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오자마자 첫 여름을 맞이했다. 휴가를 얻어서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나섰다. 엘에이 동쪽 15번을 타고 라스베가스 쪽을 향해 가다가 14번과 395번을 따라서 요세미티 동쪽인 론 파인, 비숍 레이크, 맘모스 마운틴, 레이크 타호, 리노,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솔뱅, 칼리포니아의 서해안 1번 도로를 따라서 내려왔다.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 너무나 많았다. 395번 도로를 올라가다 보면 냇가를 자주 만나게 된다. 물이 너무 맑고 깨끗해서 정말 크리스탈 클리어 수정 같이 보인다. 차를 타고 가다가 냇가 주변에 주차해 놓고 우리는 냇가로 내려갔다. 얼마나 더웠는지 웃옷을 벗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아이들은 미역감고 나도 물에 들어가서 비누로 머리도 감고 몸에 비누칠을 하면서 첨벙첨벙 신나게 놀았다. 아내는 우리들이 벗어놓은 런닝 샤쓰를 비누칠을 하고 싹싹 비벼가면서 흐르는 물에 열심히 빨래를 했다. 미국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한대씩, 두 대씩 차를 우리 근처에 파킹하더니 우리의 노는 것을 구경했다. 우리는 더 신이 나서 노는데 우리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곁눈으로 살금살금 그들의 동태를 살피는데 머리를 설레설레 흔드는 것이다. 뭔가 잘못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해서는 안 되는 것을 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 겁이 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고 나는 어찌 할 바를 몰라하고 있는데 백인 한 사람이 손가락으로 끄떡 끄떡 거리면서 나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이크, 큰일 났구나”. 가슴이 철렁하고 조마조마 뛰는 것이었다. 영어도 잘 못하고 미국 온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미국 사람이 부르기만 해도 겁이 났는데 오라고 하니까 더 정신이 없는 것이다. “어디서 왔어요” “오랜지 카운티에서 왔습니다” “아니,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예, 한국에서 왔습니다” 영어가 되는지 안 되는지 더듬거리며 말했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물 속에서 비누칠해 가며 노느냐“ ”예, 내 고향 제주도 중문에서는 저가 어렸을 적부터 이렇게 자랐어요“ ”그러냐, 여기는 그렇지 않다. 이 물이 저 밑으로 내려가면 엘에이 사람들이 먹는 물이고 당신도 이 물을 먹을 사람이다. 물이 얼마나 더럽고 오염이 되겠느냐“ ”알았습니다. 몰라서 그랬습니다. 가르쳐줘서 고맙습니다“ 하고 ”얘들아 다 나와, 여보 나와요“ 다 철수했다. 물이 필요하면 통에 떠다가 밖에서 빨래하고 그 물은 나무에나 풀에나 버리면 된다고 가르쳐 주었다. 샤워는 샤워 시설이 되어 있는 곳에 가서 하면 된다고 친절하게 말해 주었다. 나는 땡큐 땡큐하면서 나왔다. 그 물이 내려가서 식수가 되든 아니든 상관없이 물 속에 들어가서 수영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반드시 물을 떠다가 사용하도록 했다. 차 타고 가면서 아이들에게 이러한 점들을 자세히 가르쳐 주었다. 얼마나 환경을 깨끗하게 보존하는 나라냐 하는 것도 아울러 말해 주었다. 그 다음에는 교회의 아는 분들과 캠핑을 갔던 적이 있었다. 캠프 그라운드에는 공동 수도가 있는데 하나의 수도에 대개 서너 개의 켐프 그라운드가 있다. 한 수도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