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지만 교회 다녔기 때문에 그런 미신적인 것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부모님은 꼭 한번만 봐 달라는 것이었다. 부모님도 당시 교회를 다니고 계셨다. 손을 잠 간만 내밀면 되는데 왜 그러냐고 사정을 했다. 용한 사람이 왔다고 했다. 아마 부모님들로서는 가장 가난하고 힘든 시절을 살고 있었던 모양이다. 자식에게 어떤 기대와 소망을 걸고 싶은 기대 심리가 있었던 것이다. 이 여자가 내 손금을 보더니 54살쯤에는 죽을 거라고 했다. 어렸을 때지만 그 말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런 죽을 일을 만난 때가 한국 나이로 54살이었다.
 나는 손금이니 토정비결이니 하는 것을 믿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데 너무나도 이상하게 그런 사건이 난 것이다. 그 사람은 죽는다고 했지만 죽지는 않았으나 죽을 사건을 만난 것이다. 그 사람의 손금 보는 것이 틀렸지만 묘한 느낌을 가졌다. 또 한 가지 사실은 헤엄쳐 가다가 갑자기 무서워 질 때 물결이 귀신처럼 무서워 졌다는 것이다. 꼭 귀신이 나를 죽이려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가졌다. 그곳은 무당과 해녀들이 와서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가끔 꽹과리 치면서, 촛불을 켜 놓고 제사 지내는 광경을 보았는데 나는 그런 사람들이 제사를 지낼 때에도 조롱이나 하듯이 그들이 보는 앞에서 헤엄쳐 가곤 했다. 그 사람들이 하는 짓을 아주 우습게 생각했던 것이다.
 귀신의 존재를 인정하지만 귀신의 역사를 별로 인정하지 않았는데 그때 “아 귀신의 역사가 있는 거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귀신이 나를 물 속으로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을 가졌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나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시고 악령들을 물리치면서 물 가운데서 건져 주셨다. “네가 물 가운데로 지날 때에 내가 함께 할 것이라” 확신이 있었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하나님은 거기 계셨다. God is there. 하나님께서 이기신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찾으면 살길이 열린다는 것을 체험으로 알았다. 그 동안은 죽을 일을 만나 보지 않았기 때문에 실감이 없었지만 그때에 확실하게 체험했다.
 또 하나 깊이 느낀 점은 산이나 바다나 결코 혼자서는 가지 말라는 것이다. 절대적으로 두 사람 이상이 가야 된다는 것을 절실히 알았다. 그 동안 몰랐던 것은 아니다. 다 알고 있지만 당하고 나니 체험으로 확실하게 배운 것이다. 나의 생은 지금 덤으로 사는 인생처럼 느껴진다. 인간은 평생을 통하여 한 두 번씩 죽을 고비를 넘기며 산다고 한다. 나는 그때가 내 생의 죽을 고비였다. 정말 죽는 줄 알았다.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살아난 것이다.
  또한 총회장으로 있는 동안에 우리 지방회에 젊은 목사님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나는 자주 집과 병원을 드나들면서 위로하고 기도도 했었다. 총회장으로서 그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같이 기도했는데 아무 소용없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총회장이니까 이곳 저곳에서 설교 부탁을 많이 받고 설교도 많이 한 해였다. 설교하면서 나의 어려운 모든 일들을 잘 극복해 나갔다. 고난과 영광은 함께 가는 것이다. 고난만 있는 것도 아니오 영광만 있는 것도 아니다. 고난이 있으면 영광이 있고 영광이 있으면 또한 고난도 있는 것이다. 지역 총회장 시절은 영광보다는 고난이 더 많은 시기였다.
 이런 일들을 당하면서 총회장 되지 않을 사람이 총회장 되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교만해져서 하나님께서 겸손하라고 주신 고난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강물이 모든 골짜기의 물을 흡수할 수 있는 것은 아래로 흐르기 때문이다. 오로지 아래로 처질 수 있으면 결국 위로도 오를 수 있게 된다”라고 누군가 말했다. 아래로 내려가지 않은 채 올라만 갔으니 고난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총회장이 되기 전 까지는 정말 올라가기만 했다. 자신도, 아이들도, 교회도 계속 올라가는 상황이었다. 하나님께서 뜻하시는 바를 행하는 것이 우리가 쉼을 얻는 유일한 방법인데 주의 뜻보다는 내 뜻대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 같다.
 영국 의 신학자요 성직자인 토머스 풀러는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먼저 구할 때 비로소 그대의 뜻이 이루어지고 일상의 일을 감당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기억하라” 고 했다. 가장 높은 나무가 가장 많은 바람을 맞는다는 말을 기억하면서 지역 총회장 시절의 고통을 함께 나누어 보았다. 무사히 임기를 넘기기는 했지만 그 이후 2, 3년 동안 내 생애의 최고 어려운 때를 지냈다. 어느 누구도 블레임하지 않는다. 모두 하나님의 섭리로 받아들인다. 결국 하나님께서는 또 다른 새로운 좋은 길을 열어 놓으셨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