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후면 오랫동안 기도하면서 준비한 베데스타교회 선교팀이 브라질 동북부 쎄아라 주 훨딸레자 선교지를 향해 떠나야 하는 날이다. 주일 아침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우리 부부는 교회에 도착했다. 남편 김 목사는 선교목사실로 들어가고 나는 부엌에 수고하는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려고 부엌 앞에 도착했을 때였다. 대 여섯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가 잔뜩 화가 나 있었고 곧 울음이 터지려는 아이를 엄마가 억지로 아래층 주일학교에 들여보내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었다. 안들어 가겠다는 아이와 엄마와의 끈질긴 실랑이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 애기 엄마와 인사를 나누고 부엌에 들어가자 K권사님이 다가왔다. 그 권사님은 이렇게 말했다. “사모님 부엌 밖에 있는 저분 어디서 많이 보았는데 그냥 인사를 하긴 했는데...” 제대로 인사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는 것만 같았다. 나는 원래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터라 본의 아니게 오해를 일으키곤 한다. 그러나 오늘은 확실히 해야겠다 싶어서 권사님과 함께 다시 부엌 밖으로 나갔다. “저 아시죠?” 하니까 “네” 라고 대답했고 뒤미쳐 생각난 바로 그 여자분은 순복음교회 부 교역자로 섬기던 N 목사님 사모님이였는데 우리 교회는 이따금 한번씩 예배를 드리러 오기도 했고 오늘은 딸 아이를 주일학교에 들여보내려 하고 있었다. 아마도 집이 우리교회 가까이 있든지 혹은 다른 사연이 있는지는 평신도도 아니여서 묻기가 쉽지않아 몇 번 만난터인데도 부실한 인사로 실례를 했으니... 애기가 왜? 주일학교 예배에 안들어가려 하는지 물었더니 그녀가 말 하기를 주일학교에 들어가니까 선교지에 가져가려고 준비해 놓은 물품이 있었는데 그 중에 헝겊으로 만든 필통을 갖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안된다 하니까 아예 밖으로 나와서 아무리 애를 써서 권해도 안들어 가겠다며 몸을 빼면서 심통을 부리는 아이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는 엄마는 아이와 함께 실랑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황을 파악한 나는 곧바로 아이에게 “그랬어? 필통이 갖고 싶었구나 나 할머니가 미안해 할머니가 조금만 빨리 왔으면 우리 애기 마음 안 아푸게 해줄 수가 있었는데... 정말 미안해”하고는 주일학교실로 들어갔다. 정말 갖고싶어할 만큼 색색의 예쁜 필통들이 쌓여 있었다. 나는 그중에 필통 하나를 집어 들고 교사들 중 한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것 때문에 아이가 안들어 오려고 하는데 이 작은 일로 아이가 교회를 안 다니게 된다면 어린 마음에 상처주지말자 응? 내가 하나갖다 줄께” 하니까 “네” 한다. 필통을 들고 나온 나는 아이와 키를 마추어 무릎을 꿇고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이구 이게 그렇게 갖고 싶었어? 할머니가 가져왔어”하면서 작은 손에 쥐어주고는 이름을 부르며 할머니 뽀뽀 해줄래? 하니까 그제야 나의 뺨에 뽀뽀를 하면서 비로서 얼굴의 굳었던 근육이 풀리기 시작하더니 아주 작은 얼굴에 웃음이 번져 나는 것을 보고는 엄마와 애기를 주일하고 예배실로 들여 보냈다. 마음이 한없이 기뻤다. 아마도 예수님 마음이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생각이 들었다. 얼마를 지난 후에 주일학교 예배가 끝난 시간이 되었다. 주교부장을 담당하고 있는 담임목사 사모가 부엌에 있는 나의 앞으로 다가왔다. 밝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모님 나도 그 아이에게 주지 말라고 했어요. 그리고 이 필통들은 선교지에 불쌍한 애들 주려고 샀으니까 너는 나중에 내가 사줄께” 라고 했다고 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중에 사준다는 말 아이에게 안 통하지..... 아이니까.. 사모님도 선생들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아와같은 상황이 오면 은혜로 답을 정하는 것이 좋을 꺼예요.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를 생각하면서.... 열악한 선교지의 애들도 중요하지만 당장 그것 때문에 교회를 안들어 가려는 한 영혼이 당장 더 중요하지 않을까? 라고 대답했고 사모는 아기같이 순진하게 “네” 라고 대답했다. 아마 나도 사모의 나이였을때는 그와 같은 상황이 왔다면? 똑같이 결정을 내렸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많은 인고를 겪고 아픔을 지나면서 배려라는 진가를 알게되고,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한 신앙인으로 한걸음씩 옮겨가게 되는 것 같다. 신앙인의 연륜 또한 교회의 직분보다는 인간이 되어가게도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린시절 아이의 마음속에 무엇이 심겨지는지 아이의 마음이 어떠한지 그 마음을 읽어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시절 아빠가 일본에서 사왔다는 아주 예쁜 원피스를 주셨다. 너무나도 입고 싶어서 한 겨울에 여름 원피스를 장롱에서 꺼내 입었다. 엄마가 들어오셨고 한심한 상황에 엄마는 그만 옷을 강제로 벗기려다가 내가 넘어지면서 장롱 모서리에 이마를 몹씨 부딪쳐서 순간에 멍이들고 툭 튀어 나왔던 일이 지금도 기억한다. 분별할 능력이 없는 어린 나에게 엄마가 따뜻한 겉옷을 입혀 줄수도 있지 않았겠나 생각이 든다.  이해도 분별도 못하는 어린 아이에게는 할수만 있으면 그 아이의 눈높이에 마추어 은혜를 배풀듯이, 불신자나 초신자에게는 한없이 관대 하셨던 주님이지만 지도자들에게는 엄청나게 엄하셨던 주님의 행하신 일들이 얼마나 멋쩌 보이는지 모르겠다. 코흘리개 아이들을 안고 계신 성화가 생각난다. 제자들은 아이들을 쫓으려 했고.... 예수님 옷에 코도 흘리고 더럽히며 예수님 피곤하실 것을 생각한 제자들에게 사랑의 예수님은 오히려 제자들을 꾸중하지 않았는가? 만일 제자들이 아이들을 사랑하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읽었더라면? 진심으로 예수님을 기쁘게 하였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읽는 연습에 좀더 익숙해져야겠다. 맞다 교회는 법보다 우선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은혜라 생각한다. 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지만 최종 결정은 은혜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주님의 십자가를 또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은혜”라는 두 글자가 아니라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하루 종일 천국과 지옥을 오가던 그 아이의 쪼그만 얼굴이 눈 앞을 어른거려서 많은 생각을 하게한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