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미성대 명예총장)

 

□ 갑자기 전쟁터가 된 교회
 1950년대 중반, 그러니까 휴전 직후였다. 어떤 시골교회 신자들이 양편으로 갈라져 싸웠다. 모이기만 하면 오른 쪽과 왼 쪽으로 자기들 편끼리 모여 앉았다. 오른쪽 편에서 통성기도하면 왼쪽 편에서 통성찬송을 불렀다. 그것도 악을 쓰며 불러댔다. 물론 왼쪽 편에서 기도하면 오른쪽 편에서 아우성 찬송을 했다. 담임목사가 설교하려고 강단에 올라가니 저쪽 편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끌어내렸다. 저 쪽 편 목사가 올라가면 반대편 신도들이 멱살을 잡고 끌어내렸다. 이쪽은 ‘호헌파’ 저쪽은 ‘총리원파’라 했다. 그 때부터 교회는 모이기만 하면 난장판이 되었다. 장년이 100명 정도 교회인데 매주 참석자가 늘어갔다. 특히 몸집 좋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주일예배인데도 헌금순서는 없었다. 자기편끼리 따로 돈을 모았다. 몸싸움이 잦아지면서 경찰이 동원되어 해산시켰다. 한쪽은 자유당 정권과 결탁되었고 다른 쪽은 야당과 결탁된 정치싸움 양상도 있었다. 싸움을 즐기는 신자들도 꽤 많았다. 자기 편 끼리 모여 앉기면 하면 박장대소를 하며 무용담들을 쏟아 놓았다. 싸움은 법정으로 비화되었다. 담임목사 직권정지, 예배인도 금지, 출입금지, 상해죄 등으로 고소와 맞고소가 이어졌다. 그런데 끝에 가서는 재산싸움이었다. 미국선교사들의 도움으로 교회당, 목사사택, 유치원 땅과 건물이 있었다. 소송에 이기려면 신도수가 많아야 한다고 해서 열심히 사람을 동원했다. 또 좋은 변호사를 사야 승소한다고 해서 가난한 살림에도 손 크게 헌금했다. 두 해 가까이 걸려 법원 판결이 났다. 교회당은 총리원파, 사택 등은 호헌파의 소유라고 판정했다. 절반씩 나눈 셈이다. 그런데 양 편이 싸우느라고 쓴 돈, 소송비용 등을 합치면 예배당 하나를 짓고도 많이 남는 액수였다. 실로 ‘멍텅구리들의 싸움’이었다. 얻은 것은 별로 없고 잃은 것만 많았기 때문이다. 실상 재산을 잃은 것은 대단한 것이 못 되었다. 믿음이 변질되었다. 사랑을 잃었다. 영혼을 잃었다. 교회라는 이름에 오물을 끼어 얹었다. 무엇보다도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잃었다. 그것이 어느 교회였느냐고? 경기도 화성시 남양감리교회였다. 1896년 경 아펜셀러 선교사가 설립한 교회였다. 기미독립선언에 참여한 33인의 한 분 이필주 목사님께서 시무하셨던 교회였고, 한국교회 최초의 바르트 신학자, 한국적 신학을 전개했던 윤성범 박사께서 초등학생 때 출석했던 교회였다. 필자도 중학교 2학년 학생 때부터 출석했는데 1년 정도가 지나면서 교회분쟁이 터졌다. 그런데 나를 무척 사랑해 주셨던 여자국어선생님은 나와 반대편이었다.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부모와 형제자매, 스승과 제자가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죽이고 죽었던 6.25사변이 교회에서도 한 바탕 벌어진 양상이었다. 그것도 3년여가 지나서 겨우 봉합이 되었지만 아직도 그 싸움의 상처는 너무도 깊이 남아 있다.
