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늦은 오후, 집으로 전화가 온다. “네 여보세요?”, “아 최호영 목사님이죠?” 중년은 좀 넘은 여자의 목소리인데 인사를 마치자 마자 바로 편하게 말을 놓으신다. 그리곤 무작정 자기 손주에게 2주간 기타를 가르쳐 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기타도 가르친다. 그리고 필요하시면 뭐는 못해드리겠는가? 하지만 정말 누구신지는 알아야 했다. 그런데 이 분 아무리 여쭤도 신분을 안밝히시려다 겨우 성함을 대시는데 그 때부터 존대를 하신다.(?) 나는 잘 알겠다 하고는 지금은 회의 중이니 다시 연락을 달라고는 통화를 마쳤다.(회의 중이긴 했다. 우리 딸 하늘이와 진지한 회의..) 솔직하게 상당히 황당한 전화였다. 하지만 이유가 저녁 시간에, 초면에, 부탁부터 하시며 반말을 하셨기 때문은 아니다.(뭐 좀 그렇기도..) 정말 황당한 것은,(맞추신 분들은 기타 레슨을 해드리겠다.) 본인의 손주에게 2주 간 기타를 가르쳐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세상 아무리 좋은 강사도 2주 안에 기타는 못 가르친다. 그런 건 세상에 없다. 어느 학원이던 교사는 방향과 방법을 제시하고 나머지는 본인의 몫인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이 있다면 6일은 연습하고 반복하여 몸이 익숙해지도록 해야 한다. 우리 건강도 그렇다. 오늘 뭘 잘못해서가 아닌 매일의 습관이 병을 키운다. 이유는.. 하나님께서 그렇게 만드셨기 때문이다. 왜? 아마도 참 진리는, 역시 안다는 것 다음 단계인 경험으로라야만 완성되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내가 오늘 아무리 은혜의 말씀을 배우고 묵상했어도 매일 직접 실천하고 살아보지 않는다면 신앙에 별 의미는 없는 것이다. 얼마 전 브라질 친구 하나가 브라질 교회 중 어느 교회가 있는데 이단인지를 물었다. 사실 잘 모르는 교회였다. 하지만 2가지는 말씀드릴 수 있었다. 첫째는‘나도 알아보겠다’라는 약속과, 두번째는‘마음이 조급하면 이단에 잘 속더라’는 말이다. 우리들은 늘 지름길을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들에게 하나님은 한걸음 씩을 가자 하신다. 대신 조건은 함께 걷는 것. 어딜 얼마나 가는 것보다 누구와 걷는 것이 더 의미있는 것 아니겠는가? 오늘 또 다시 제자리에서 맴도는 나 자신을 발견하며‘오늘은 제발 한걸음만 디딛자’라고 중얼거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