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옥 박사(기독교상담박사)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페체르스카야 대수도원은  드네프르 강을 굽어보는 고지대의 동굴을 이용해 만든 역사가 오래된 중세 러시아의 건축물이지요. 10세기 말부터 12세기에 걸쳐 러시아에 그리스도교가 보급되는 과정에서 이 수도원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답니다. 1991년, 우크라이나 독립 이후에는 다시 종교적인 만남의 장소로 이용하고 있대요. 수도원 입구에서 상당히 걸어들어가면서 여러 성당들을 둘러볼수 있습니다. 문닫기 전에 마지막 방문 지점인 동굴사원에 들어가고저 까만 옷을 입은 수사들이 조용히 오고가는데도 그들과 이야기 할 여유가 없어 서둘러 걸었습니다. 동굴입구 간이 상점에는 스카프 등을 걸어 놓고 있습니다. 서늘한 날씨여서 스카프를 준비하였는데 머리를 감싸라 하고 초록색 앞치마 같은 넓고 발목까지 덮는 치마와 하얀 초를 한자루씩 주더이다. 바지 차림이었는지라 그위에 초록치마를 입고 스카프를 두르고 초까지 들고 정교도인 복장으로 들어갑니다. 한명쯤 걸어갈수 있는 좁고 어두운 동굴안 미로는 처음에는 어두움에 익숙하지 않아 조심스럽더이다. 앞사람 따라 조용히 걸어 들어갑니다. 곳곳의 골방마다 수도자들의 미이라와 이름, 생전의 모습이 그림으로 담아져 있습니다. 정교회 신자들은 수도자들의 시신 피라미드 유리관 발끝이나 이마에 한동안 입을 맞추며 기도합니다. 이 모습을 보며 경건한 예배자의 마음가짐을 생각합니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으로 정성스럽게 예를 갖추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11세기 중엽, 아토스에서 온 수사 안톤의 지도로 드네프르 강 기슭 언덕의 동굴에서 수행을 시작한 수사들이 있었답니다. 12세기가 되자 대수도원이라는 의미의 라브라(대수도원)의 호칭을 받게 됩니다. 그 후 이곳은 중세 러시아에서도 손꼽히는 지식의 중심지가 되어, 잇달아 연대기를 출판하고 각종예술의 장인을 길러내지요. 이라리온 부주교는 설교집 “율법과 은총에 관하여”에서 키예프 루시가 세계적으로 얼마나 우수하고, 정치적으로 중요한가를 설교하였답니다. 또한 몇 십 년 후에 수사 네스토르가 편찬한 “옛날 이야기”는 중세 러시아 역사 서술의 기념비적인 저술이라지요. 이페체르스카야 수도원이 당시 종교, 문화, 예술지식의 산실이 된 것입니다. 석공, 모자이크공, 화가 등을 양성하던 공방 덕분에 페체르스카야 대수도원의 이름이 키예프 루시 안팎에 널리 알려지게 된데요. 다양한 시대에 씌여진 연대기를 종합해 보면, 17~19세기에 해마다 15만 명의 순례자가 페체르스카야 대수도원을 방문하였고 이 곳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교회 수도원 중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4곳의 수도원 가운데 하나였다니까요. 수사들은 전생애를 통틀어 절반 이상을 지하 라브라의 동굴 독방에서 수도 생활을 하였답니다. 동굴의 방의 구멍 하나로 한줄기 빛이 들어오고 생존할 만큼의 음식과 물이 공급되었다고 합니다. 여기 살았던 사람 대부분은 그대로 그 동굴에 매장되었는데, 동굴 내에는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습도도 거의 변하지 않기 때문에, 시체는 부패하지 않고 그대로 미라가 되었데요. 지하 라브라 중에는 카타콤으로 사용된 곳도 있으며, 복잡하게 얽힌 지하 통로를 이용해 ‘성안톤의 가까운 동굴’로 갈 수 있었고, 마음이 내키면 ‘성페오도시의 먼 동굴’로도 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 바로크 양식의 대표작인 이 페체르스카야 사원은  1240년경 몽고(징기스칸의 손자 -바투 )와 타타르인의 공격으로 거의 대부분이 파괴됩니다. 페체르스카야 대수도원은 러시아 표트르 대제의 치세 때 바로크 양식으로 재건되지요. 대수도원의 입구에는 12세기 초에 건설된 크로이프카야 성당, 18세기 우크라이나 바로크 양식을 대표하는 프세프스바츠카야 성당, 중세 러시아와 비잔틴, 오리엔트의 건축양식이 혼합된 우스펜스키 성당등 여러개의 성당과 건축물이 페테르스카야 수도원안에 남아 있습니다. 대수도원의 입구인 크로이프카야 성당의 양파 지붕은 여러 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층과 층 사이에 채광창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동쪽 벽면에 벽화가 그려진 것은 1900년경이래요. 지금까지 남아 있는 성당 건물의 정면은 대부분 회반죽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었습니다. 프세프스뱌츠카야 성당의 장식은 더없이 훌륭해, 18세기의 우크라이나 바로크 양식을 대표하는 건축물이지요. 페체르스카야 대수도원과 성소피아 대성당에는 많은 참배객들이 다녀갑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키예프 시가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파손되는 등 큰 피해를 입은 탓에, 중세 키예프의 영화와 위대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성소피아 대성당과 페체르스카야 대수도원 밖에 없다고 합니다. 전에는 동굴안 깊숙히 들어갔다 하던데 요즈음은 여러가지 이유로 모두들 보여주지 않는답니다. 하여 정결하게 장식된 십여명의 미아리와 동굴을 돌아보며 우크라이나 정교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인도 끝 체나이에서는 도마 사도의 발자취를 만나고 예수님의 제자 안드레의 발길이 닿은 키예프에서 안드레 사도의 발자취를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