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정치와 노동자당(PT)
 지난 10월 7일 대통령 선거에서 보우소나루가 46.06%, 아다지가 29.24%를 기록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제와 사회 불안을 야기한 지난 10년의 실정에고 불구하고 아다지의 선전은 단지 노동자당(PT, Partido dos Trabalhadores) 후보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합니다. 지역적으로 부유한 중산층이 많이 거주하는 남동부와 남부는 보우소나루, 빈민층이 다수를 이루는 북동부와 북부는 아다지에게 더 많은 표를 던졌습니다. 필자가 북동부 뻬르남부꾸(Pernambuco)에 갔을 때 내륙으로 들어가는 좁은 국도에 늘어선 집들마다 노동자당의 깃발을 발견 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 사람들에게 대통령은 여전히 룰라(Lula)이고 노동자당은 자신의 삶을 대변하고 개선해 줄 유일한 방법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20년간의 군부 정권 이후 시작된 1985년 신공화국 시대에서 노동자당은 브라질의 정치를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노동자당의 역사와 특징
 노동자당의 시작과 끝은 룰라(Lula) 전 대통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당시 그는 ABC라 불리는 상파울로 위성도시인 Santo André(A), São Bernardo do Campo(B), São Caetano do Sul(C)에서 노동자 파업을 주동하고 있었습니다. 금속 노조 위원장이었던 룰라와 그의 동료, 민주화를 위해 싸운 정치인, 학생, 지식인, 좌익활동가 그리고 가톨릭교회는 군사 정권의 영향이 아직도 남아있던 시절 노동자계층을 대변하는 정당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1980년 노동자당을 창당했습니다. 런던대학교 영연방연구소의 수석연구원인 리차드 본 Richard Bourne의 『대통령의 길, 룰라』(2008)에서 노동자당의 창당은 “군정 말기에 전개된 민주화 운동과 경제사회적 발전을 위한 대 정부투쟁의 산물”이라고 평가합니다. 여러 선거에서 실패와 승리를 경험하던 이들은 1989년 대통령 선거에서 룰라의 결선 투표 진출로 전국단위의 정치세력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이후 룰라와 그의 후계자 지우마의 연속 집권은 브라질 정치에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드리우게 됩니다.
 빛과 그림자
 노동자당은 엘리트가 주도하던 정치지형에서 아래로부터 정치참여를 주도하고 지방자치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 볼사파밀리아 Bolsa Família 와 같은 빈곤 퇴치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빈곤의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 다양한 사회운동 세력을 포섭한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 받습니다. 예를 들면, 권위주의 군사 정권의 수출 주도 성장 모델과 건설 프로젝트들은 소규모 농장을 파괴하고 수십 만 명을 거리로 내몰았습니다. 결국 전국단위의 1985년 무토지농민운동(MST, Movimento dos Trabalhadores Rurais Sem Terra)이 시작됐는데 노동자당은 이 운동의 정신과 정책을 적극 수용했습니다. 이후 중요한 사회운동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조직을 정비하고 외연을 넓혀왔습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합니다. 첫째로, 이들이 주장하는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부정부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노동자당의 근본 정신은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절충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회주의 없는 민주주의, 민주주의 없는 사회주의는 가치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모두가 다수의 이익을 위한 노동활동(사회주의)을 하면서도 창의성이 간섭 받지 않는 사회(민주주의)를 건설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정치경제가 ‘외부로부터’ 시작되고 유지되어 ‘불평등과 불공정’이 뿌리 박혀 있고, 공직자의 ‘사회적인 책임’이 결여된 브라질에서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모호한 개념은 혼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들은 그 태생부터 부정부패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모순을 안고 정권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지우마의 탄핵, 룰라의 수감으로 이어집니다. 진보적 가치를 가진 정권이나 정치세력의 도덕적인 타격은 보수 진영의 그것 보다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많은 이들이 노동자당을 비난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약하고 없는 자들을 대변한다고 하면서, 어떻게 자기 주머니를 채울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