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우스의 뒷마당은 보통 넓은 편이다. 우리 집 뒷마당도 꽤 넓다. 87년 한국에서 아버님, 어머님이 오셨을 때 뒷마당의 잔디를 모두 파헤치고 밭을 만들었다. 부모님에게 미국에서 소일거리를 만들어 드리느라고 그렇게 한 것이다. 그리고 언덕이 되어 있어서 늘 불편했는데 둑을 만들어서 보기 좋고 살기 편하게 만들었다. 뒷마당의 잔디를 모두 파헤치고 거기에다가 고추, 상추, 토마토, 호박, 오이, 가지, 들깨, 실란트로 등을 심었다. 홈 데포 라는 곳에 가면 한 부대에 55센트하는 거름이 있다. 그것을 30여포 사다가 뿌려 놓았다. 아버님 어머님이 하실 일이 생긴 것이다. 얼마나 잘 되는지 무럭무럭 잘 자랐다. 매 주일 고추를 몇 봉지씩 따다가 교회 성도님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교회 신자들은 우리 집을 “고 농장” 이라고 불렀다. “고 농장에서 나온 고추를 먹어 보세요. 고 농장에서 나온 상추 참 맛이 있습니다” 등등 참으로 재미있게 선전도 했다. 물주는 것이 매일의 일이었다. 하루라도 물을 안 주면 안 된다. 날씨가 항상 건조하기 때문에 매일 물을 주어야 했다. 그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부모님은 하루 종일 뒷마당에서 그 농사 짓느라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잘 지내셨다. 그런데 부모님은 한국으로 가시더니 영주권을 반납하고 미국으로 들어오지 않으셨다.
 미국의 한인 가정마다 뒷마당에 조금씩 농사를 짓는 일이 있다. 나만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취미로 그렇게 한다. 물 값이 더 들고 마켓에 가면 그 보다 훨씬 좋은 것을 싸게 사 먹을 수 있지만 식물을 키우면서 정서적으로도 안정을 얻고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것이다. 지금도 우리는 뒷마당 한구석에 농사를 짓는데 아침에 일어나 커텐을 열면 푸릇푸릇 자라는 것이 보인다. 바로 눈앞에 나타난 상추, 오이, 토마토, 가지, 호박을 보노라면 얼마나 마음이 좋고 기분도 상쾌한지 모른다. 새싹이 자라날 때는 그런 대로 좋고 커서 열매를 맺힐 때는 그런 대로 아름답다. 싹은 싹대로 보기 좋고 커서는 큰 대로 보기가 좋다. 농부들은 이런 맛에 바로 농사를 짓는구나 생각해 보았다. 아침에 문을 열면 오이가 또 따도 될 만큼 자랐다.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클 수가 있나. 아이들이 “아빠, 오이가 이렇게 컸어” 하면서 놀라는 듯이 가리킨다. 그래서 아이들이 한창 자랄 때 “오이 같이 큰다고 하는 거야”. 나도 시골에서 살면서 어렸을 적에 오이 밭에 가서 오이를 따 온 적이 있다. 정말 하루 사이에 얼마나 자라는지 모른다. 다 따서 내일은 딸 것이 없다고 했는데 뒷날에 가 보면 또 딸 것이 있고 또 딸 것이 있었다. 우리 집 뒷마당의 오이도 그렇게 크게 자랐다. 나무 받침을 높이 해 주었고 그 받침대를 따라 죽 올라가다가 이제는 더 이상 올라 갈 수가 없어서 다시 밑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길다란 오이가 쑥쑥 자라는 것을 보면서 아주 신이 났다. 매일 뒷마당에 나가 야채들에게 인사하는 것이 여름의 일상 생활이 되었다. 야채들도 싱긋이 인사하는 것 같았다. 일년 내내 농사를 짓는데 4월부터 8월까지 농사가 끝나면 또 겨울 상추와 파를 심는다. 그러면 겨울에도 싱싱한 상추를 먹을 수 있는 것이다. 호박은 9월 10월까지도 간다. 그러니 일년 내내 뒷마당 고 농장의 기쁨과 행복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생명의 푸르름과 삶의 생동력을 불어넣어 주는 농장이다. 아침이 밝아오면 또 새로운 채소의 생명으로 뒷마당이 풍성해 진다. 땅의 내음과 채소의 생명력이 이민자의 가슴에 가득 들어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