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 목사(World Share USA)

 

이웃 일본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둘이나 배출했는데 대한민국은 아직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없습니다. 과학과 기술이 일본에 낙후된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예술, 문학 분야의 낙후는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것은 아쉽습니다. 더 좋은 한인 작품과 한인 작가가 배출되기 바랍니다. 

 한인 작가 작품 중에 100쇄를 돌파한 문학 작품들이 많지 않습니다. 한국인 원작 소설로 100쇄를 돌파한 작품은 ‘광장(최인훈)’,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조세희)’ 그리고 ‘당신들의 천국(이청준)’뿐입니다. ‘당신들의 천국’은 ‘신동아’에 연재되었고, 단행본(1976) 발간한 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슬픈 섬 소록도에 있었던 실제 사건들이 모티브가 된 소설입니다. 굴곡진 한국 근대사에 숨겨진 아픔을 토해내는 수작입니다.

 작가 이청준은 “서편제” “낮은 데로 임하소서” 등으로 우리들에게 친숙한 작가입니다. 이청준이 작품 활동을 주로 했던 시대는 전후 복구 그리고 산업화, 근대화, 새마을운동으로 대변되는 개발시대입니다. 625를 통해 얻는 반공의식 그리고 복구를 위한 개발을 빌미로 억압이 있었고, 체제경쟁과 이념갈등이 있었던 암울한 시대입니다. 이청준은 작가적 통찰력으로 권력부패, 그 권력에 아부하는 대중들, 그리고 시민들의 살아있는 저항정신을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한센병 환자들의 섬 소록도에 군의관 조백헌 대령이 병원장으로 부임합니다. 군복에 권총을 차고 부임한 조원장(대령)은 의욕적입니다. 그는 원생들을 위한 천국 건설을 천명하지만 그의 원대한 꿈에 대한 원생들의 반응은 너무 냉랭합니다. 이유는 과거 원장들과의 아픈 경험들 때문이었습니다. 과거원장들도 원생들의 천국을 만들겠다고 큰 소리쳤지만 결국 자신들의 명예심과 과시욕으로 채워진 그들의 천국을 건설했습니다. 원장들은 환자들의 천국을 건설한다며 원생들을 혹사시켰고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했습니다. 원생들은 그 권력에 빌붙어 서로를 배신하고 반목하는 아픔이 있었습니다.

 원생들이 겪은 배반과 악행의 대표적 사례가 일제시대 원장 주정수다. 그는 원생들의 낙원 건설을 장담했고, 그의 꿈과 열정에 감동한 원생들은 열심히 따랐습니다. 그 결과 섬은 획기적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차츰 주원장은 절대적 지배자가 되었고 원생들은 피지배자가 되었습니다. 주정수 원장은 악랄했고 그 위력에 아부하는 원생들의 배신과 반목은 처참했습니다.

 원생들은 낙원의 건설을 위해 계속 되는 부역에 노예처럼 끌려 나갔고, 고통을 견디다 못해 섬을 탈출하는 사람마저 생겼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위해 만든 천국에서 목숨 걸고 탈출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더 무서운 것은 권력에 아첨하는 사람들이 주원장 동상을 세우고 그 동상에 참배를 강요합니다. 주정수는 원생들의 ‘천국’이 아닌 자신의 왕국을 건설한 것이었습니다. 주정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원장들이 그랬습니다.

 이런 과거를 알게 된 조원장은 원생들에게 지난날의 악몽을 씻고 이젠 내일을 바라보자고 설득합니다. 조원장은 자신의 목숨까지 건 맹세를 하며 자신의 진정성을 호소합니다. 원생들은 조원장의 목숨까지 건 맹세를 받고서야 비로소 바다매립 간척사업계획을 통해 ‘그들의 천국 사업’에 동의합니다.  간척사업을 하는 동안 원생들은 정말 헌신적으로 일했습니다.

 하지만 조원장도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한 수단으로 병원을 가꾸고 소록도를 가꾸었던 것이었습니다. 조원장의 내심을 아는 사람들의 반대와 상부의 명령으로 섬을 떠나가는 조원장의 초라한 뒷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한편 섬사람들은 퇴임하는 조원장에게 (조원장의 의도를 알면서도 자신들의 작은 이익을 위해 아부하며 굴종합니다. 

 소설’당신들의 천국’은 소록도라는 구체적 섬을 무대로 그 섬의 주민들인 나환자들의 실제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주인공인 조백헌 원장은 실제로 두 차례에 걸쳐 8년 가까이 소록도병원장을 지낸 조창원씨가 모델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나환자 선수들과 일반 선수들과의 축구 경기, 오마도 간척사업 등은 조창원 원장 시절의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알려집니다. 이 작품에는 정치적 알레고리의 성격이 있습니다. 소설 첫머리에 군복 차림으로 부임하는 조 원장과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자연스럽게 유비됩니다. 이 작품은 실화와 소설의 Fiction의 결합인 팩션(Faction)입니다.  

 소설 ‘당신들의 천국’은 인간의 악함과 나약함을 고발한 수작입니다. 이 작품의 제목이 의미심장합니다. ‘당신들의 천국’! 국가나 사회나 기관의 리더들이 주창하는 그들의 천국이 누구를 위한 천국일까요? 이청준은 왜곡된 의도와 동기를 가진 지도자 그들의 천국이라고 고발하고 있습니다. 불쌍한 원생들을 설득하고 동원하여 병원장들이 세우려고 했던 “천국”은 결국 병원장 자신들의 천국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들은 어떨까요? 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하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