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참외만이 아니라 마늘도 그러하다. 마늘밭도 추수가 끝난 다음에는 이삭을 줍는데 무궁 무진하게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런 것들은 공짜니까 한인들이 잘 알고 찾아간다. 또한 포도도 마찬가지로 다 따고 난 다음에 가보면 얼마나 많이 널려 있는지 포도주 담그는 포도는 기계로 거두어들이기 때문에 남아 있는 것들이 무진장 있는 것이다. 그 포도를 차를 대어놓고 따오는 일들도 있다.
 또한 감은 미국 사람들이 먹지 않는 과일인데 나무마다 주렁주렁 열려 있다. 미국 사람들은 변비가 생긴다고 질색을 한다. 이것도 전에는 공짜로 주었는데 동양인들이 먹는 것을 알고는 돈을 조금만 주면 얼마든지 딸 수 있고 또 공짜로 따가라고 한다. 얼마나 풍요롭고 기름진 나라인지 철철 차고 넘치는 나라이다. 나도 처음에는 공짜라니까 부지런히 따러 다니고 주으러 다녔지만 이제는 안 한다. 처음에는 없어서 그랬고 재미로 그랬지만 오래 살다 보니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그럴 시간도 없을뿐더러 필요한 것은 마켓에서 구하면 되는 것이고 나중에는 미국 사람처럼 별로 관심을 갖지 않게 되었다. 농장은 끝없이 펼쳐진 곳이 많다. 끝도 보이지 않는 그런 곳에 농사를 짓고 있다. 정말로 풍요로운 땅이다. 성경에서 가나안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말했는데 미국은 정말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말하고 싶다. 남가주에서 나는 식량만으로 미국을 먹여 살릴 수 있을 정도이다. 좀 과장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미국에서 오랫동안 농장을 하고 있는 한인 농부가 나에게 말했다. “목사님, 우리 농부 4사람만 단결하면요 저 북한 사람들 다 먹일 수 있어요” 북한이 식량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대화를 할 때 그 사람은 확신을 가지고 그렇게 말했다. 얼마나 넓은 땅을 경작하느냐하는 것을 알 수 있고 어마어마한 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산 속으로 들어가면 도토리가 쌓여 있다. 그것을 따다가 도토리묵을 만들었는데 얼마나 힘이 드는지 처음 한번은 재미로, 또 돈 안 드는 거니까 열심히 해 보았는데 믹사기 한 대가 고장났고 도토리를 까는데 망치와 돌멩이로 해보기도 하고 자동차를 그 위로 다니면서 까 보기도 하고 그 시간과 노력이 얼마나 드는지 모른다. 아내를 따라서 한번하고서는 그만 두었지만, 어쨋든 산에는 도토리가 무진장 많았다. 아무도 그것을 주으려고 안 한다. 도토리묵이라는 것이 미국 사람들의 식단에는 없는 것이다. 한인 마켓에 가면 얼마든지 사먹을 수가 있는데 옛날에 가난하게 살 때의 습관이 남아서 공짜라니까 해 보는 것이다. 아마 한인 가정들마다 거의 다 해 보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바다에 나가면 언제든지 낚시해서 고기를 잡을 수가 있다. 고등어는 몇 바켓쓰씩 잡아온다. 그러나 처음에는 맛있게 먹지만, 나중에는 잡으러 가지도 않고 잡아오면 남을 준다. 어느 미국 독립 기념일 때 동생들과 함께 레돈도 비치에 낚시를 간 적이 있다. 고등어가 얼마나 많이 잡히는지 모두 동생들에게 주었다. 그들도 이제 몇 년만 살면 그 고등어를 집으로 가져오지 않을 것이다. 또한 배타고 15분 정도만 가면 바지라는 곳이 있는데 조기가 얼마나 많은지 몇 바껫쓰씩 잡아온다. 참으로 풍요한 나라이다. 호수 낚시를 가도 고기가 많다. 꽃도 많고 열매도 많고 어느 사모님이 말한 것처럼 참으로 많은 나라이다.
 지금은 한국이 잘 살고 있다. 옛날만큼 어렵게 사는 사람은 없는 줄로 안다. “사람에게는 세가지 고민이 있다. 첫째는 물질에 대한 것 둘째는 사람에 대한 것 셋째는 자신에 대한 것이다”(하이덱거) 라고 했다. ”로마가 세상을 정복한 뒤 부가 로마를 정복했다“는 이탈리아 격언이 있지 않은가. 부가 사람을 지배할 때 그 사람은 타락하기 시작한다. 사람이 돈을 지배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스도가 오기 전에 사람은 물질을 사랑하고 사람들을 이용한다. 그리스도께서 온 후에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물질을 이용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가치관을 바꾸어 주셨다. 부와 물질을 통해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사람들을 도와야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믿음이 좋은 사람들이 미국에 와서 해이해 진 것을 많이 본다. 돈과 물질에 더 가치를 두고 살기 때문이다. 정말 중요한 것이 예수 그리스도 임에도 불구하고 돈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가 찬양하는 것은 가난이 아니라 가난해도 천해지지 않고 굴복 않는 인간이다“라고 세네카는 말했다. 정말 그렇지 아니한가.
 큰 부자는 하늘에 달려있고 작은 부자는 부지런함에 달려있거늘 그 하나님을 멀리하고 있는 것이다. 풍요한 나라에 살고 있다. 가난을 모르고 살고 있다. 그러나 영적, 정신적으로는 가난하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