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성결교회 양성환 선교사(오레곤선교교회 파송)
인간의 죽음과 세계
1. 하나님은 죄에 대하여 죽음, 즉 삶의 파괴로 보응하신다. 죄의 삯은 사망이지만, 사망의 자연적 성격에 대하여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소멸성과 파멸성은 모든 유기체적 생물의 일반적 법칙이다. 따라서 우리는 죽음이 창조의 법칙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죽음이 동식물의 일반적 죽음과 전적으로 구별된다. 이 구별은 인간은 인간 자신의 사멸성을 알고 있다는 데 있다. 인간이 자신의 죽음을 알고 있다는 것은 인간적인 실존의 가장 중요한 특성이다. 인간은 종말을 향한 존재 혹은 죽음을 향한 존재이다. 죽음은 창조의 질서요 은혜이지만, 동시에 죽음은 하나님의 심판 행위라고 한다. 육체적 죽음은 창조 질서에 속 하지만, 그리스도 없는 인간, 즉 신앙과 사랑이 없는 인간은 참으로 죽은 자이다. 이러한 죽음은 하나님의 심판의 행위이다. 자살은 하나님께 거역하는 행위이다. 그것은 창조의 질서를 깨뜨리고 하나님의 은혜를 배신하는 무서운 죄이다. 인간은 이러한 ‘죽음으로 나아가는 존재’를 두려움으로 체험하며, 또 염려나 거절, 부정을 위한 동기로 체험된다. 인간의 죽음은 대신할 수도 교체할 수도 없이 종말에 이르게 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이 세상의 형태도 죽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죽음은 현존재와 세계의 구조에 있어서 낯설은 것이 아니라, 도리어 죽음은 현존재와 세계에 속한 것이다. 모든 것은 죽음과 관련이 있다. 모든 생물의 사멸성과 투쟁의 법칙은 모두 창조의 질서에 속한다. 모든 것이 창조와 자연의 법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의 죽음의 형태는 죄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죽음이 자연사인 동시에 죄의 삸인 것처럼, 이 세상의 형태도 자연적이고 창조적인 동시에 죄의 권세에 의하여 통제된다.
가) 죽음을 하나님이 인간과 더불어 이루시는 역사의 한 사건으로 보자는 이론이다. 죽음은 우리의 삶을 남을 위하여 바칠 가능성을 말해준다. 우리의 생명을 노리는 인간이나 권세에 의하여 우리의 삶이 위협당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남을 위하여 스스로 우리의 목숨을 드릴 수 있는 기회를 가능하게 한다. 사랑하는 자를 위하여 우리의 생명을 버리는 것은 가장 고귀한 사랑이다(요15:13). 사랑의 표지는 실지로 우리가 죽지 않더라도 우리가 죽을 수 있는 가능성, 즉 사멸성과 결부되어 있다.
나) 하나님은 우리의 죽음을 통하여 우리의 사랑을 최고로 확증할 수 있는 기회로 주신다.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에게 사랑하도록 호소한다. 우리의 삶 일반 속에 나타난 하나님의 은혜로운 창조주 의지처럼 죽음을 긍정하고 감사하는 태도가 있어야 한다. 그러한 의미는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인식되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실현됐다. 예수가 우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린 데서 그분의 사랑의 극치를 보여준다(요일3:16). 사랑이 실현되기 위하여서는 죽음이 필요하다. 죽음의 그림자는 우리의 삶에 매일 매 순간 스쳐 지나가는 것이기에,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사랑의 밝은 광채도 우리의 삶의 실존에서도 나타나야 한다. 죽음의 그림자와 사랑의 실체가 함께 갈 때에 죽음을 긍정하며, 극복하는 힘을 갖게 된다. 그러기에 죽음을 앞둔 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 즉 용서와 화해 그리고 전적인 신뢰와 의탁이다.
다) 남을 위한 죽음 외에 또한 순교적 희생도 있다. 순교는 진리에 대한 충성심을 완성시킨다. 하나님이 진리에 대하여 전적인 충성심을 요구하기에, 순교를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의 죽음은 인간을 위한 순교이기도 하지만,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순교이기도 하다. 바울도 선교 활동 중에 순교를 예상하면서 이 순교를 하나님께 바치는 희생, 즉 제사적 희생으로 이해하고 그것을 통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다(빌2:17, 딤후4:6). 순교적 죽음은 완전한 예배와 헌신으로 나타난다. 죽음과의 만남은 신앙과 사랑으로 삶이 성취되는 극치를 보여준다.
라) 희생의 죽음이 아닌 자연사인 경우라도 하나님께 대한 희생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 죽음은 하나님을 신뢰하고 순종한 신앙인의 희생이기 때문이다. 신앙인으로서 죽음을 이기신 주님에게 자기 자신을 전적으로 기꺼이 드리는 것이다. 세상을 떠나 자기 자신의 목숨을 주께 드리는 제사로서 하나님께 경배하는 것이 신앙인의 죽음이다.
마) 우리 자신의 죽음은 또한 우리를 위한 희생이다. 우리의 희생은 우리 자신으로서 희생의 의미를 완전히 성취하지 못한다. 그러나 성도의 죽음은 새로운 세계의 시작으로서의 입문이다. 바울은 “땅에 있는 우리의 장막집이 무너지면 하나님께서 지으신 집 곧 손으로 지으신 것이 아닌 하늘에 이 있는 영원한 집이 우리에게 있는 줄 아나니.....”(고후5:1) 죽음은 창조의 질서에 속하는 것이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죽음은 은혜요, 예배요, 새로운 세계의 입문이요, 사랑의 극치임을 알 때에 저주와 형벌의 의미를 극복하는 것으로서 죽음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응하는 신앙인이 돼야 한다. 성서적 죽음의 이해는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받아들여야 감사할 수 있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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