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성결교회 양성환 선교사(오레곤선교교회 파송)
구약과 신약의 관계
신약의 예수 그리스도의 사건을 구약으로부터 이해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신약은 구약의 말씀을 자주 인용한다. 더욱이 신약 저자는 구약의 개념이나 사고의 틀을 자유자재로 변형하기도 한다. 마태복음 5장 22, 28, 32, 34, 39절의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라는 구절은 구약에 대한 예수의 자유로운 태도를 증명한다. 바울도 구약에 대해 자유롭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신약은 구약의 전통을 받아들이기는 하나, 동시에 자유로운 변형, 해석을 한다. 두 성서의 연관성과 유대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1. 두 성서의 관계
1) 두 성서의 일치성의 강조하는 견해-보수적인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이 견해를 받아들인다. 피셔에 의하면 “예수는 구약성서의 그리스도이다”라고 말한다. 구약의 증언의 가치를 신약 증언에 비하여 하락시키는 교회는 사도들의 서신에 있어서 중요한 것을 믿지 않으며 기독교적이기를 중지하는 것 같다. 바르트도 두 성서의 일치성을 강조한다. 그는 구약은 그리스도의 계시를 “기다림의 증거”요, 신약은 이를 회상하는 “회상에 대한 증거”이다. 구약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일어난 계시의 “전시대의 증거요”요, 신약은 “후시대의 증거”이다. 구약에서 그리스도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 자”요, 신약은 “이미 나타난 자”로 증거된다. 구약은 “장차 올 메시야”를 증거하는 반면, 신약은 “오신 메시야”를 증거한다. 하나님의 계시는 두 성서의 분리도 거부하지만 어느 한 성서를 격상시키거나 격하시키는 것도 거부한다. 문제는 두 성서의 일치성을 너무 강조하면 두 성서가 갖는 독특성과 시대성이 상실된다.
2) 두 성서의 불일치성을 강조하는 견해-진보적 학자들은 이같은 견해가 많다. 신약은 구약과 너무 다르다. 불트만은 기독교 신앙에서 구약은 더 이상 계시가 아니다. 이스라엘의 역사는 신앙인인 우리에게 계시의 역사가 아니다. 이스라엘에 대해 무언가를 말하였고 하나님의 말씀이었던 사건들은 우리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구약의 정당성은 “오직 그리스도로부터” 주어진다. 그는 “기독교 신앙에서 구약은 본래의 의미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다”라고까지 말한다. 두 성서의 차이는 있지만은 동시에 연속성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3) 두 성서의 유형론적 관계-유형론이란 두 성서의 관계가 유일한 관계 속에 있는 유비이다. 이를 예표론, 전표론이라 한다. 폰 라드는 “신약의 빛에서 볼 때 구약은 그리스도를 향한 예언이요 약속이다”라고 말한다. 두 성서는 서로 상대방을 해석할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 구약과 신약의 관계는 유비의 관계이다. 이 유비는 두 성서의 통일을 뜻하지 않는다. 유비는 두 성서의 차이를 전제한다. 옛 계약에서는 이스라엘이 계약의 상대자였으나 새 계약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방인들도 계약의 상대자이다. 구약에서는 하나님은 여러 가지 사건들과 제도적 장치와 인물들을 통하여 증거되는 반면에 신약에 있어서는 하나님은 아들을 통하여 증거한다. 구약은 하나님의 잠정적 혹은 본보기로서 행동하시나 신약에서는 하나님은 궁극적이며 확정적으로 행동하신다. 옛 계약과 새 계약의 관계는 길과 목적, 그림자와 몸, 상과 대상, 약속과 성취, 약혼과 결혼의 유비이다.
4) 두 성서의 계약 관계적 견해-구약의 하나님은 이스라엘과 계약 관계를 맺으신다. 창조도 율법도 이스라엘과의 계약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계약을 파기한다.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의 파기된 계약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된다. 계약의 현실인 율법은 예수 안에서 완성되며 그 안에서 마침이 되었다. 이스라엘은 율법의 완성인 그리스도를 죽이는 반면, 율법이 요구하는 행위와 업적을 남김으로써 그 자신의 구원의 길을 찾는다. 이 길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함께 끝났다.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새로운 계약의 백성, 새 이스라엘이 형성된다. 새 계약은 옛 계약의 폐기가 아니라 그것의 완성이요, 성취이다. 옛 계약 없이 새 계약은 이해될 수 없다. 옛 계약은 새 계약의 전제이다. 이같이 구약은 신약에 대하여 필요불가결하기에 기독교 신앙에 대하여 권위를 가진다. 한 분 하나님은 옛 계약의 하나님인 동시에 새 계약의 하나님이시다. 족장들의 하나님인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이시다. 예수 안에서 우리와 만나는 하나님은 구약 안에서도 말씀하신다. 구약의 권위는 신약의 권위와 동격이라기보다는 그 아래에 있다. 그리스도 자신이 구약의 권위를 그 자신 아래에 두셨다. 구약의 권위는 신약에 의하여 규정된다고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구약에서 그리스도 자신의 본체를 발견할 수 없다. 단지 그리스도가 던지는 희미한 그림자만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