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중 선교사
브라질 한인들은 미래를 잘 준비하고 있는가?
브라질은 노인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나라인가?
브라질 친구가 볼멘소리를 하며 퉁퉁거린다. 올해 60살인 그는 직장을 정리하고 연금을 받으며 조용한 시골에서 아내와 단둘이 오붓하게 살 계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작년부터 시작된 연금 개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결국 아내는 미용실을 계속 운영해야 하고 자신도 다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브라질 인구는 2050년까지 2억 5천만 명까지 증가하고, 그 중 65살 이상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25%인 4천 9백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브라질 사회의 노령화를 바라보며 “어떻게 노인들의 질병을 예방하며 활동적이고 건강한 독립된 생활을 하게 도울 수 있을까?”, “브라질 노인복지를 위한 사회 보장제도가 이민자들에게 어떻게 제공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최근 테메르 정부의 향후 20년간 예산지출의 실질적인 동결과 고강도 긴축 정책은 사회보험, 공공부조, 근로사업, 취업준비와 같은 직간접적으로 노인 복지에 영향을 주는 사회보장제도(Sistema de Seguranca Social)를 심각하게 흔들고 있다. 사회보장제도는 국민의 실업, 빈곤, 질병, 노령에 대한 사회적인 위협에 대응할 사회적으로 합의된 시스템이며 현대사회의 국가정책 중 가장 중요한 이슈이다. 지난 20년간 브라질은 카르도주-룰라-지우마 정부를 거치며 노인복지를 포함한 사회 보장제도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구축해 왔다. 하지만 대중영합주의(Populismo)에 기반한 과도한 선심성 정책은 신자유주의 자본의 거대한 힘 앞에서 좌표를 잃고 갈팡질팡 중이다. 고질적으로 대물림 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사회에서 평생을 평균임금 언저리에 살다가 이제 은퇴의 나이에 조금은 안정된 삶을 꿈꾸는 브라질 노인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다. 그리고 그 한 복판에 한인 이민자들이 있다.
누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나
필자는 2014년부터 상파울로에 거주하며 『브라질 노령화의 사회학적 분석』이라는 주제로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SENAC (Servico Nacional de Aprendizagem Comercial)에서 <노인복지학> 과정에서 자료 수집, 히오 그란지 두 술, 뻬르남부꾸를 자주 방문하여 브라질 노령화와 그 문화를 읽어왔다.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두 번의 중남미 인턴쉽을 통해 아르헨티나, 칠레, 우루과이, 에콰도르의 한인 노인인구 실태를 관찰하고 2015년부터 상파울로 깜부시의 대한교회에서 사역하며 브라질 이민사회를 연구하고 있다. 브라질도 늙어가고 이곳에 사는 한인들도 늙어간다. 대부분의 한인 이민 1세대는 노령에 접어들었고 2세 3세들도 상황은 다르겠지만 인생의 마지막 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현재 브라질의 한인인구는 5만 명에 정체되어 있다. 노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이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역사적으로 한인들은 브라질 경제정치변화에 따라 수동적이었고 경제적인 풍요를 쫓아 옮겨 다니며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한 채 노령화로 접어들었다. 브라질 노령 인구가 불안정한 정치경제사회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다면 한인 노인들은 이민자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더해진다. 사회적 동화(Integracao Social)의 부족, 이민사회의 고립성, 한인 이민역사를 보는 관점의 제한성 때문에 우리의 미래인 노령 인구의 행복한 삶과 복지에 대한 문제를 외면 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브라질 한인들은 불안정한 브라질의 사회 보장제도 시스템 속에서 좌표를 찾아 우리의 미래를 결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지면을 통해서 하나하나씩 고민하고 풀어가고자 한다.
* 정기중 선교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미국 캘리포니아 Azusa Pacific Seminary를 졸업하였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중남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브라질 노령화의 사회학적 분석』을 주제로 논문과정 중이다. 미주성결교회 목사이며 브라질 선교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