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라 목사(신암교회 원로)

70세 이후 은퇴를 하면 해 보고 싶었던 몇 가지 적은 희망이 있었습니다. 정장이 아닌 허스럼한 옷차림에 가방 둘러메고 다니는 것, 시골 가서 농사짓는 것, 그리고 평소에 가끔 취미로 해 오던 목각 공예 전시회를 여는 것 등 이였습니다. 요즘은 청바지에 색깔 진한 티셔츠에 무실라 가방을 둘러메고 다녀도 쑥스럽지 않을 만큼 익숙하게 되었고 쌍파울로에서 50km 떨어진 작은 마을에서 상추, 무, 딸기 등 농사를 지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8월 달에는 한국의 집에서 목각 공예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목각 공예 전시장에는 많은 분들이 다녀갔습니다. 그리 보잘 것 없는 소품이지만 감상하시고 좋은 덕담도 들려주셨습니다. 여러 덕담을 남겨주셨지만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덕담을 어느 장로님이 해 주셨습니다. “노년에 전시회를 열어 많은 사람을 만나는 목사님이 행복하다”는 말이였습니다. 그 분의 말을 듣고 정말 그렇구나 동감을 했습니다. 이런 전시회가 아니였다면 어찌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인가. 급작이 사람들이 더 가까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은퇴하고 시골에 갔을 때 어느 젊은이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목사님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를 했대요. “늙은이 목소리가 뭐가 이뻐서 듣고 싶으냐”고 대답했지만 그 때 고마웠던 마음이 아주 오래 갈 것 같습니다.
 요즘 어느 분이 치매예방에 좋다면서 카톡을 설치해 주셨는데 좋은 글들을 보내주어 즐거움이 증가되고 있습니다. 누가 “그래도 사람이 좋습니다”라는 글을 보내셨어요. “사람으로 인하여 슬프고 아프고 속상하고 괴로워도 그래도 사람이 좋습니다.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그런 일들이 없을 순 없으니까요. 어쩌면 당연한 일 일지도 모릅니다. 사람으로 인하여 슬프고 괴로웠듯이 사람으로 인하여 또한 기쁘고 행복하잖아요. 사람이 산다는 것은 결국 함께 일 때 모든 것이 의미가 있고 행복이 있는 거랍니다. 사람이 아닌 다른 모든 것들은 중심이 아닌 조건들에 불과하답니다. 지금 이 순간이 누구 때문에 슬프고 아프고 힘든가요. 그러나 기억하세요. 당신을 힘들게 하는 그 사람 때문에 당신은 지금 존재한다는 것을... 마음 돌이켜 그 사람을 축복해 주세요. 먼저 당신의 마음속에 놀라운 평안이 깃들꺼예요. 함께 더불어 살아갈 때 더욱 빛나는 우리들의 삶이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고통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특권입니다. 죽은 자는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사람이 아름답습니다. 그래도 사람을 사랑합니다” 이런 글이였습니다.
 아무런 장소에서나 어느 시간이든지 불러내어 차 한잔 할 수 있는 허물없는 사람들이 있다면 인생은 살만한 것입니다. 차 한잔 하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