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환 목사(크리스천위클리 발행인)

시방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이 지고 있는 빚이 무려 16조 8천억 달러라고 한다. 16조 달러는 과연 얼마나 될까? 만약 1달러짜리로 차곡차곡 쌓는다면 그 높이가 백만 마일 이상이라고 한다. 이 돈을 눕혀서 옆으로 연결하면 지구에서 달까지 4번을 갔다 올 거리라고 하니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인지 상상이 불가능하다. 만약 누군가가 예수님이 탄생한 날부터 매일 백만 달러씩 썼다고 가정하면 지금까지 쓴 돈은 약 7천억 달러. 그래봐야 그 돈은 지금 미국이 지고 있는 빚의 1/23에 해당되는 조족지혈이다. 아니 이런 빚쟁이 나라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신이 아찔해 진다. 모든 미국인들이 일년동안 벌어들이는 개인소득 총액은 약 13조 달러로 조사되었다. 만약 한사람도 빠짐없이 일년내내 번 돈을 고스란히 연방 정부에 바쳐도 현재의 정부 부채를 갚을 길이 없다. 금년 빚에 대한 이자만 무려 4천150억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세계 강대국이라고 소리치면서 이 국가 채무 상한선을 높이지 않으면 국가 부도가 날 판이니 공화당과 민주당이 육박전 수준의 대결을 벌이다가 겨우 내년 초에 다시 재협상을 하기로 하고 급한 불은 꺼버렸다. 우선 연방정부 셧다운을 풀기는 했지만 꼴은 참 우습게 됐다. 이러니까 중국이 더 이상 달러화가 기축통화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염장을 지르고 있는 것이다. 기축통화란 국제 사회에서 통용되는 국제 통화를 말한다. 기축 통화의 역사를 보면 두캇(Ducat)이란 베네치아 공화국의 돈으로 거슬러 올라가 네덜란드의 길더(Guilder), 대영제국의 파운드(Pound)가 역사상 기축통화로 세계를 주름잡은 적이 있다.
 오늘날 달러화가 기축통화가 된 것은 1944년의 일. UN 통화 금융회의에서 반대도 많긴 했지만 강력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달러화를 기축 통화로 결정짓는데 성공했다. 그로부터 70여년의 세월이 흘러 지금 그 달러화의 위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미국의 국가 부채가 천문학적 숫자로 늘어나면서 세계시장에서 무서운 줄 모르고 위용을 떨치던 달러화가 비실비실 힘을 잃고 있는 것이다. 빚쟁이 나라의 돈을 더 이상 기축통화로 사용되는 것이 배가 아파 시비를 거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게 어디 미국만의 고민인가? 빚이 많은 나라로 알려진 일본의 부채는 독일과 프랑스 영국 경제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한다. 그리스나 이태리, 스페인과 브라질도 빚더미 때문에 흔들흔들했고 프랑스, 독일의 국가부채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사실 국가 부채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우리네 서민들의 개인 빚 사정은 어떤가? 우선 단독주택에 사는 경우 그 집이 자기 집이 아니라 은행집이란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은행서 빚을 얻어 샀으니 꼬박꼬박 갚아야 한다. 그 모기지 페이먼트 때문에 허리가 휜다. 집집마다 늘어나는 카드 빚은 또 어떤가? 견디다 못해 가위로 싹뚝 잘라버리는 집들도 있다. 여기서 대학 나온 아이들은 졸업장과 함께 빚 독촉장을 들고 나온다. 여기도 빚이요, 저기도 빚이다. 그래서 “빚지고는 못살아!” 외치고 싶어도 숨죽인 듯 빚에 눌려 살아야 하는 게 빚 전성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잠언에서 빚진 자는 ‘채주의 종이 된다(잠언 22:7)’고 말씀하고 계신다. 그렇다면 나는 웰스파고 은행의 종이고 체이스 뱅크의 종이란 말인가? 사실 갚지 않으면 재판관에게 끌려가서 돈이 되는 것은 모두 빼앗기거나 감옥에 가야 하니까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은행의 종이란 말이 황당한 거짓말은 아니다. 근데 은행 빚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시편 말씀에 위로를 삼자. 꾸고 갚지 않는 자를 악인이라 말하고 있고 의인은 주는 자라고 말씀하고 계신다(시 37:21). 빚을 떼먹지만 않으면 악인은 면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이라면 빚지고 도망가지는 말자. 빚이란 말이 나와서 생각해 보니 사실 물질적인 빚만이 빚인가? 마음의 빚은 또 얼마나 많은가? ‘크레딧’이 모든 경제생활의 기본이 되는 오늘날의 생활 구조 속에서는 선의의 외상도 금방 빚이 되고 빚을 얻는 일을 덮어놓고 부덕한 행위로 치부할 수 만은 없다. 아마 예수님이 우리 시대에 탄생하셨다면 그 분의 지갑 속에도 크레딧 카드가 있었을 것이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빚 고지서가 메일아웃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신 차리고 갚아나갈 빚은 정작 마음의 빚이다. 경제가 어렵고 살기 힘들어 진다고 해서 마음의 빚까지 부도를 내면 이 세상은 얼마나 참혹한 세상이 될까? 우리가 매일 호주머니에 담고 다니는 달러화가 더 이상 기축통화 노릇을 못하는 때가 온다 해도, 미국이 정말 국가부도를 내는 일이 현실로 다가온다 해도 어찌하랴! 나라 살림을 우리가 주관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오히려 빚으로 혼란해지는 이 세상에서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사랑의 통화량’을 늘려나가고 복음의 빚을 갚기 위해 수고의 땀을 마다하지 않는 ‘거룩한 빚쟁이,’ 그런 빚진 자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은행의 페이오프 인생보다 더 복되고 즐겁게 남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