 몸 상태도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핀란드인도 싫었고 그의 시시한 질문들도 싫었지만, 그 핀란드 사람을 거부하는 마음의 불편함만큼이나 중위의 몸도 불편했습니다. 입은 바짝바짝 마르고, 끈적거렸고, 머릿속에는 연기가 뿌옇게 차 있었습니다. 자신의 다리를 기차 의자에 올려놓을 수 없을 만큼 힘이 들었습니다. 정신이 혼미하였습니다. 젊은 장교는 자신의 몸이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심하게 갈증은 느낀 중위는 정차하는 역에서 내려 물을 마시는데, 그 짧은 시간에 기차 승객들은 급하게 음식을 먹고 있습니다. 그는 고기 굽는 냄새를 맡지 않으려고 애썼고, 고기를 씹는 사람들의 입을 쳐다보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우걱우걱 음식을 씹는 사람들의 입을 쳐다보는 것도 불쾌하고 구역질나는 일이었습니다. 그는 만사가 귀찮고 힘들었습니다.

 기차에 돌아오니 그 핀란드 사람은 담배 연기를 내뿜다가 “여기가 무슨 역이죠?”라고 물었습니다. 방금 내려서 물을 마시고 왔으니 모를 리가 없었지만, 중위는 퉁명스럽게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클리모프 중위는 담배연기도 싫고 그 입 냄새도 싫어서 입을 다물고 돌아누웠습니다. 그런데 그 핀란드 사람은 또 묻습니다. “트베리 역에는 언제 도착하죠?” 중위는 애원하듯 대답합니다. “모르겠어요. 죄송하지만, 저는 대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지금 심한 독감에 걸려서 많이 아픕니다.”

 클리모프 중위는 긴 기차여행 내내 심하게 앓았습니다. 시끄러운 소리에 깨어나 정신을 차리니 자신이 내려야 할 역이었습니다. 정신없이 내려 기계적으로 짐마차를 불렀습니다. 짐마차를 타고 늘 하던 가격 흥정도 하지 않습니다. 가격 흥정을 하지 않았더니 조금 비싸게 부릅니다. 그래도 깍지도 않고 군말 없이 눈썰매 위에 몸을 실습니다. 평소보다 요금이 조금 비쌌지만, 너무 힘들어 달라는 대로 줍니다. 그는 만사가 귀찮았습니다.

 겨우 집에 도착한 클리모프는 숙모와 여동생 카차를 만났습니다. 인사를 나누며 카차가 들고 있는 공책과 연필을 보고 동생이 교사 시험 준비를 한다는 것을 기억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숙모와 여동생은 할 말이 많았지만 대꾸를 못합니다. 겨우 자신 방까지 가서 침대에 쓰러집니다.

 그는 열이 너무 심해 헛소리를 하고 깊은 잠에 빠집니다. 몇 날 며칠을 혼수상태로 보냅니다. 깊고 오랜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을 때, 침실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열린 창문의 커튼 사이로 햇빛이 들어와 우아한 빛줄기가 물병 위에서 춤추듯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햇살, 낯익은 가구들 그리고 익숙한 거리의 소리를 들으며 클리모프 중위는 웃음이 터집니다. 그의 가슴과 배는 달콤하고 행복한 웃음으로 떨려 왔던 것이었습니다.

 클리모프 중위는 잠에서 깨어나 시장기를 느낍니다. 눈에 보이는 의사에게 먹을 것을 부탁합니다. 호밀빵과 정어리를 갖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다가 클리모프 중위는 또 깊은 잠에 빠집니다. 잠에서 깨어난 중위는 조금 전에 느꼈던 기쁨과 행복 그리고 환희가 가슴 벅찹니다. 자신이 살아 있음을 기뻐하는 것입니다. 그때 침대 옆에 앉아 있는 숙모에게 상황을 묻습니다. 발진 티푸스를 앓았던 것을 설명해 주는 숙모에게 동생 카차의 안부를 묻습니다. 숙모는 카차는 집에 없다며 얼버무리다 흐느껴 웁니다.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울던 숙모가 설명하는 그간의 상황은 황당했습니다. 클리모프 중위가 발진 티푸스를 앓은 상태에서 집에 돌아와 거의 실신 상태로 지냈는데, 그 사이 여동생 카차가 티푸스에 감염되어 그녀가 죽었습니다. 그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을 때는 이미 카차의 장례식을 치른 지 사흘이 지난 후였습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파악하며 클리모프는 혼란스럽습니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피붙이 여동생을 자신이 죽인 것입니다. 너무 슬펐습니다. 그런데 그 슬픔이 아무리 무섭고, 강해도 고열과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고 있는 자신의 상태가 기뻤습니다. 이 동물적인 기쁨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울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또 웃었습니다. 그리고 먹을 것을 달라고 투정을 부렸습니다. 큰 슬픔 중에 살아 있음을 만끽했습니다.

 단편 소설의 거장 안톤 체호프는 의사였습니다. 의학도 시절 학자금을 마련하려 글을 쓰기 시작해서 작가가 되었습니다. 체호프는 스스로 ‘의학은 나의 법적인 아내이고 문학은 나의 애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체호프는 ‘러시아 의학의 역사’라는 책을 썼습니다. 러시아의 역병학 자료를 정리한 자료입니다. 그래서 체호프 작품에는 의사와 전염병이 많이 등장합니다. 체호프가 그려내는 의사는 그리 부유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습니다.

 체호프는 여러 작품에서 전염병을 다루며 의사의 눈에 비친 전염병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풍자하고 있습니다. 소설 ‘티푸스’는 사람들이 전염병을 얼마나 쉽게 생각했는지를 보여 줍니다. 전염병의 위험성을 자각하지 못한 젊은 장교는 하나 밖에 없는 동생을 죽게 합니다. 나아가 소설 ‘티푸스’는 사람들에게 있는 생명에의 애착을 보여 줍니다. 하나 밖에 없는 동생이 죽었는데도 자신이 티푸스 열병에서 벗어난 기쁨과 행복을 주체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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