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수 목사(익산봉곡교회 담임)

목회자는 어디든지 가야하는 사명이 있기에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백령도를 향해서 떠나게 된 것이다. 백령도 행 여객선은 하루에 한 번 아침 일찍 출발하였고, 바람이 불어 파도가 높아 풍랑주의보가 내리거나 안개가 끼면 출항을 하지 않았다. 어떤 때는 며칠 씩 출항을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삿짐은 화물선으로 보내고 가족들이 여객선에 몸을 싣고 백령도를 향해 출발하였다. 난생 처음 장거리 배를 타게 되었다. 그 당시는 8시간에서 10시간이 소요되는 여객선만 운항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얼마나 지루한 시간인가. 또한 배 멀미도 심하게 할 수 밖에 없었다. 먼 바다를 우회하여 백령도를 가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바다가 잔잔해도 파도가 일어나게 마련이었다. 백령도에는 해병대가 주둔하고 있는데 청년들인 군인들도 일렁이는 파도에 배 멀미를 할 정도이니 섬을 오가는 일이 상당히 어려운 지역이었다. 가고 싶다고 마음대로 갈 수 없고, 오고 싶다고 마음대로 올 수 없는 특수한  섬이었다. 백령도에서 사역을 하면서 가끔 육지에 나올 경우 바람으로, 안개로 인하여 며칠씩 계획대로 나오지도 못하고, 며칠씩 들어가지 못하고 연안부두에서 머물러 있어야 하는 경우들이 여러 번 있었다. 어떤 목회자는 육지에 계신 부모님 초상이 났는데도 기상 악화로 배가 출항을 하지 못해서 장례를 며칠씩 미루는 경우도 있었고, 가족들의 결혼식도 참석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들이 다반사로 있는 경우가 섬지역인 것이다. 아내와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두 딸과 함께 백령도 교회에 도착하게 된 것이었다.
 백령도는 생각보다 큰 섬이었다. 버스도 다니고, 택시도 있고, 농사도 짓고, 상당히 큰 도서 중에 하나였다. 감사하게도 사역하는 교회가 시골에 있는 교회이지만 자립하고 있었으며 두 분의 장로님과 70여 분의 성도님들이 회집하는 교회 규모였다. 농사를 지으시는 성도님들, 그리고 고기잡이배를 운영하는 성도님들도 계셨다.  초임 목회지인지라 기대감을 갖고 목회를 했다고 할 수 있다. 농사철에는 농사를 많이 짓는 성도님들 가정에 가서 농사를 도와드렸다. 경운기를 운전하여 점심이나 새참을 실어 나르기도 하고 직접 모내기를 돕기도 하고, 고구마를 캐기도 하고 벼를 베기도 하고, 농사일을 돕는 일을 하였다. 그러니 일손이 모자라고,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많은 지라 그런 모습을 좋아하셨다. 그 당시는 나이도 삼십대 중반이었고, 또한 과거에 농사일을 해보았기에 이런저런 일들을 도울 수가 있었던 것이다.
 심방하는 일이 일터로 나가서 안부를 나누고, 도와드리는 것이었다. 또한 뱃일을 하는 성도님들은 포구로 나가서 심방하는 것이다. 백령도에서는 까나리를 주로 잡아서 까나리 액젓을 만들었다. 까나리를 잡을 때는 함께 배를 타고 나가서 그물을 같이 끌어올리기도 하였고, 잡어가 올라오면 즉석 회를 떠서 먹기도 하였다. 때론 멸치도 잡고, 성게, 놀래미, 우럭들을 잡기도 하였다. 그야말로 바다는 풍성한 해물의 보고였다. 포구에는 조약돌이 있어 파도에 찰싹거리며 부딪치는 소리가 시원하게 귓전을 울리는 포구였다. 그리고 파도에 휩쓸리며 깎이고 깎인 조약돌들이 얼마나 예쁜지 예쁜 수석들을 감상하는 일도 섬 목회의 일상 중에 한 부분이었다. 바다를 좋아하였기 때문에 즐겁게 목회를 하였다고 할 수 있다.
 물때가 좋은 날은 경운기를 타고 성도들과 함께 조개를 채취하기 위하여 먼 곳까지 가서 조개를 채취하고 자연산 굴을 채취하고, 때로는 낚시를 하고, 수석도 탐석을 하고 섬 목회의 보람을 만끽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