 □싸움질만 안 해도
 나성영락교회 사태가 결국 법정으로 가게 되었다. 한 때 동양선교교회와 함께 한인이민사회를 이끌어 가던 두 기둥이었던 교회였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실상 이민교회의 분쟁은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작은 교회는 자주 싸우고 큰 교회는 크게 싸워 왔다. 이민교회사는 곧 이민교회 분쟁사였다고 하면 과장일까. 모국교회들이 감리교회에는 기감과 예감이 있고, 성결교회에도 기성과 예성이 있다. 장로교회에도 기장과 예장이 있고 예장은 또 세포분열 되어 통합, 합동, 연합...그런 이름들이 생겨났다. 그래서 “예수와 그리스도가 싸운다”는 모욕적 조롱을 받아오고 있지 않은가. 그래 그럴까, 당사자들과 관전자들 모두에게 교회싸움에 무신경 풍조도 생겼다. ‘저런, 또 싸움질 하는구먼.’ 그런 수준이다. 게다가  싸움의 당사자들은 싸움을 말리는 사람들에게도 화살을 쏘아댄다. 비판하지 말라고도 하고 혹은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고도 한다. ‘너나 잘 해’ 그렇게 빈정댄다. 그러나 아니다. “만약 이 사람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는 예수님의 말씀(눅19:40)을 경고로 삼아야 한다. 교회의 분쟁은 자주 그 교회 이름에 대한 반역행위이다. 동양선교교회는 끝없는 분쟁으로 선교에 대한 반역죄를 짓고 있다. 사분오열된 빌라델비아교회는 ‘형제사랑’, 헤브론교회는 ‘연합, 친교’라는 이름에 대한 반역이다. 싸움에 중독되었던 ‘제일교회’들은 제일 모범된 교회가 아니라 제일 잘 싸우는 악명 높은 교회로 전락했다. 영락교회는 ‘영원한 즐거움’이란 뜻을 가졌다. 나성영락교회는 영원한 즐거움을 생산해 내야 할 사명을 지녔다. ‘하나님께 영광, 사람들에게 기쁨’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하는 말이 무엇인가. 교회분쟁 때문에 지옥문이 훨씬 넓어졌다, 교회는 싸움질만 안 해도 전도는 저절로 된다, 그런 혹독한 비판들이다.

 □성경의 대표적 분쟁교회
고린도교회, 그 교회가 바로 성경에 기록된 가장 악명 높은 분쟁교회였다. 바울, 베드로, 아볼로라는 지도자들에 따라 패거리가 생겼다. 스캔들 문제로 싸웠고, 예배 복장문제로 싸웠다. 성찬예식 때문에 또 싸웠다. 은사가 다르다고 해서, 재정문제로, 심지어 예수님의 부활문제로 머리가 터지도록 싸웠다. 싸우는 교회에는 모든 것이 싸움의 씨앗이 된다. 그런 것을 예견하셨던 때문일까.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처형되시기 직전에 겟세마네 동산에서 피와 땀을 흘려 간절히 기도하셨다.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다. 그런데 그보다 바로 앞서서는 대제사장 기도를 하신 것이 요한복음 17장에 기록되어 있다. 그 기도에서 가장 간절히 기도하신 것이 무엇인가? 모든 교회가 하나 되도록 하신 기도이다. “우리와 같이 그들도 하나가 되게 하시옵소서.”(요17:11). 하나가 되라는 기도를 네 번이나 반복하셨다. 그것도 성부 성자 성령 삼위 하나님께서 일체가 되신 것처럼 하나가 되라고 기도하셨다. 그러니까 교회 분열과 분쟁은 바로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반역이다. 분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사도 바울은 편지설교를 했다. 특히 세상 법정에 교회 문제로 소송하는 일에 대하여 무섭게 꾸짖었다. 그 속뜻은 “하나님을 세상 법정에 세우지 말라.”는 경고이다. 심판주는 성삼위 하나님이신데 어찌하여 하나님의 일을 세상 법정이 판결하도록 하느냐는 엄중한 경고였다. 교회도 싸울 수 있다. “화평이 아니요 칼을 주러 왔노라.”(마10:34)고 주님도 말씀하셨다. 그런 점에서 교회는 그리스도의 군사들이 모인 전투본부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영적 싸움, 사이비 이단들과 싸움이어야 한다. 그런 대표적 사례가 바로 500주년을 맞게 되는 종교개혁이다. 사실 종교개혁만 해도 ‘의의 면류관을 받을 만큼 온전히 선한 싸움’만은 아니었다. 정치 경제적 이해가 얽혀 있어 신교와 구교 전쟁에 엄청난 인명이 손실되었다. 그래도 그 동기만은 절대적 진리의 왜곡을 바로 잡기 위한 목숨 건 투쟁이었다.

