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사회 읽기:한인의 미래)소수와 다수
2019/11/13 10:16 입력  |  조회수 :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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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중 선교사(사회학박사,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룰라의 석방
룰라가 석방되었습니다. 뇌물수수혐의로 580일째 복역중인 그를 풀어 달라는 거리의 아우성에 사법부는 끝내 항복하고 말았습니다.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는 진보진영과 룰라를 억누르고 있으면 개혁을 할 수 있다는 보수진영은 일년반의 잠복기를 끝내고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룰라가 이번 주부터 전국을 돌며 대규모 집회를 시작하면 정치, 경제, 사회는 요동을 칠 것입니다. 내년 지방선거와 2022년 대선까지 정치-사회적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들려옵니다. 올해 취임이후 개혁이라는 이름아래 무분별한 예산 삭감과 민영화 정책을 시도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앞길은 험난해졌습니다. 브라질의 혼란스러운 정치지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다수의 의견을 소수가 대변할 것이라는 믿음에 기초한 대의 민주주의도, 돈이라는 권력을 가진 소수가 시장을 통해 경제생활을 영위하리라는 자본주의도, 다수를 향한 부의 분배에 초점을 맞추는 사회주의도 브라질에서는 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시스템은 없고 양극화의 악령이 나라를 절뚝거리게 하고 있습니다.
소수와 다수
브라질은 다수에 대한 소수의 지배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식민지 시절 포르투갈,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등 소수의 정복자들은 다수의 원주민들과 광활한 땅과 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정교한 제도들을 만들었습니다. 제국주의 시대의 포르투갈 왕실, 공화정의 엘리트지배집단, 근대 바르가스 시대(Vargas Era)의 소수의 권력자들, 그리고 1960년대 권위주의 군부독재 정권의 기술관료(technocrat) 등, 이름만 바뀌었을 뿐 다수를 지배하려는 소수, 그리고 그것에 저항하려는 다수는 브라질의 뿌리깊은 유산입니다. 분홍빛 조류(pink tide)라 불리며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라틴아메리카의 정치지형에서 신좌파의 등장은 1980년부터 시작된 서구시장경제를 대변한 소수의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의 자본의 식민성에 대한 다수의 저항의 강한 표현이었고 브라질에 룰라와 지우마라는 좌파정권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좌파가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중국의 대 브라질 원자재 수입의 증가로 경제가 호황기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경기둔화에 정치 경제의 체질이 허약한 브라질은 날아오르는 나라에서 곧 추락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룰라의 구속과 지우마의 탄핵과 같은 일련의 좌파정권의 몰락을 자본주의 식민성의 지배성과 내부 엘리트들의 격렬한 저항을 원인으로 지적합니다. 하지만 지난 15년간 브라질이 떠 안은 것은 국가경쟁력 약화, 경제불황, 혼란한 사회 이미지인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2019년 사회주의와의 단절을 선언한 보우소나루는 소수의 자본을 대변하는 신자유주의의 가치를 내걸고 있지만 짧은 시간 결과를 만들기에는 다수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강한 소수’
룰라의 석방으로 재점화된 소수와 다수의 전쟁을 바라보며 한인의 위치를 생각하게 됩니다. 한인들은 소수일까요 다수일까요?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정치-경제적 개념 말입니다. 한인들은 경제적 성공의 경험과 모국인 한국의 경제력과 위상의 변화를 생각할 때 브라질 사회 내에서 스스로를 ‘소수’의 특권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인사회를 지탱했던 경제적 기반이 흔들리는 요즘 이 믿음은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민자 집단에게 경제력은 중요하지만 지속가능한 요소는 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온 몸으로 체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브라질 사회에서 한인들은 그저 통제 받고 멀리 떨어진 ‘다수’의 한 부분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인이 선택할 것은 명확합니다. 바로 ‘강한 소수자’가 되는 것입니다. 다수에 대한 소수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뿌리깊은 사회에서 강한 연대와 소통을 통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영역에서 인정받는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의 재형성이 한인의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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