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10월 31일은 Halloween Day 이다. 이날 저녁이 되면 아이들이 각양 각색의 귀신 의상을 입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드릭 오어 트릿”이라고 말한다. 캔디를 좀 주시든지 놀이를 좀 보여 달라는 뜻이다. 그러면 가정마다 캔디를 준비해 두었다가 아이들에게 하나씩 준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적, 스탠톤 집에 살 때였다. 미국 아이들에게는 축제라고 할 수 있는 핼로윈 데이에 우리아이들은 무섭고 이상한 마귀 옷을 입고 얼굴에는 마스크를 쓰고 밀가루 부대를 하나씩 가지고 나가더니 한시간 동안에 거의 반 가량 캔디를 모아왔다. 집에다 쏟아놓고는 다시 나갔다. 아이들은 신이 났고 우리들도 신이 났다. 미국 와서 처음 갖는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두 아이가 돌아다니면서 트릭오어 트릿을 했다.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서 의상이며 마스크며 미리 준비를 다해 두었다. 그 날에 모은 캔디가 일년을 먹을 수 있을 만큼의 분량이 되었다. 자식들이 트릭 오어 트릿을 끝낸 후 캔디를 방바닥에 쏟아 붓고서는 가장 맛있는 것을 골라 먹으면서 손으로 만지작거리면서 기뻐하는 것을 보았다. 캔디도 각양각색이다. 우리들도 아이같이 기뻐했다. 맛있는 캔디가 공짜로 생겼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얼마나 먹고 싶어했던 것인가. 아예 대형 마켓에서는 그 날에 쓸 캔디를 다량으로 판다. 고급도 있고 싸구려도 있고 사탕도 있고 쵸코랫도 있고 별의별 캔디가 다 등장한다. 또 이때는 가정마다 사방에 귀신들을 그려 놓기도 하고 붙여 놓기도 하고 거미줄을 만들어 매달아 놓기도 하고 귀신 잔치나 하듯 요란하게 만든다. 은행에도 장식하고 학교에도 장식하고 공공 기관에도 간단히 그런 것들을 만들어 놓고 손님들을 즐겁게 한다. 특히 그때는 호박이 동이 난다. 한달 전부터 호박을 파는데 핼로윈 호박이다. 호박에 사람 모양으로 구멍을 내고 그 안에 촛불을 켜 둔다. 집 앞에 넣어 두기도 하고 집안에 켜 놓기도 한다. 우리는 호박을 하나 사다가 사람 모양으로 조각하고 뚜껑을 만들어서 그 안에 촛불을 켜 놓고 집 앞에 놓았는데 동네 아이들이 그 호박을 발로 차고 박살을 내고 말았다. 우리는 인종 차별이라고 분 해 했다. 동네 아이들이 장난으로 했는데 우리는 인종 차별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여유가 없을 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미국을 오래 살면 살수록 그런 생각은 없어지고 장난으로 알고 지나간다.
 본래 핼로윈이란 거룩한 성자들을 뜻했다. 그들의 전야제라는 뜻이었는데 나중에는 귀신들이 10월 31일 이 하루만은 인간의 소원을 들어준다고 해서 이런 풍습이 생겨났다.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되었는데 그들이 미국으로 이민 오면서 차츰 차츰 다르게 변모해 왔다. 핼로윈 때 사고가 많이 난다. 악한 사람들이 캔디 속에 독약을 넣는 일도 있었고 아이들이 다치는 일도 있었다. 극히 소수이긴 하지만 위험한 일들이 가끔 발생한다. 그래서 아이들을 내 보낼 때는 어린아이들 뒤에 꼭 부모들이 동행한다. 그리고 교회에서는 특별 프로그램을 가져서 동네의 할로윈 행사에 가지 못하게 하고 교회에서 캔디도 나누어주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갖는다. 그러면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위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