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의 문화탐방)나니아 연대기: 구원 그 이후 2
2023/12/09 04:46 입력  |  조회수 :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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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가정과 전제

 총 7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나니아 연대기』의 중심인물은 ‘아슬란’이라는 이름의 사자다. 그냥 사자가 아니라, 말하는 사자다. 그는 노래로 나니아를 창조하고, 그 땅의 바다와 숲과 대지에 살 백성으로 ‘말하는 동물’들과 일반 동물들을 창조하였다. 그는 그들이 자유로운 백성으로 살 것을 명한다. 그리고 나니아 땅 한가운데에 ‘생명 나무’를 심은 후, 그것으로 나니아를 보호하게 한다. 또한, 그는 우리 세상에서 가장 천대받는 마부 부부를 데려와 나니아의 초대 왕과 왕비가 되게 한다. 인간이면 누구나 가장 고귀한 혈통을 지니고 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마녀 제이디스가 나니아로 들어오게 되면서, 이 새로운 나라는 시작부터 악에게 위협을 받는다. 

 이러한 초기 설정은 『나니아 연대기』의 제 1권 “마법사의 조카”에 나온다. 얼핏 보면, 이것은 성경의 창세기 이야기를 여러가지 다채로운 요소들로 ‘상징’ 또는 ‘표상’한 것 같을 수 있다. 실제로 『나니아 연대기』가 처음 출간된 1950년부터 수 년간 그렇게 이해한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당시 많은 주일학교 교사들이 『나니아 연대기』가 상징한다고 생각되는 것에 따라 아이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곤 하였던 것이다. 

 물론, 주일학교 교사들이 아이들과 함께 나니아 이야기를 읽고 그것을 통하여 성경을 가르친다는 것은 창의적인 시도이며 또한 유익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저자인 루이스 교수는 이러한 독법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것이 자신의 의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1954년에 어린 독자들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에서 이렇게 썼다.

“이 책의 모든 것이 우리 세상에 있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너희의 생각은 옳은 것이 아니야. (…) 나는 ‘그리스도가 우리 세계에 실제로 존재하시는 모습을 나니아의 사자를 통하여 표상해 보자’라고 의도하지 않았어. 대신 나는 이렇게 생각했지. ‘나니아와 같은 나라가 존재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인간이 되셨던 하나님의 아들이 거기서는 사자가 되셨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것을 상상해 보자는 거지.” 

 즉, 그가 사용한 방식은 ‘가정’이다. 그의 의도를 가정하지 않으면 내용의 참 의미를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성경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과 동일한 태도이다. 물론, 이 둘은 동화와 성경이라는 차이가 있다. 루이스는 자신의 이야기가 허구이기 때문에 그의 의도를 ‘가정’해야 한다고 했지만, 성경은 그것이 유일무이한 진리라는 사실이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가정’과 ‘전제’는 모두, 독자의 자세가 ‘저자의 의도’라는 방향대로 미리 설정되어 있지 않으면 그 내용의 참 의미를 깨달을 수 없다는 점에 있어서 동일하다. 

 루이스의 의도를 가정한 채, 다시 아슬란으로 돌아와 보자. 나니아는 ‘말하는 동물’들의 세계다. 죄악에 위협받는 그들을 구원하려면, 하나님의 아들은 어떤 형태를 취하겠는가? 인간 세상을 구하시려고 인간의 형체를 취하신 그분께서는, ‘말하는 동물’의 형상을 취하실 것이 틀림없다. 그러므로 『나니아 연대기』는 단순한 상상의 세계가 아닌 것이다. 

 바로 이것을 가르치려고, 아슬란은 아이들을 나니아로 데려가는 것이다. “그래서 너희를 나니아로 데려온 거야. 여기서 나를 조금 알아서, 너희 세계에서 나를 더 많이 알게 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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