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글) 민족목회의 영웅 박영창 목사
2015/08/21 21:25 입력  |  조회수 : 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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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근 목사(미성대 명예총장)
 
“우리의 나라는 대일본제국이다. 우리는 종교인이기 전에, 조선인이기 전에 먼저 제일로 일본인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천황폐하의 충성한 적자로서 다만 일본을 사랑하라. 이것이 우리들 조선 기독교도에 주어진 하나님의 명령이다.” 1939년 발행된 <동광지광> “조선기독교도의 국가적 사명”이라는 글의 한 부분이다. 집필자는 신흥우였다. 일찍이 한국에서 미션학교를 졸업하고 남가주 기독교 전통을 가진 유수한 대학교에 유학하여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인물이다. 한 때 독립운동에 몰두했고, 교육가, 청년운동가, 영자신문 주필, 무엇보다도 기독교정치가로 이름을 휘날렸으며 이승만, 안창호와 어깨를 겨누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신사참배 운동에 한국기독교도가 적극 나서야 한다며 쓴 글이다.  
 신사참배운동은 일제가 한국국민을 일본의 ‘황국신민’으로 만들기 위한 일본정신 강제주입정책이었다. 신사(神社)란 일본 황실의 조상, 일본 고유의 신앙대상인 신, 국가에 공로가 큰 사람을 신으로 모시는 사당을 뜻한다. 일제는 ‘내선일체’ 곧 일본과 조선은 하나라는 허울 좋은 깃발 아래 서울 남산에 조선신궁을 세웠고, 모든 조선인에게 이를 강제 참배시켰다. 신사참배는 한국의 민족정신 말살정책이었지만 그 최대표적은 바로 한국교회였다. 교회는 이미 상당한 세력으로 성장하여 한국민족 계몽과 독립운동의 마지막 본산이 되어가고 있었다. 본질상 우상숭배를 목숨 걸고 반대하는 기독교에 심장부를 겨누는 날카로운 칼이었다. 기독교에서도 내부 분열이 있었다. 신사참배를 국가의식으로 받아들이는 편과 일사각오로 정면으로 거부하는 순교파였다. 신사참배 강요가 최후의 발악 단계가 되어갈 무렵, 그러니까 신흥우가 신사참배 예찬론을 썼던 그 해 봄 제74회 일본제국의회가 동경에서 열렸다. 삼엄한 경계 속에 의장의 개회선언이 끝나자 방청석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에호바 가미사마노 다이시메이다.” (여호와 하나님의 대 사명이다). 그리고는 2백 그람 무게의 대형봉투가 아래층 중앙의석을 향하여 날아들었다. 의회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경호원들이 즉각 그들을 체포했다. 조선인 박관준 장로, 박영창 신학생, 안이숙 선생 세 사람이었다. 이것이 독립운동사와 한국교회사에 찬연히 빛나는 ‘신사참배 반대성명 제국의회 투척사건’이었다. 그 성명의 핵심은 바로 ‘여호와 하나님만이 참 신이시다.’라는 선언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하여 당사자들이 받은 고난은 엄청났다. 이를 주도한 박관준 장로는 투옥생활의 후유증으로 생명을 잃었고, 안이숙은 <죽으면 죽으리라>는 신앙간증집에서 그 고통을 세세히 밝히고 있다. 그리고 박영창 신학생은 중국에서 도피생활을 해야만 했다.
 박영창 목사(1915-2015)가 로스앤젤레스에서 최근 별세했다. 그는 <일본이여, 대답하라>는 두툼한 저서에서 투척 사건의 전말, 아버지 박관준 장로, 목회사역과 대일본 투쟁기들을 소상히 밝혀 놓았다. 그리고 그분의 삶과 투쟁의 궤적을 가장 잘 요약해 놓은 두 편의 혈서 같은 시가 있다. 하나는 “불사조의 조국이여”라는 것으로, 우리 민족이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결코 불에 타죽지 않는 불사조’가 될 것이라는 예언을 담았다. 또 하나는 “일본이여, 대답하라”인데 일본의 죄악상을 준엄하게 꾸짖으면서도 회개하고 참된 신을 믿으라는 간곡한 기도가 포함되어 있다. 그분의 생애와 이런 어록들을 읽노라면 누구든지, ‘박영창 목사님은 한국기독교 130년 역사에 대표적인 민족목회자’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분은 일제의 혹독한 수난시대에 신앙운동이 곧 민족해방운동이라는 신념에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아낌없이 불태웠다. “이스라엘 집의 잃은 양에게로 가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코리안의 집의 잃은 양에게로 가라’로 읽고 평생토록 십자가를 지신 분이다. 한국민족 전체를 목양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편협한 민족주의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일본 선교사로 파송되어 일본인들을 위한 목자로도 헌신했다. 실로 우리 시대의 큰 목회영웅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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