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남철 목사(그레이스성결교회 담임)
그런데 식구들 간에도 서로 마음이 달라서 한쪽은 가자, 한 쪽은 가지 않겠다 많은 갈등과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드디어 평생 처음 미국 땅을 밟게 된 것이다. 그것이 1999년 11월 30일이었다. 다섯째 고남익 동생은 아내와 외아들 성운이와 함께 엘에이 공항에 내렸다. 다섯째 동생은 늘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개척자의 정신이 있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먹고 살 수야 있겠지 생각을 하며 왔다고 했다. 엘에이 공항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차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미국의 첫 인상을 물었더니 “미국, 굉장히 크군요 비행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까 어마어마하게 크대요” 그것이 첫마디였다. 그의 인상은 미국은 우선 크다는 것이었다. 제주도에서 살던 사람이 엘에이에 왔으니까 미국이 크다는 인상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닐까. 공무원 생활하면서 동남아 연수를 몇 번 다녀오긴 했지만 역시 미국의 스케일에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식구들도 보통 흥분된 것이 아니었다. 미국 온지 20년만에 형제가족을 미국에서 만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나는 가끔 눈물이 글썽거렸다. 너무나 반가웠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하시엔다 집에 오면서 내내 설명해 주었다. 저기 보이는 것은 롱비치에서 엘에이로 가는 전철이고 이것은 고속 도로이고 저쪽에 보이는 것은 로즈 힐 공원이고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모두다 신기하게만 보이는 모양이다. 처음 보는 것들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집에 오자마자 우선 쉬게 했다. 몹시 피곤해 보였기 때문이다. 동생은 감기로 몹시 고생하고 있었다. 미국 간다니까 밤낮 친구들을 만나고 파티를 갖고 인사하러 다니느라 쉴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제 미국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들을 보니 한편은 가엽기도 하고 또 한편은 자랑스럽기도 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건가 생각하니 조금은 걱정스럽고 또 살다보면 다 길이 열릴 것이니 희망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우리 집에서 3개월 가량 지냈다. 매일 가정 예배를 드리면서 그 가정을 위해 기도했다. 그들은 우선 일을 하고 싶어했다. Social Security Number를 받고 아이를 학교 보내고 나서는 직장을 구했다. 천천히 하라고 해도 마음이 조급해지는 모양이었다. 나는 우선 청소부터 시작하라고 했다. 그는 무엇이나 하겠다고 덤벼들었다. 이곳 저곳에 수소문해서 청소 쟙을 구했다. 하루 40마일 50마일 어떨 때는 70 마일을 넘게 청소하러 다녔다. 그러나 그들은 피곤한 줄도 모르고 긴장된 상태였기 때문에 잘해 냈다. 한 두 달 다니니까 길에 대해서는 박사가 되었다. 어떤 길도 주소만 주면 다 찾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차 타고 다니면서 미국을 조금씩 깨우쳐 나갔다. 밤늦게 피곤한 몸을 이끌고 들어오는 것을 보면 안됐다고 생각한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중에서도 그들은 즐거운 모양이다. 불평이 없고 마냥 기쁘기만 했다. 3개월 후 셋째 동생 고남진 가족이 2000년 2월 중순에 왔다. 그의 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왔고 딸은 고등 학교 1학년을 마치고 왔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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