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중 선교사(한국외대 국제지역학 박사수료)

 

수많은 인종 속에 중국인
 브라질에는 수많은 인종이 있습니다. 축구 국가대표팀을 보면 골키퍼 알리송(Alisson)에서부터 미드필더 윌리안(Willian), 그리고 공격수 네이마르(Neymar)까지 화려하고 다채로운 발재간 만큼이나 다양한 피부색이 눈에 띄지요. 다인종 사회는 이미 500년 전 유럽의 정복자들이 브라질을 밟을 때부터 시작 되었습니다. 인디오(indígenas)가 지키고 있던 땅에 아프리카 노예들이 도착 했습니다.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의 태동시기에 유럽의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인들이 자리 잡았습니다. 20세기 초반 일본인, 중동인, 그리고 한국인까지 브라질은 전세계에서 모인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되었습니다. 2010년 기준으로, 백인(brancos) 47%, 혼혈(pardos) 43%, 흑인(pretos) 7%, 아시아인(amarelo) 1%이고 인디오가 0.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전세계에 어딜 가나 흔히 볼 수 있는 차이나타운이 브라질에는 없습니다. 왜 일까요.

 중국 이민역사와 정체성 논란
 브라질에서 아시아 이민자들은 일본인, 중동인, 한국인, 중국인 등을 꼽습니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중 가장 먼저 브라질에 도착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미국 에모리대학의 제프리 레서(Jeffrey Lesser)교수의 ‘국가정체성의 협상’Negotiating National Identity(1999)에서 1807년 바이아주 고위 관리였던 주지 조앙 호드리게스 지 브리또(Judge João Rodrigues de Brito)는 중국인들을 근면하고 능동적인 노동자, 산업적인 기질과 예술과 농업 기술이 있는 민족으로 묘사합니다. 책에 따르면 1810년 이미 다수의 중국인들이 히오(Rio)의 차 농장에서 일하고 있었고 2년 뒤 4~5천명의 노동자들이 도착했으며 그 수는 계속 증가했습니다. 지금 현재 브라질어로 차(chá) 는 이 때부터 유래했다고 하지요. 1800년대 중반부터 브라질 엘리트들 사이에서 백인-흑인 사이의 브라질 정체성 논쟁이 있었습니다. 당시 백인도 흑인도 아니었던 중국인들은 브라질의 인종성을 오염시킨다는 비난에서부터 값싼 노동력을 지닌 흑인노예의 대안이라는 주장까지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브라질 아시아 최초의 이민자들이었고 근대화에 기여를 했지만, 현지인들과 함께 사는 것과 정체성을 지키고 현지사회에 맞게 재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함께 걸어가며 정체성을 만들기
 그렇다면 한인들은 어떨까요. 브라질 한인의 역사는 103명의 농업이민자들이 1963년 산토스 항구에 도착하면 시작되었습니다. 농촌의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하지 못했지만 도시로 이주하여 전래 없는 의류제품업의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한인사회 안에서 연대과 협동으로 기반을 닦았고, 거주지와 상업지역이 복합된 장소를 선택했으며, 현지인들과의 협업으로 생산체계를 구축했기 때문이지요. 브라질 경제의 흐름을 잘 탄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가족 중심이었던 이민의 특징, 자녀들에 대한 높은 교육열은 가족, 교회, 한글학교, 한인회를 통해 언어와 문화를 보존 할 수 있는 씨앗이 되었습니다. 이민 1세대는 물론 1.5세도 한국인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고, 브라질 문화에 익숙한 2세에게도 한국의 경제성장, 1988년 올림픽, 2002년 월드컵, 그리고 최근 한국 기업의 브라질 진출과 K-pop, K-drama 같은 한류는 부모의 나라를 충분히 자랑스러워 할 조건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우리가 누구인가라는 고민에 비해 실제로 딛고 있는 땅과 사람에 대해 이해하고 소통하며 맞춰가는 모습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나에게만 편안한 옷이 상대방에게는 불편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더욱이 한 공간에 있다면 갈등의 씨앗이 될 수도 있지요. 한인 미래의 과제는 우리가 누구인지 잊지 않으며 브라질 사회와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정체성을 다시 만들어가는 것임을 중국 이민 역사는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