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의 브라질
 플러스(+) 10 시대. 이제는 당연한 말이다. 20년 전에는 20대 초반이 결혼 적령기였다. 지금은 30대 중후 반으로 늦춰지고 있다. 이전에 60대는 지나온 삶을 정리하는 황혼기(黃昏期)였다. 오늘날 60대는 뭘 시작해도 되는 청춘(靑春)이다. 20세기 이후 세계경제의 급격한 성장과 기술혁신은 인구 지형을 바꿔 놓았다. 사망률이 감소하고, 평균수명이 증가하고 있다. 출산율은 떨어지고 경제를 떠받치는 생산자 집단의 나이가 늘어나고 있다. 바야흐로 고령화 시대다(Sociedade em Envelhecimento).
 브라질도 이미 고령화 시대로 들어왔다. 2012년 히오(Rio)의 오스왈도 크루즈 재단의 마리아 미나요 연구에 따르면, 20세기 초반 브라질 평균 수명은 33.5살이었지만 2009년 73살로 증가했다(여성 76.5세, 남성 69세). 1999년에서 2009년 사이의 인구지형 변화에서, 노령 인구의 비율은 9.1%에서 11.3%로, 60세부터 69세 인구는 21.6%, 80세 이상은 47.8% 증가했다. 아이들은 어떨까. 10세 이하 인구는 2007년 3020만 명에서 2009년 2940만 명으로 줄었다.
 필자는 올해 3월 참여했던 SENAC의 노인복지학 과정에서 브라질의 고령화 현상을 관찰 할 수 있었다. 간호학, 보건, 질병, 영양, 면역, 제약, 응급처치, 상담기술을 배우러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아픈 노모를 모시는 60살 딸에서부터 일자리를 구하는 17살 고등학교 졸업생, 현직 간호사, 목사 사모님, 학교 선생님 등. 이전에 가사(家事)의 영역에 있던 노인 돌봄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학문과 각광받는 직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노령인구의 건강을 유지하고 행복한 삶을 보장하는 일은 브라질사회의 주요한 관심사가 되었다. 브라질의 고령화는 표면적으로는 사망률 감소와 기대수명 증가와 같은 다른 나라들과 비슷한 현상인 것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다르다. 복지정책 모범 사례인 북유럽 국가들은 사회 각 세대에 만족스러운 삶의 조건을 제공하기 위한 사회 보장제도를 유지했고 이 상황에서 고령화 문제는 사회 정책의 우선 순위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브라질의 고령화는 저개발국 수준에서 크게 개선되지 않은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한 채, SUS(Sistema Unico de Saude)와 같은 광범위한 공중 보건 조치의 결과로 생겨났다. 이는 대다수의 국민들을 더 나은 생활 수준의 목표로 삼은 ‘자연적 노화 과정’(Processo Natural do Envelhecimento)과는 거리가 있다. 증가하는 노인 인구가 다층적이고 체계적인 사회보장 시스템을 필요로 하지만 브라질은 아직 준비가 되지 못한 듯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브라질 한인들의 고령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새로 유입되는 젊은 이민자들의 수가 급감하고 있다. 도시에서 자녀를 낳고 키우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 1세 한인들은 이제는 익숙해진 브라질 사회에서 노년을 맞이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많은 고민이 생긴다. 한인들은 브라질의 고령화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하고 있을까? 한인들의 노년 삶의 만족도는 브라질인들과 어떻게 같고, 다를까? 어떻게 하면 지금 1세가 느끼는 고민과 시행착오를 우리 2세 3세 자녀들에게 물려주지 않을 수 있을까?
 이제는 한인들이 눈을 크게 뜨고 준비 할 때다. 고령화는 한 사회에서 한 개인이나 집단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행복한 노년의 삶을 위해 사회보장제도를 활용하고 사회관계망을 통해 정서적, 신체적, 물질적 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브라질의 한인들은 이 부분에 취약하다. 브라질 사회가 고령 이민자들에게 특별한 대우와 관심을 가질 리도 의문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한인들이 브라질 고령화 추세와 사회 변화를 잘 관찰하고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주어진 조건에서 삶의 뿌리를 충분히 내리고 사회관계를 통해 그 뿌리를 뻗어가는 것이 다음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