□교회분쟁 해결의 만통열쇠
 어떻게 하면 교회 분쟁을 해결할 수 있을까? 그것도 단칼에 해결할 수 있는 지혜는 없을까. 일반적 사례로는 종교 간의 싸움이나 종교 내부의 분쟁은 해결하기가 지극히 어렵다. 같은 이슬람이면서도 수니파와 시아파의 잔인한 싸움이 그걸 증명한다. 그러나 교회들의 내적 갈등은 대부분 절대적 진리의 차이가 아니라 상대적 진리의 차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싸우는 집단 사이에 는 자주 상대적 진리를 절대화시키려는 자기 합리화가 판을 치기도 한다. 아무튼 갈라설 바에는 평화적으로 갈라서는 것은 교회가 자주 권고하는 차선의 방식이다. 개체교회가 법정분쟁으로 가는 것은 결국 재산싸움인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법정분쟁으로 가면 백해무익이다. 아무에게도 유익이 없다. 교회 재산을 정당하게 나누겠다고만 합의하면 재판과정 없이 기쁨으로 분립할 수도 있다. 그런 모범적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 특히 교회가 냉전 단계에 있을 때에는 열전단계로 악화되기 전에 미리 합의하여 분립할 것을 권고한다. 각 교회마다 분쟁해결에 관한 규정과 절차가 있으면 그에 따르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분쟁 그룹의 대표들이 공동으로 교회갈등해결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받는 것도 권고할만한 방법이다. 그런데 문제는 서양인들은 합리적 사고방식에 익숙해서 ‘합의해결’의 열매가 좋은 반면 우리들은 감정이 앞서기 때문에 타협과 협상이 잘 안 되는 단점이 있다. 감정적인 말 한 마디가 다 된 협상을 단번에 깨뜨리는 사례도 보았다. 뜨거운 가슴과 함께 냉정한 머리를 사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어떤 전략보다도 효과적인 것이 있다. ‘십자가 제단 위에서 잔혹하게 살해 되신 예수 그리스도’께 위탁하는 일이다. 그래서 사도 바울도 고린도교회 성도들에게 경고했다. “그리스도께서 어찌 나뉘었느냐? 바울이 너희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혔느냐?....십자가의 진리는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받은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 (고전1:13-18). 교회분쟁 해결의 만통열쇠(master key)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라는 뜻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갈기갈기 찢겨져도 자기만 살아남겠다는 사람들만 모였다면 그건 교회가 아니라 ‘사탄의 모임’(계2:9, 3:9)일 뿐이다. 그래서 분쟁하는 교회들을 위하여 간곡히 권고한다. ‘예수님이시라면, 그 분이 담임목사이시라면, 그 분이 당회원 장로이시라면, 그 분이 안수집사이시라면..... 어떻게 하실까’를 깊이깊이 생각하고 그분을 따르기 바란다. (히3:1). 난파선이 된 우리 교회를 살려내기 위하여 내가 먼저 십자가 지고 해골언덕을 향하여 떠나겠다는 참 제자들이 날마다 늘어가기를 간곡히 기도한다. 제발, “좋은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느니라”는 목회 대헌장(요10:11)을 깊이깊이 새기고 그 명령에 절대순종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