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산은 경북 김천에 있습니다. 경기도 양평부근의 용문산과는 다른 곳입니다. 특별히 용문산은 나에게 깊은 인연이 있는 산들입니다. 군대생활을 용문산 부근에서 했고 용문산 기도원의 애향숙 재단에서 운영하는 <복음신문>에서 첫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신학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군대도 가기 전에 시작한 첫 사회생활이 <복음신문>이었습니다.
 두 용문산이 주는 젊은 날의 추억
 애향숙 재단에 속한 용문산기도원, 복음신문, 신앙세계, 기드온신학교, 구국기도재단 등이 다 거기서 운영하는 선교 기관들이었습니다. 복음신문 기자가 된 후 장로교단에 취재를 가면 문전박대를 당하거나 거절되기 일쑤였습니다. 소위 말하는 이단이라는 겁니다. 하긴 당시에 경상도 전라도 지역에서 감리교는 준이단 취급을 받을 때이니 말은 해서 무엇합니까? 70년대 후반 당시에 제대로 된 신학교를 나온 목회자들도 영호남 지역에서는 감리교를 이단이라고 해야 교세가 커지지 못하고 교인들도 단속할 수 있어서 그렇게 슬쩍 흘려서 감리교회에는 못 가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하나님은 생각하지 않고 내 배만 생각하는 양심불량 목회자들이 그 지역에 유독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복음열정으로 세워진 초교파 신학교인 용문산 기드온신학교와 재단법인 애향숙 그리고 문서선교를 위해서 최초의 기독교일간지를 만들며 몸부림치던 복음신문이 찬밥취급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선교에 대한 열정으로 나운몽은 꼿꼿하고 당당했습니다. 그의 아들들도 장로교신학대학 그리고 감신대를 나와서 목사가 되어 아버지의 뒤를 잇고 있습니다. 장로교세가 하늘을 찌르는 경상도에서 일찍이 교파의 벽을 깬 선각자인 셈이지요. 그리고 그가 세상을 떠나고 그의 자녀들이 초교파적인 인물들로 선교에 앞장서고 그리고 애향숙 재단법인을 감리교 유지재단에 편입시키며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선교적인지를 마지막으로 고민했던 큰 인물 나운몽 목사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재단법인 기독교대한감리회 애향숙이 22일(목) 오후 1시 감신대에서 우리나라 최초 기도원인 용문산기도원에 관한 제2회 학술세미나를 개최한다”는 소식이 당당뉴스에 실렸더군요. 그런데 참 웃기는 목적으로 이 세미나가 진행된다고 해서 실망입니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기도원 가운데 가장 오래된 용문산기도원의 역사적인 건물과 정신을 후대에 잇기 위해 문화재 등록을 추진하는 기초 작업으로 세미나를 열게 됐다”고 그 취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용문산 기도원의 건물이 뭐 그리 대단한가 묻고 싶습니다. 차라리 왜 그 시대 그 산골짜기에 기도원을 중심으로 거대한 시골도시가 형성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연구해서 발표해야 당시 사회상과 거기에 응답하는 영적핵심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오늘을 이야기해야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회개바위와 구국기도터에서 드리는 기도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 주제는 “용문산기도원 대성전의 교회사적 특징을 살펴봄으로써 기도원의 역사적 가치와 정신을 되짚어볼 계획”이라고 합니다. 누가 그 산골짜기에 건물 보러 갔을까요? 건물이야 거기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예루살렘 성전보다 더 대단한 건물들이 즐비한데, 무슨 거기서 가치를 찾는 세미나를 한다니 참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이가 없습니다. 우리 나운몽 사장님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분의 뜨거운 선교열정과 선교를 위해서 이단소리 듣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초의 일간지를 만들었던 청계천 신문사 터를 발굴해서 기념관을 만들고 당시 사용하던 활자와 운전기 등을 찾는 노력이 후손들에게 있으면 좋을 터인데, 아버지는 평생 이룬 애향숙과 수백 개의 교회를 감리교회가 받도록 조치하고 그 제자들은 한마디 불평도 없이 다 들어와서 감리교 목회자로 동화되는 과정이 귀한데 그런 대단한 영성에 대해서 더 깊이 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교단이 한 교단으로 합치는 과정에 왜 불협화음이 없었겠습니까? 평생 이뤄놓은 업적이 제대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하는데 하고 노심초사하며 지켜보는 수많은 추종자들은 일체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스승의 ‘교단흡수통합’의 뜻을 묵묵히 따랐습니다. 당시 어르신의 통합의 뜻을 받드는 실무자였던 삼남연회 장석재 총무는 소리 없이 행정능력을 발휘해서 하나 되게 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혹 다음에 이런 학술세미나가 이어진다면 건물 나부랭이가 아니라 영성이어야 한다고 믿는 것입니다. 감리교회의 태를 통해 태어난 북방영성의 대한수도원 전진과 남방 영성의 용문산기도원의 나운몽을 함께 다뤄도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왜냐하면 그 기도자리가 이 혼란의 감리교회를 견인할 ‘회개바위’와 단 일분도 기도의 불이 꺼지지 않는 ‘구국기도터’가 있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