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브라질 전문가 젠스 아널드(Jens Arnold)는 ‘볼사 파밀리아’(Bolsa Família)가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룰라 정부에서 기존의 여러 빈곤층 지원 프로그램을 통폐합한 이 제도는 지우마 때 이르러 정착된 이 프로그램은 빈곤층을 위한 조건부 현금 지원 정책(CCT: Conditional Cash Transfer)입니다.
 빈곤층 가정은 아동 수에 따라 의료시설 방문, 예방주사, 학교 출석 등의 조건으로 매달 현금을 수령하고 극빈층은 조건 없이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현금을 입금하는 대상자를 가정 내의 여성으로 지정하여 실질적으로 아이들에게 혜택에 갈 수 있도록 하는 등 빈곤층을 구제하려는 다른 개발도상국에게 모범적인 정책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볼사 파밀리아는 분명 브라질의 극빈층을 끌어올리는데 기여했습니다. 사실 이 프로그램은 브라질 정부가 빈곤층을 위한 거의 유일한 공공지출입니다. 브라질 정부 자료를 기준으로 2016년 말 자료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의 지원을 신청한 주민은 1천400만 가구였습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브라질 빈곤층 비율은 45.8%(2003년), 29.6%(2009년), 26.5%(2011년), 20.4%(2014년) 까지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2015년 최악의 경기 불황으로 2015년에 22.1% 증가세로 돌아섰고 그 수는 4천550만 명에 달합니다. 실제로 북동부나 북부지역을 가보면 이 프로그램의 혜택으로 기본적인 생필품을 구입하고 있는 많은 가정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학교를 가지 않던 아이들도 의무적으로 공부를 하여 아동 노동과 문맹률이 떨어졌습니다. 풍토병과 열대 질병과 열악한 보건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이 의료검진과 백신을 접종하여 성장시기에 위험 요소를 덜 겪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프로그램이 정부가 가난한 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비용대비 효율적인 정책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볼사 파밀리아의 그림자도 없지 않습니다. 배준범(2013)은 『룰라, 볼사 파밀리아 그리고 브라질 빈민층의 투표 변화』라는 글에서 이 프로그램이 단기적 소득 분배를 통해 수백만의 빈곤층을 구제할 수 있지만 교육과 인프라와 같은 장기적인 투자를 등한 시 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입니다. 진보정권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정치적 혜택을 얻었지만 유지할 능력이 없었습니다. 특히 2015년부터 이어진 사상 최악의 경제침체는 예산의 삭감으로 이어졌습니다. 소득 재분배를 통해 빈부 격차를 완화하겠다는 정책은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또한 프로그램의 취지는 좋으나 생산성과 창의성의 저하와 나태함을 부추깁니다. 실제적으로 북동쪽의 가정을 방문해보면 더 나은 삶과 교육을 받고자 하는 의지가 현금을 준다는 이유 때문에 저하되고 있습니다. 지원을 받는 만큼 굶지 않기 때문에 딱 거기까지 생각하고 행동하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브라질의 사회 구조의 어두운 면이지요.
 그렇다면 한인 사회는 어떤가요. 여태껏 한인은 브라질의 평균보다는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경제생활을 유지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브라질 빈곤층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현실일 수도 있습니다. 의류제품 시장은 정보의 공유와 값싼 노동력 때문에 무한경쟁 시대 속에 들어왔고 안정된 직업이 아닙니다. 브라질을 떠받치는 경제구조는 외부의 압력에 허약함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너무 오래 전 고국을 떠나와 한국에 기댈 곳이 없는 브라질 한인들 중 많은 이들이 경제적으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한인사회의 위계성과 경직성으로 인해 심한 고통 속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하는 자들이 많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는 경험도 부족하고 기회비용도 큽니다. 빈곤층 퇴치는 아니더라도 취업교육이나 창업상담과 같은 실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한인사회와 재외공관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