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이런 글을 썼다. ‘개는 개일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 오랜 지인들은 이런 질문도 하신다. “개 안좋아 하시죠?”. 내가 개를 안키우는 이유가 있다.
 어릴 적 이민와 얼마 안되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신 아버지가 강아지 한마리를 풀어놓으셨다. 그것이 ‘똘이’와의 첫 만남이었다. 난 ‘똘이’를 귀여웠했지만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녀석을 시기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장난으로 ‘똘이’를 소파에 던졌는데 그것이 녀석을 평생 불구로 만드는 사고가 되었다. 그렇게 똘이는 내 철천지 원수가 되어 나만 보면 으르렁댔는데 미안했지만 그래도 주인 행세하느라 못살게 굴 때도 많았다. 안그래도 집에서 천덕꾸러기인데 개에게까지 무시를 당하니 서러워서 그렇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녀석과 14년을 지지고 볶으며 똘이를 동생이라 불렀다. 그러던 어느 날 늙은 똘이는 약 1년 간을 여러 병으로 고생하다 한 의사의 오진으로 불필요한 수술까지 받고, 결국 안락사 시켜야 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아버지와 나는 병원에서 그 과정을 지켜봐야만 했고, 찢어지던 마음은 다 표현할 수가 없다. 기나긴 주사바늘이 녀석의 심장 깊이 들어간지 몇 초 후, 오랜 시간 고통스러워했던 녀석의 표정은 곧 평안하게 바뀌었고 녀석은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다. 난 ‘똘이’를 보며 이 말밖에 해줄 수 없었다. ‘미안해, 똘이야..’. 그리곤 결심했다. ‘다신 개를 기르지 않을거다. 다신..’.
 기가 막힌 기사를 접했다. 월 약 1억 8천의 후원을 받고 유기견들을 구제한다는 한 단체의 대표가 연간 약 80마리의 개들을 안락사 시켰다는 것이다. 자료 화면 속에 그 대표가 개 한마리를 쓰다듬자 좋아 꼬리를 흔드는 모습에 말을 잊었다. ‘말 못하는 동물이라고..’. 얼마 받았나가 문제가 아니라, 왜 구제라는 명목으로 유기견의 숫자를 이용, 후원을 받고는 안락사 시켰는가 말이다. 안락사 시키라고 받은 돈 아닌데.. 물론 처음부터 그러려 했던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10여년 전 어느 방송 토론에서 그 대표가 개고기 먹지 말자며 외치는 것을 보며 비논리적이단 생각보다 그래도 취지와 목적만은 분명한 사람이구나 했는데.. 아마도 어느 날부터 현실적, 재정적 문제 앞에서 그 목적은 흐릿해져가고, 순수했던 의도는 둔해진 양심 앞에 무릎을 꿇었나보다. 마지막에는 구제보다 숫자를 더 중시하고 CARE(케어)와 보호보다는 여러 자기 합리화에 빠져 주머니를 채우는 명목이 더 우선시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변질되어가는 자신을 미리 발견했어야 했다.
 예수님은 자신을 제사장이나 성직자, 감독이나 장로로 부르지 않으시고 목자라 하셨다. 그리고 그렇게 선한 목자로서 양들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어주셨다. ‘목자(Shepherd)’란 단어는 라틴어 ‘목회자(Pastor)’와 동의어다. ‘찰스 제퍼슨’의 <목자, 목사>에는 그 역할을 이렇게 서술했다. 1. 지키는 사람. 2. 보호자. 3. 인도자. 4. 의사. 5. 구원자. 6. 먹이는 자. 7. 사랑하는 자. 다시 말해 목자들은 예수님의 양치는 ‘목자(Shepherd)’들이라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이리 몰라 하시면 발바닥 땀나게 모는 것이다. 목자는 예수님의 충실한 개, 성도들은 그의 양. 그런데 요즘 가끔 쉐퍼드가 예수님 비스무리, 성도들이 유기견으로 보일 때가 있다. 양들이 진짜 예수님이 가라는 곳에는 못가고 쉐퍼드들에게 붙들려 케어받는다며 안락사 당하는 것 같은 착시현상이 자꾸 일어나는데... 아무래도 안경을 새로 맞춰야 되려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