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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환 목사(크리스천뉴스위크 발행인)
아리조나 주지사 잰 브루어(Jan Brewer)가 지난 4월 23일 서명하여 오는 8월초쯤 시행예정인 아리조나 주의 새로운 이민법 때문에 나라가 시끄럽다. 핵심은 이것이다. 경찰들에게 불법이민자로 보여지면 누구든지 검문하게 하고 확인될 경우 현장에서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영주권자라 할지라도 영주권을 소지하지 않고 다니다 불심검문에서 걸리면 곧장 유치장으로 끌려가야 한다. 이같은 권한은 평소 연방 이민국 직원에게나 부여되던 권한이었다.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이민법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피부색이 거무스레한 라틴계, 혹은 된장 색깔인 아시안 이민자들은 경찰의 불심검문의 밥이 될 것이다. 인종차별 논란이 쉬지 않고 대두될 것이 뻔하다. 홈 디포 같은 곳에서 손을 흔드는 일일 노동자는 물론이고 그들을 고용해도 붙잡혀 가게 되어 있다. 경찰차만 떴다하면 불법체류자들은 ‘오금아 날 살려라’ 도망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아리조나 주는 하루아침에 ‘공포의 쥬라기 공원’으로 변해 갈 것이다. 아리조나 주지사는 연방 정부가 이민개혁을 미적미적 늦추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행동이라고 변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 교회 협의회 등 교계 지도자들은 이 법이 모든 국민에게 정의롭지 못할 뿐 아니라 위험하며 정의와 이웃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에 위배됨으로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유사한 이민법안이 타주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며 철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당연한 주장이다. 불법체류자도 이민국에서 지문찍고 영주권 사진 찍으라는 통보를 받으면 상황 끝이다. 형사범도 아닌 사람들을 불법체류자라고 불러대면 사실 엄청난 범죄꾼 같은 인상을 풍겨준다. 이민 옹호단체들은 그래서 서류미비자란 말을 쓴다. 당연한 주장이다.
미국이 이민자의 나라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아리조나에게 물어보자. 메이 플라워호를 타고 플리머스에 도착한 청교도들은 어디 합법 체류자였더냐? 더 거슬러 올라가 컬럼버스는 어디 영주권을 손에 쥐고 이 땅에 도착했더냐?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불법체류자를 잡아들인다고 경찰들이 곤봉을 들고 몰려다니는 꼴을 보면 아마도 “잘 들 논다”라고 쓴 웃음을 지을 것이다. 결코 법치를 깔아뭉개자는 말은 아니다. 불법체류자가 미국이 정해 놓은 현행법을 어기고 있다는 사실도 인정한다. 그러나 국정을 책임 맡은 이 나라의 국가 원수조차도 그 법은 서명해선 안 될 법이라고 따끔하게 타일렀건만 아리조나 주지사는 무슨 통뼈란 말인가? 잰 부루어는 공화당원이다. 나는 공화당을 좋아해보려고 작심을 해도 소수인종, 이민자들에겐 한없이 냉정해 보이는 이같은 지도자들 때문에 공화당은 영 맘에 안든다. 미트 롬니, 목사 출신 마이크 허커비, 지난번 대선에서 부통령으로 나왔다 물먹고 주저앉은 새라 페일린, 이들이 다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위해 서서히 몸을 풀고 있다. 이들도 미국은 기독교 국가라느니 기독교, 기독교를 입에 달고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 하는 꼴을 보면 정반대인 경우가 허다하다.
불법체류자들이 이 땅에 기여하는 공헌도가 얼마인데 같이 더불어 살 궁리는 안하고 덮어놓고 경찰을 풀어 잡아들이겠다면 그들 말대로 이 나라가 과연 기독교적 가치를 바탕으로 건설된 기독교 국가가 맞는가? 만약 새 이민법이 아리조나 주에서 참말로 시행된다면 그쪽에 가서는 돈 한 푼도 쓰지 말자. 세도나 관광도 가지 말자. 그런 살벌한 이민법을 휘두르는 주정부에 무엇이 고마워 관광수입 보태줄 필요가 있겠는가? 그랜드 캐년을 갈 때도 저 유타 주로 올라가서 노스 림이나 구경하고 사우스 림은 멀리 쳐다보는 것으로 끝내자.
영화배우 존 웨인이 카우보이모자를 뒤집어쓰고 쌍권총을 휘두르며 속 시원하게 악당들을 물리치던 그 영화 속 낭만과 정의의 땅 아리조나를 우리 모두 얼마나 사모하며 살아 왔거늘 어찌 그 땅이 이리 살벌한 땅으로 변해가고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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